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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일상화, 두려움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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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일상화, 두려움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
이동훈 소장 "새로운 변화에 발맞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BC와 AC는 이제 Before COVID-19, After COVID-19로 불린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이런 신조어를 발생시켰을 정도로 사회·경제·정치·일상생활 등 많은 영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UN 세계 여행기구는 앞으로 국제여행 하는 사람의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장관도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자유 질서 시대가 저물고 과거의 성곽 시대(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사태는 개인의 삶에도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문화다. 코로나 이전에도 키오스크, 무인결제 시스템 등 비대면 서비스가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자제가 권고되며 학업, 진료, 근무 등 생활 전반에 원격 서비스가 도입됐다.

이런 언택트 문화의 확산은 업무 및 교육 방식에서의 혁신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야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외출 제재가 시행되며 전 세계적으로 위기를 맞은 가정이 급증했다. '코로나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의 피해도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가정폭력 건수가 전국적으로 3분의 1가량 늘었고, 여성인권단체 'DC 세이프'는 최근 2주 동안 미국의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증가하였으며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3%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외출 자제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와 피로감, 불안감등이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방법을 통해 표출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개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4월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15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47.5%가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50대는 52.2%, 30대 46.5%, 10대 40.0%가 불안 및 우울감을 보고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불안 및 우울감은 직업과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했으며, 국민 20.2%는 코로나19로 수면장애를 경험했다. 코로나19가 안겨준 스트레스는 메르스의 1.5배, 경주·포항 지진의 1.4배, 중증질환의 1.3배, 세월호 참사의 1.1배 등 다른 재난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5점 척도 기준 4.1점으로 나타나 메르스(2.8점), 경주·포항 지진(2.8점)보다 높았다.

성균관대 외상심리 건강연구소가 지난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구 참여자의 대부분인 93.2%가 코로나로 외출에 지장을 받았으며, 86.3%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꺼렸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 및 공적인 일정과 계획에 지장을 받은 연구참여자도 각각 91.2%, 85.2%였다. 외출 및 활동범위의 제약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의 82.3%에 달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일상성의 경험과 두려움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심각한 감염지역이었던 대구 및 경북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코로나로 인한 수입 감소 및 병원을 이용하거나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더 많이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감염이 심각할수록 코로나 이후의 삶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한 두려움을 높게 보고했다. 

경기연구원과 성균관대 외상심리 건강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코로나 사태가 사회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시사한다. 물론 코로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재난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곤 했다.

성균관대 외상심리 건강연구소는 지난 2016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정신건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참여자의 90%는 본인 또는 가족이 메르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보였다. 절반 정도는 불안, 우울 등 '정서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했고, 연구 참여자의 95%가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해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고 답변했다. 

해외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이 전염될 수 있는 미지의 바이러스는 수십만 종이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시대'의 서막을 알릴 뿐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우리 삶에 빠르고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고, 앞으로 우리 삶은 새로운 기준인 '뉴 노멀'에 따라 변화할 거라는 뜻이다. 

이미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종이 메뉴판 대신 QR코드를 이용한 메뉴판이 등장했다. 싱가포르에는 QR코드로 택시 및 점포의 출입기록을 확인하는 '세이프 엔트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소셜미디어기업인 트위터와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업 스퀘어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무기한 허용했다.

앞으로는 이런 기술적 방역은 물론 그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 심리적 디스트레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심리적 방역 또한 더불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시민에게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을 살펴보는 다양한 연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심리건강을 돌볼 수 있는 상담서비스도 동반돼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중앙방역대책본부 및 보건복지부에서 비대면 무료상담 및 전문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비대면 문화가 지속됨에 따라 보다 많은 심리상담 현장에 전화와 화상을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 기술이 도입돼야 한다. 대면 상담 또한 상담서비스의 효과와 질을 유지하며 비말로 인한 감염을 방지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BC가 지나가고 AC를 맞이해야 하는 지금, 우리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새로운 변화에 발맞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 이동훈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소장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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