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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Kingdom)이 예견한 정치적 바이러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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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Kingdom)이 예견한 정치적 바이러스 시대
김효정 수원대학교 객원교수 "소중한 이의 희생을 먹고 자라는 '희망'이라는 단어"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 본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Kingdom)'의 두 번째 시즌(김성훈, 박인제 연출)이 노출되기 전, 미국 헐리우드 선셋 대로에는 주지훈과 배두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대형 옥외 광고판이 내걸렸다. 이는 뉴욕 타임스퀘어 중심을 장식한 LG의 네온사인 광고 만큼이나 상징적인 일이다. 그만큼 킹덤을 향한 기대가 미국 시장에서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9년 1월에 론칭한 킹덤의 첫 시즌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영미권을 비롯해 유럽 전역과 남미에서도 대대적인 히트를 쳤다. 넷플릭스가 공식적인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뷰어들 사이에서 ‘사극’이라는 단어가 마치 고유명사인양 통용되는 것을 보면 영화 ‘기생충’에 버금가는 큰 팬덤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시즌2 역시 전 시즌에 준하는 혹은 넘어서는 화제를 모았다. 연기, 스펙타클, 스토리 전개 등 대부분 전편과 친숙한 구성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실성(Actuality)이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이번 드라마가 발표된 지 이틀 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포했다. 다시 말해 드라마 속의 역병이 스크린 밖에서는 현실이 된 것이다. 그즈음 드라마를 본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이야기 속 바이러스 창궐을 실제로 겪은 셈이니, 이보다도 더 실감나는 4D가 어디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헐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의 보도대로, 킹덤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보다 “덜 비현실적이고, 덜 도피적인 드라마”가 돼버렸다. 

현실의 코로나 사태와 킹덤의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단순히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 혹은 진압과정 뿐만이 아닌 그 이면의 정치 드라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킹덤의 장르를 좀비 블록버스터가 아닌, 정치 사극, 호러 스릴러로 분류했다. 킹덤의 정치성은 기존에 제작됐던 수많은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좀비 블록버스터의 신호탄이 되었던 ‘레지던트 이블’, 이후에 제작 된 ‘28일 후’, ‘좀비랜드’ 등 대부분의 헐리우드 좀비 블록버스터는 인간과 좀비의 전쟁, 혹은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스펙터클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반면 킹덤은 전염병이 돌고난 후 이를 두고 바쁘게 움직이는 정치권 간 갈등과 패권 다툼을 묘사했다.

마땅히 해야할 조처를 할 수 없게, 알수 없는 이유로 반기를 들거나 출처 불명의 음모론을 펼치는 정치인들을 우린 지난 3개월 동안 흔히 봐왔다. 이런 맥락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이용해 패권을 장악하려는 혜원 조씨 일가와 이를 막으려 하는 세자, 이창의 대립은 드라마틱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킹덤의 '현실적인 선택'은 정치적인 묘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마주하는 주인공들의 생사에도 과감하게 개입한다. 가령, 시즌 2에서는 세자의 호위무사 무영(김상호), 안현대감(허준호), 덕성(진선규)을 포함한 핵심인물들이 모두 죽음을 맞는다. 

이는 시즌 진행 중에는 때 다소 의아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심히 보면 캐릭터 마다 죽음에 대한 설정이 세심하게 고안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죽음은 무더기 전투씬에서 이뤄지는 허망한 죽음이 아닌, 절체절명의 순간 어쩔 수 없이 그러나 전략적으로 이루어지는 귀한 희생이다. 캐릭터가 맞는 죽음의 순간에는 그에 마땅한 명분과 서사, 영예가 부각된다. 이들의 희생은 내적으로는 구원의 통로를 열었고, 외적으로는 우리가 조금 더 희망적인 시즌3의 이야기를 기다리도록 만들었다.

현실과 가장 먼 주제로 시작했으나 현실을 관통하는 얘기가 돼버린 킹덤은 참으로 보기 드문, 그리고 급진적인 드라마다. 킹덤이 반사하는 현실성에 다소 우울한 기시감이 들면서도 흥분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방법 때문이다. 나의 희망은 소중한 이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킹덤 속의 조선 땅에서도, 현재 역병과 사투 중인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글 김효정 수원대학교 영화영상학부 객원교수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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