By JOEL KHALILI, WIRED US

2022년 11월, 샘 뱅크먼 프리드가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하자 뱅크먼 프리드는 가장 기본적인 법적 조언을 무시했다. 바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입을 열었을 때는 자칫하면 스스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뱅크먼 프리드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또, 여러 팟캐스트에도 출연하고, 쉴 새 없이 트위터에 게시글을 게재했다. 자체 섭스택(Substack) 계정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미 의회에서 증언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미 의회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체포됐다.

2023년 10월 3일(현지 시각), 뱅크먼 프리드가 고객과 투자자, 대출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사기 혐의 7건과 관련하여 뉴욕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FTX는 사용자의 자금 인출 신청이 급증했으나 인출 요구에 대응할 수 없었다. 미국 법무부는 뱅크먼 프리드가 위험성이 높은 가상자산 거래, 부채 상환, 개인 대출, 사치품 구매, 기타 기업 운영 비용으로 지출할 목적으로 자매사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에 고객 자산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판결은 FTX 때문에 돈을 잃은 가상자산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은 시작 전부터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한, 재판 전부터 뱅크먼 프리드의 검찰 측 증언 중에는 FTX 피해자 증언과 뱅크먼 프리드와 성적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전직 알라메다 리서치 CEO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의 증언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재판의 주인공인 뱅크먼 프리드가 입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뱅크먼 프리드 측 변호인단은 수정헌법 제5조에 따라 불리한 증언을 거부하라고 조언했다.
 
체포 전까지 대외적으로 나타난 뱅크먼 프리드는 큰 실수를 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뱅크먼 프리드는 사업 운영 시 부주의했다고 인정했으나 사기 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혐의에서 벗어나려 직접 설명할수록 변호인단에게 골치 아픈 일만 일으킬 것이다. 가상자산 수탁 기업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최고 법률 책임자 제이슨 알레그란테(Jason Allegrante)는 변론 시 목표는 흠잡을 데 없는 서사를 생성하여 사실을 지지할 최적의 서사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뱅크먼 프리드가 언론과 법원에서 의견을 공개하여 자기 변론을 시작하면서 자칫하면 스스로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정보와 자료만 공개 기록으로 남기는 결과를 낳았다.

뱅크먼 프리드의 변호인단은 재판을 이어가면서 변론을 담당한 이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를 고려하는 같은 위험성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뱅크먼 프리드의 재판은 4~6주간 이어질 예정이다. 먼저, 검사가 사건을 설명하면서 FTX 고객부터 투자자, 뱅크먼 프리드의 혐의 공모 혐의를 받는 자들까지 모든 증인이 법원에 출석하도록 한다. 그리고 피고 측 변호사가 상황에 따라 적합하게 대응한다. 미국 사법 체계상 검사는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선 범위의 유죄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법무법인 크래머 레빈(Kramer Levin) 파트너 조던 에스테스(Jordan Estes)는 피고 측의 전략으로 정부 사건의 허점을 찾아 추가 증언을 거부하는 전략을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뱅크먼 프리드의 재판 출석 여부는 기소 사건의 강도가 분명해진 뒤에 결정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뱅크먼 프리드의 증언이 필요하다. 에스테스는 “재판 출석은 뱅크먼 프리드의 결정에 달려있다. 대중은 추후 재판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피고가 증인을 신뢰할 수 없거나 교호신문 결과가 불리한 상황과 같이 정부 사건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면, 피고가 다른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형사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재판 출석 결정은 위험성이 높은 순간이다.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도록 한다면, 피고가 피할 수도 있는 검사의 질문을 받게 된다. 게다가 특정 배심원단이 증언을 방해할 수도 있다. 피고가 신중하게 다루고자 하는 환경에 변수를 더할 수도 있다.

법무법인 위더스(Withers) 파트너 크리스토퍼 라빈(Christopher LaVigne)의 설명에 따르면, 재판 출석을 원하는 피고를 의뢰인으로 둔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재판의 변론을 준비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특히, 교호신문은 예측이 더 어렵다. 라빈은 뱅크먼 프리드가 재판에 출석할 때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의 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각종 증거 때문에 사면초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뱅크먼 프리드먼 측 변호인단의 주장은 FTX 고객, 투자자 등 많은 이들이 수십억 달러를 잃었으나 뱅크먼 프리드가 사기를 저지를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전제로 할 것이다. 그러나 뱅크먼 프리드 변론을 지지하면서 변호인단은 뱅크먼 프리그가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대신 뱅크먼 프리드의 성격 중 좋은 점이나 능숙한 사업 운영 능력을 이야기하는 증인 진술에 의존할 수도 있다. 뱅크먼 프리드가 증언한다면, 피고 측 변호인단의 변론 접근 방식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알레그란테는 “뱅크먼 프리드가 그동안 벌어진 일을 몰랐다는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면, 뱅크먼 프리드가 재판에 출석하는 일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스스로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재판에 출석하고 싶어 하는 이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이미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변호하기 위한 공개 기록을 남긴 점에서 재판 출석을 거부할 수도 있다. 검사는 뱅크먼 프리드가 FTX 파산 후 여러 언론과 인터뷰한 사실로 재판 방향을 끌고 갈 것이다. 따라서 뱅크먼 프리드가 침묵하더라도 언론 인터뷰가 재판의 모든 부분에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원인이 타인의 증언이든 배심원단에게 감정적 호소를 할 능력 확신이든 뱅크먼 프리드가 변호인단의 조언과 달리 재판에 출석하여 스스로 변론하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알레그란테는 “뱅크먼 프리드가 법원 출석을 원한다면, 자신의 증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라빈은 뱅크먼 프리드의 재판에서 규범을 위반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뱅크먼 프리드일 것이라고 본다.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다. 라빈은 “간혹 타인보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는 뱅크먼 프리드가 자신의 지능을 맹신하여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위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호신문에서 뱅크먼 프리드가 검사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am Bankman-Fried Is a Terrible Cli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