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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 '기생충'이 범한 과학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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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 '기생충'이 범한 과학적 오류
'와이어드' 선정 올해의 영화, 기생충은 서로 다른 종의 관계서 발생ㆍ성립

<와이어드>가 올해 최고의 영화 14편을 선정하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가장 첫 머리에 올려 놓았다. 와이어드 대중문화 전문 수석에디터인 안젤라 워터커터(Angela Watercutter)는 "올해 이보다 더 나은 영화적 은유(metaphor)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봉 감독의 '기생충'에 대한 극찬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제92회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은 영예의 오스카에 도전한다. 

이 영화 제목이 범한 과학적 오류

영화 속에는 과학적 오류가 숨어 있다. 영화 제목인 기생충(parasite)은 우리 몸속에 들어와 살며 음식의 영양분을 몰래 가져가는 매우 작은 생물이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할 경우 우리는 '이 기생충 같은 놈아!'라고 질타를 보내는 이유도 이러한 기생충의 습성 때문이다.
 

 '공생(symbiosis)'에 이르지 못한 가족은 피자박스를 접으며 중산층 진입의 꿈을 이어간다. [자료=CJ엔터테인먼트]
 '공생(symbiosis)'에 이르지 못한 가족은 피자박스를 접으며 중산층 진입의 꿈을 이어간다. [자료=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이 되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생충 박사로 잘 알려진 서울대학교 서민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기생충은 진핵생물(eukaryote)이어야 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들은 핵막이 없는 하등한 동물들인지라 기생충이 될 수 없다. 

인간의 몸에 붙어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삶의 일정 시기에 사람 몸에 붙어 피를 빨면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벼룩이나 빈대가 기생충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생명체라 할 수 있다. 

서 교수는 '그렇다면 엄마의 자궁에서 일정 기간 생존하는 태아는 어떨까요?' 라고 다소 당혹스런 질문을 던진다. 정답은 ‘아니다’이다. 태아도 엄연한 인간이기에 서로 다른 종의 생물체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 

'서로 다른 종의 생명체와 관계를 맺는다'는 대목에서 이 영화의 제목이 뭔가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극중 연교(조여정 扮), 박 사장(이선균 扮), 다혜(정지소 扮) 가족과 개인 과외선생, 운전기사, 파출부로 구성된 기택(송강호 扮)의 가족은 모두 같은 종인 '호모사피엔스'다. 박 사장네 냉장고서 제 아무리 영양가 있는 음식을 훔친다고 해도 이 과학적 사실 만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딱 맞아 떨어지는 제목 '기생충'

그들이 처한 세상은 극한의 자본주의 사회다. 가난한 자를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게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숙주가 오히려 종숙주나 유충의 피를 빨아먹는 게 자본의 논리이며, 대부분은 금력으로 계급이 나눠진 질서에 숙응하며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기생충'이라는 제목은 인간 사회를 특징하는 상징을 적절하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기우네 가족사를 지켜보는 내면의 불편함은 우리 자신이 생산하는 재화의 부족함을 늘 깨달으며 사는 데서 기인한다. 그래서 나눌 것이 없고, 남을 배려하는 공생 또한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찾는 위안은 고작 '적어도 우리 집은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가족 전원이 백수는 아니다' 정도. 참 불편한 위로다.

"기생충으로 사는 건 사실 힘든 일이다 … 회충이 고기를 좋아한다 해도 채식주의자의 몸 안에 있다면 고기를 먹을 도리가 없다 … 게다가 숙주가 술을 마신다면 회충도 같이 취해야 하고, 숙주가 단식원에 들어가면 같이 쫄쫄 굶어야 한다" - 서민 

<참조기사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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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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