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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운명 결정한 COP26 협상 현장 내부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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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운명 결정한 COP26 협상 현장 내부 살펴보기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에서 각국 협상가가 인류를 기후변화라는 혼란에서 구원하려 서두르면서 현실을 완전히 인지하지 못하기 쉽다.
By JOCELYN TIMPERLEY, WIRED UK

중대한 연설과 발표 모두 끝났다. 그러나 실질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각국 지도자가 기후 콘퍼런스 COP26 개최지인 글래스고를 떠난 후, 각국 대표단이 기후변화 노력 협상이라는 콘퍼런스의 주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COP26 개최 직후 각국 지도자가 약속한 것보다 더 기술적인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대표단의 협상 과정은 각국이 실제 기후 대응을 전달할 방식을 설명하는 규정과 타협, 약속 등을 결정한다. 기후변화라는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고자 한다면, 바로 대표단의 협상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COP26은 시작부터 어려움이 가득했다. 보안 검사를 통과하려는 긴 대기 줄과 입장 현장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협상 현장에 참석하려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많은 시민 단체가 2021년 협상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알록 샤르마(Alok Sharma) COP26 의장이 이번 COP26은 지금까지 진행된 기후 콘퍼런스 중 가장 큰 포괄성을 지닌 회담이 될 것이라고 재차 확언해도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협상 대표단에는 이번 COP26 참석 과정이 공항 입국 심사 과정과도 같았다. COP26 현장에서 밤을 새워야 했으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끼니도 제때 먹지 못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피곤한 상태에서 협상 상대국 대표를 상대로 자국의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해야 했다. 기후변화 대응 협상은 매우 피곤한 과정이었으며, 2주간의 회담이 끝날 때쯤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COP26 투명성 대화 현장에 참석한 코스타리카 협상가이자 통틀어 AILAC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집단을 대변한 아그리피나 젠킨슨 로하스(Agripina Jenkins Rojas)는 “수많은 과정이 이루어졌다. 많은 대표단이 피곤하고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였으며, 끼니를 때우거나 협상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협상이 잠시 중단되었을 때, 협상단은 초안 서류를 검토해 자국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도록 확인하고는 다른 국가와의 논의 현장에서 이루어진 비공식 모임에 참석하거나 자국 대표단을 통해 정보를 다시 전달받아야 했다. 젠킨슨 로하스는 “협상 현장에서는 당시의 날짜도 잊었다. 목요일인지 금요일인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다음 회담에 참석해야 한다는 점만 알았다”라며, 논의 당시 협상이라는 각종 압박과 함께 긴장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 관계자 모두 협상 서류에 자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낀 때가 많았다. 그에 따라 논의 도중 격양되기도 했다. 실제로 논의 도중 일부 협상가가 흥분한 것을 보았다”라고 협상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이번 기후 콘퍼런스에서는 몇 가지 다른 협상 흐름이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기술 전문가가 모든 국가의 협상 의지를 이야기하고자 한 주요 회의 시간대에서 이어진 별도의 논의였다. 투명성 논의와 관련, 대표단은 COP26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각국의 기후 대응 과정 보고 방식의 합의점을 찾아야 했다. 젠킨슨 로하스는 “투명성은 파리 협정의 중추이다. 투명성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각국의 노력이 파리 협정에서 약속한 사항에서 얼마나 진전을 거두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협상 현장에는 협상문을 작성하고, 주요 회의 현장에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한 인력 60~70명이 있었다. 그러나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의 수석 협상가인 리아 니콜슨(Lia Nicholson)은 매일 긴 대기 줄을 거쳐야 협상 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니콜슨은 “협상 현장의 긴 대기 줄과 접근성 문제는 기후변화 관련해 여러 사안에 걸친 군소 도서 국가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실제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초까지 시민 사회의 협상 현장 참석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기후변화 논의에서 발전을 거둘 결과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는 여러 비영리 단체의 주요 산하 기관 중 하나인 기후대응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 총괄인 타스님 에소프(Tasneem Essop)는 “CAN은 COP26에 참석할 수 없다. 입장권도 받지 못했다”라며, “협상 현장에 갈 수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협상실에 출입할 수 없었던 기자와 달리 CAN 대표단은 보통 입장이 허용됐다. CAN 대표단은 협상 현장에서 협상단을 관측하고는 간혹 대화에 초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개최된 COP26에서는 코로나19 안전 문제 때문에 COP 개최 기관을 찾으려 현장에 도착한 비영리단체는 입장권 발권 시스템 사용 안내를 받았으며, CAN 인터내셔널은 입장권을 두 장만 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소규모 단체 수백 곳의 의견을 대표하는 CAN 대표단 중 단 두 명만 현장에 출입해, 6세션으로 동시에 이어서 진행되는 협상 현장에 출입해 협상 상황을 관측해야 했다. 에소프 총괄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CNA 인터내셔널은 협상단과 이야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협상 경험이 많은 CAN 인터내셔널 수석 자문위원 하지트 싱(Harjeet Singh)은 협상 현장 내부에 시민 단체 관계자가 있다는 사실은 곧 협상 도중 여러 국가의 진전 압박을 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싱은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압박을 가해 상대를 설득하려는 대표단이 있다면, 시민 단체가 정보를 입수하고 상황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내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린다. 결국, 대표단에 압박을 가하고 서로 용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협상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국제환경법 센터(CIEL)의 수석 변호사 세바스티안 듀크(Sébastien Duyck)는 협상 시작과 동시에 현장 관찰단이 COP26 협상 개최 후 첫 이틀간 의미 있는 협상 장소를 갈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협상단이 이번에 접근하지 못한 협상 첫 이틀은 시민 단체 소속 관찰단 대부분이 현장에 접근하는 때이다. 보통 관찰단은 협상이 과열되는 협상 단계 후반부에 협상 현장 퇴장 요청을 받기 때문이다.

듀크는 “COP26은 시작부터 문제투성이였다. 과거 12차례 기후 콘퍼런스 현장을 방문한 경험과 비교했을 때, 이번 COP26 상황은 전례 없는 일이다. 상당수 개발도상국 대표단은 코로나19 때문에 현장 참석이 어려웠으며, 코로나바이러스를 고국으로 전파할 위험성이 있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 출신 대표단은 별도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했으며, 결과적으로 모든 대표단이 과도한 숙박비를 청구한 호텔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라며 비판했다.

대표단은 가상 플랫폼을 통해 협상 현장 내부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었으나 기술적 문제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상 플랫폼도 이용할 수 없었다. 11월 2일(현지 시각), UN 기후변화(UN Climate Change) 사무국은 대표단에 COP26의 물리적 현장과 가상 현장의 접근성 문제 관련 불편함을 공식으로 사과하는 메일을 보냈다. UN 기후변화 사무국의 공식 메일에는 COP26 개최 당일부터 첫 며칠은 협상 접근 과정을 파악하고, 많은 참석자와 직원이 코로나19 관련 이동 조치와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작성됐다.

그러나 시민사회 단체 소속 참석자 중 COP26의 문제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조치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 이들이 적지 않다. 에소프 총괄은 “COP26 접근 문제가 안타깝다. 특히 남반구 국가에서 온 참석자를 포함해 모든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가 COP26 개최지까지 찾아온 뒤 실제 협상 현장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종의 무례한 대우를 받았다. 이는 COP26 개최 기관이 기후변화 협상 과정에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가 없어도 되며, 협상과는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지녔음을 의미한다”라며 쓴소리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nside the Negotiations to Decide the Fate of Our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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