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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세돌 9단, AI 한돌에 "2·3국은 더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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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세돌 9단, AI 한돌에 "2·3국은 더 준비하라"
은퇴 제1국에서 '한돌'에 92수 흑불계승…"남은 대국 승패보다 최선 다할 것"
이세돌 9단(왼쪽)이 이창율 NHN 팀장과 함께 은퇴 경기 제1국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준영/와이어드코리아]
이세돌 9단(왼쪽)이 이창율 NHN 팀장과 함께 은퇴 경기 제1국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박준영/와이어드코리아]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은 알파고 때와는 달리 인간의 첫승으로 끝났다. 이세돌 9단이 NHN의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HanDol)'과의 첫 경기를 통쾌하게 제압한 것.

"이기긴 했는데 기분이 좋다기보다 개인적으로 좀 허무합니다. 앞으로 열릴 2, 3국에서는 한돌이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네요."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은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렌드 사옥세어 열린 '바디프렌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제1국에서 NHN의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에 92수 흑불계승을 거뒀다.

지난 3월 은퇴를 선언한 이 9단은 고별전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지목했다. 이에 NHN이 자체 개발한 한돌과의 대결이 성사됐다. 2017년 12월 처음 공개된 한돌은 국내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바둑 AI다.

한돌은 올해 1월 국내 탑5 랭커인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에서 전승을 기록했으며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제1국은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진행됐다. 이 9단이 먼저 2점을 놓고 시작하되, 7집 반을 한돌에 주는 방식이다. 2점을 깔고 둔 것에 대해 이 9단은 "프로기사로서 2점을 깔고 둔 것이 처음이라 당황하긴 했다. 근래 10일 동안 바둑만 생각하며 연습에 몰두했는데 솔직히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2점 바둑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승률이 그리 좋진 않았다. 오늘 대국도 5대5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지만 결과가 좋게 나와 의외였다"며 "일반적으로 2점 바둑에서 수비적으로 두는 것은 드물다. 이런 방식이 승률이 높다고 판단해 수비 전략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NHN도 이 9단의 승리에 많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NHN 이창율 팀장은 "이번 패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접바둑을 준비한 시간이 2개월에 불과했고 실제 학습한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여러 프로기사 분들과 테스트했는데 결과가 달라서 당혹스럽다. 물론 이 9단이 잘 둔 것도 승패에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승패를 가름한 결정적 한 수는 78수였다. 해설을 맡은 김만수 8단은 82수를 지목했지만 더 큰 영향을 준 78수가 있었다. NHN은 한돌이 이 9단의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이 9단은 "알파고 때의 묘수는 정상적인 흐름에서 놓으면 안 되는 수였지만 이번엔 프로라면 당연히 놔야 하는 수"라며 "한돌이 예상 못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좀 의외였다"고 답했다.

19일에 열리는 제2국은 동등한 상태에서 두는 '호선'으로 진행된다. 이 9단은 "조금 힘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으로서 뭔가 보여드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최선을 다하면 기적이 일어나는 것처럼 은퇴 대국인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NHN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9단은 "은퇴 대국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2, 3국 모두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것만으로도 인간으로서 충분한 모습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 팀장 역시 "호선에 대해서는 한돌 역시 학습이 끝났다.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안정성 위주로 확인해서 바둑이 좋아하는 분들이 대국을 재미있게 즐기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내일은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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