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자료를 판독할 때 의심부위가 보이면 특정 부위 영상을 도드라지게 볼 수 있는 '강조영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영상 소스를 확보하기 위해 MRI 촬영을 또 다시 해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예종철 교수 연구팀은 재촬영 없이도 누락된 '강조영상'을 얻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를 통해 각 질환별로 강조영상이 암의 진단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 고비용의 MRI를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RI는 엑스선 컴퓨터 단층촬영, 초음파와 더불어 임상 진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진단 장비다. 비침습적 방법으로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기 때문에 종양이나 병변을 관찰하며 진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임상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영상의 대조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MRI의 특징 덕분이다.
뇌종양을 진단하는 데 활용되는 T1·T2 강조영상, FLAIR 기법 영상, T1 조영증강 영상 등 여러 가지 대조 영상을 얻어 진단에 사용함으로써 종양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환경에서는 강조영상을 모두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러 장의 강조영상 촬영을 위해 촬영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잡음이나 인공음영 발생으로 인해 진단에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질환진단을 위한 MRI 검사는 의심 질환이 무엇인지에 따라 필수 강조영상이 달라지며, 이후 특정 질환으로 진단명이 좁혀지면서 부득이하게 누락된 강조영상을 확보하기 위한 재촬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의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이라는 딥러닝을 이용해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이 많이 보고되고 있지만, 이 기술을 MRI 강조영상 합성에 사용하면 준비하고 미리 학습해야 하는 네트워크가 너무 많아진다.
또한 이러한 기법은 하나의 영상에서 다른 영상으로의 관계를 학습하기 때문에 몇 개의 강조영상이 존재하더라도 정보 간 시너지를 활용하는 영상 학습기법이 없다.
예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협조·생성적 적대신경망(CollaGAN)’ 기술을 이용해 여러 MRI 강조영상의 공통 특징 공간을 학습함으로써 확장성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대조 영상의 생성 여부와 그에 대한 체계적인 대답 기법을 제안했다.
여러 개의 강조영상 중에서 임의의 순서 및 개수로 영상이 없어져도 남아있는 영상을 통해 사라진 영상을 복원하는 기법을 학습한 후 합성된 영상의 임상적 정확도를 평가, 강조영상 간 중요도를 자동으로 평가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예 교수 연구팀은 건국대 문원진 교수 연구팀과의 협력을 통해 T1 강조·T2 강조 영상과 같이 내인성 강조영상은 다른 영상으로부터 정확한 합성이 가능하며, 합성된 강조영상이 실제 영상과 매우 유사하게 임상 정보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확보한 합성 영상이 뇌종양 분할기법을 통해 뇌종양 범위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합성 MRI 기법(synthetic MRI)에서 생기는 인공음영 영상도 자동 제거가 가능함도 증명됐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추가적인 재촬영을 하지 않고도 필요한 대조 영상을 생성해 시간과 비용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 교수는 "연구에서 개발한 방법을 이용해 인공지능을 통한 합성 영상을 임상현장에서 이용하면 재촬영으로 인한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진단 정확도를 높여 전체 의료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예 교수는 "인공지능이 진단과 영상처리에 사용되는 현재의 응용 범위를 넘어서, 진단의 중요도를 선택하고 진단 규약을 계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독창적인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이동욱 연구원이 1 저자로 참여했으며, 건국대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문원진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인테리젼스' 18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