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잠비나이가 전하는 반전이 있는 K-POP
상태바
잠비나이가 전하는 반전이 있는 K-POP
국악기가 가진 긍정의 힘, 세계와 만나다
[사진=한희재]
[사진=한희재]
국악과 록 음악의 조합이라니! 가장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융합하는 매커니즘부터 특별하다. 국악 기반 록밴드 잠비나이(Jambinai)는 ‘글래스톤베리’, ‘헬페스트’, ‘엑시트’를 포함한 여러 굵직한 세계적인 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랐던 ‘한류의 주역’이다.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잠비나이 멤버들이 생각하는 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5인의 멤버 중 3명이 국악 전공 출신이다. 처음 밴드를 결성한 건 그 셋이지만, 굳이 국악기를 ‘국악’으로만 보지 않으려 했다. 전통이라는 틀에 국악을 가두기 보다는 ‘악기’ 그 자체로서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리듬 악기인 베이스나 드럼을 쓰면서 음악적 ‘틀’을 허무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잠비나이의 리더, 메인 작곡가 이일우 [사진=한희재]
잠비나이의 리더, 메인 작곡가 이일우 [사진=한희재]
잠비나이의 리더이자 메인 작곡가인 이일우는 피리 연주자로 살았고, 지금도 피리 연주자로 무대에 선다. 해금 연주자 김보미도, 거문고의 심은용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합류한 베이스 연주자 유병구는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후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다 잠비나이와 연이 닿았다. 델리스파이스 등 유명 밴드와 함께 연주해온 드러머 최재혁은 잠비나이와 만나 포스트록밴드 연주자가 됐다.

각자 다른 악기를 다루기는 해도 억지로 합을 맞추어나가려고 애쓰지 않는다. 피리, 가야금, 태평소, 기타, 해금, 베이스, 드럼 모두 원래의 그 연주법 그대로다. 다만 서로의 연주가 가려지지 않게끔, 모든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리듬’을 추구한다.
 
잠비나이 해금 연주자 김보미 [사진=한희재]
잠비나이 해금 연주자 김보미 [사진=한희재]
대중음악이 4분의 4 박자, 4분의 3박자, 8분의 6박자의 익숙한 리듬 패턴을 자주 차용했다면, 잠비나이는 5박자, 7박자, 9박자 등 박자를 세는 방법부터 차이가 난다. 리듬 악기인 드럼을 담당하는 최재혁에게는 이런 변주가 도전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런 패턴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고생을 했어요. 지금은 재미있는 시도라고 보고, 같이 호흡하고자 다섯 멤버가 각자 노력하고 있어요.”
 
잠비나이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 [사진=한희재]
잠비나이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 [사진=한희재]
여러 대중음악평론가들이 잠비나이의 음악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형식을 파괴하는 음악, 화학적 프로그래밍. 전주도, 후렴구도 구태여 나누지 않았다. 자연히 고조되는 감정에 따라 흘러갈 뿐이다.

음악 세계에 대해 묻자, 이일우는 잠시 고민했다. “(작곡을) 못 배워서 그렇다”며 웃음기 어린 농담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잠비나이의 음악에는 확신이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작곡 교육을 받았다면 그 틀 안에서만 곡을 만들었겠죠. 그렇게 때문에 저희의 음악이 지금과 같지 않은가 싶어요. 들었던 음악, 길거리를 다니면서 떠올랐던 영감들, 사운드들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거죠.”
 
[사진=잠비나이]
[사진=잠비나이]
이런 음악이 잠비나이 만의 개성 넘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라고도 생각한다. 최재혁은 다시 진지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한 앨범이 다 음악이라든가, 한 공연이 계속 똑같은 (음악을) 반복한다면 저도 지겹게 느낄 거예요. 그러한 측면도 저희 안에서는 알게 모르게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어요. 새로운 발상을 갖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 중이죠.”

남극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대륙에서 공연을 하고 팬덤을 쌓았다. 왜 해외 팬들에게 인기가 많으냐는 질문에 이일우는 “음악이 좋아서 그래요”라고 당차게 답했다.
 
[사진=잠비나이]
[사진=잠비나이]
“예전에 이런 인터뷰를 받았을 때, 사실 낯선 국악기가 주는 낯설지 않은 음악에 (해외 팬들이) 좋아하지 않았겠냐고 겸손한 척을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은, 음악이 좋으니까가 아닐까요?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그 사람이 좋으니까 좋은 거지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같은 질문에 대해 심은용은 잠비나이 특유의 무대 장악력이 큰 매력포인트가 아니었겠냐고 말했다. “라이브를 보시는 분들이 저희의 에너지에 충격을 받고 가시는 것 같아요. 잠비나이를 보면 라이브는 꼭 봐야 한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거든요.”
 
잠비나이 베이스 연주자 유병구 [사진=한희재]
잠비나이 베이스 연주자 유병구 [사진=한희재]
국악기를 들고 해외 공연을 나갈 때, 음향은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잠비나이 음향을 담당하는 조상현 엔지니어는 공연장의 규모나 형태와 관계 없이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이끌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잩은 해외공연에서 가장 큰 근심거리는 무엇일까. 유병구는 악기운반이라고 단언했다. “국악기는 아무래도 나무로 만들어졌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죠.” 특히 비행기를 타는 경우 걱정이 많다. 악기가 손상을 입는다면 대체악기를 찾거나 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니 늘 조심스럽다.

가끔은 현지 인프라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김보미는 대서양에 있는 작은 섬인 마데이라에서 공연을 추억했다. “큰 페스티벌은 아니고, 리조트 안에 있는 작은 간이 무대에서 소규모 공연을 진행했어요. 현지 전력사정이 좋지않아 공연 도중 전기가 나가는 일이 반복됐어요. 그래도 관객과 스태프 모두 여유를 가지고 대처한 덕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잠비나이 드럼 연주자 최재혁 [사진=한희재]
잠비나이 드럼 연주자 최재혁 [사진=한희재]
한류 속 잠비나이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일우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전통 악기를 쓰는 것과 새로운 한국 음악 장르를 알리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최신 유행을 담당하는 파트로서 K-POP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저희는 전통에 기반한 또 다른 음악을 소개하는 사람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 음악 하면 K-POP만 있는 줄 아는데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로서 우리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와이어드 코리아=엄다솔 기자 insight@wired.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