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회 아카데미(오스카)상 후보가 발표됐다. 노미네이트 만으로 영광이라는 이 영화제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는 57년 만에 한국 영화 최초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넷플릭스 영화의 강세 속에서 '기생충'은 최고의 작품에 주어지는 작품상 경쟁에도 나선다.
◆ 보수성향 아카데미, '다양성' 요구에 부응하나
오스카는 예측가능하지 않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 누가 후보에 오르고, 누가 수상할지를 예상해 각자의 인터넷 계정에 올리는 행위를 두고 '소셜미디어 스포츠'라 부르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상에는 이 영화를 두고 이제 아시아인의 차례가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쉽게도 여전히 아카데미 후보작들은 백인 중심이며, 단 한 명의 여성에게 감독상을 허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서구 남성 중심, 스크린 중심이라는 보수성향 아카데미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기생충과 넷플릭스의 힘이다.
먼저 작품상을 놓고 ‘포드 V 페라리(FORD v FERRARI)’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조조래빗(Jojo Rabbit)’ ‘조커(Joker)’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in Hollywood)’ 그리고 '기생충(Parasite)'이 겨룬다.
'와이어드'는 2019년 최고의 영화 14편을 선정하며, '기생충'을 가장 첫 머리에 올려 놓기도 했다. 와이어드 대중문화 전문 수석에디터인 안젤라 워터커터(Angela Watercutter)는 "올해 이보다 더 나은 영화적 은유(metaphor)는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봉 감독의 '기생충'에 대한 극찬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다면 비영어 영화로선 처음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한 영화도 미국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 이후 없었다.
올해 아카데미 연기상에서 기대를 모았던 배우 송강호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남녀주조연상 4개 부문 통틀어 단 한명의 유색인종 후보만 여우주연상(해리엇, 신시아 에리보)만 지명하며,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SoWhite)’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기생충의 수상 여부에 따라 이같은 의구심을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기생충이 몇 개 부문에서 수상할지, 다양성 추구 숙제는 오스카상 심사위원의 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 24개 후보 넷플릭스…'제2의 로마' 탄생할까
'조커'는 올해 최다 11개 부문에서 후보작으로 호명됐다. 호아킨 피닉스의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감독‧각색‧촬영‧편집‧음향편집‧음향믹싱‧음악‧분장‧의상상에 이름을 올렸다.
또 세 편이 각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 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브래드 피트가 각각 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아이리시맨’은 작품상‧감독상‧각색상‧촬영상 외 알 파치노와 조 페시가 남우조연상에 동시에 호명됐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는 '아이리시맨'과 '결혼이야기'의 흥행 덕분에 다른 어떤 주요 할리우드 스튜디오나 배급사보다 더 많은 24개의 후보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Roma)에서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등 3개의 트로피를 거머 쥐는 등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넷플릭스는 올해 '결혼이야기'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에, '아이리시맨'이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이 올랐다. '두 교황' 역시 남우주연상 및 남우조연상 후보를 배출했다. '겨울왕국2(Frozen2)'를 제치고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에 오른 '클라우스(Klaus)',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The Edge of Democracy)' 넷플릭스의 작품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기반 플랫폼은 안방극장의 위용과 시장 규모를 과시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애플과 아마존이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마블·픽사·루카스 등 화려한 콘텐츠로 무장한 디즈니가 OTT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참조기사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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