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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한돌에 아쉽게 불계패 "졌지만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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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한돌에 아쉽게 불계패 "졌지만 잘 싸웠다"
은퇴 제3국에서 바둑 AI '한돌'에 181수 불계패, 1승 2패로 대회 마무리

이세돌 9단이 결국 인공지능(AI)을 넘어서지 못했다. 은퇴 고별전 최종국에서 NHN의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에 패하며 1승 2패로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 9단은 21일 전라남도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진행된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제3국에서 이 9단에 181수 불계패했다. 마지막 대국이 열린 신안군은 이 9단의 고향이다.

19일 열린 2국을 한돌이 이기면서 3국은 지난 1국과 마찬가지로 이 9단이 먼저 2점을 놓는 '접바둑' 형태로 진행됐다. 이 9단은 흑, 한돌은 백을 잡았다.

서로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던 1·2국과 달리 3국은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졌다. 시작부터 우하변에서 이 9단과 한돌은 2시간 넘게 공방전을 이어갔다. 이 9단은 우하변 싸움에서만 제한시간 2시간 중 1시간 20분을 소모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인 실리 싸움에서 앞선 한돌은 2국과 마찬가지로 두터운 바둑을 두며 이 9단을 압박했다. 제한시간을 모두 소모하고 초읽기에 몰린 이 9단은 특유의 공격 바둑으로 한돌을 흔들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돌의 탄탄한 방어에 기회를 찾지 못한 이 9단은 경기 시작 4시간 30여분만에 돌을 던졌다.

해설을 맡은 이영구 9단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는 초반 우하귀 싸움이었다. 어려운 수 싸움에서 양쪽 모두 묘수로 응수했다. 하지만 팻감에서 이 9단이 아쉬움을 남기면서 우하귀 싸움 이후 한돌 승률이 30%로 올라섰다"며 "이 9단에게 큰 실수가 보이지 않았지만 부분 부분에서 조금씩 승률 하락을 초래했다. 한돌의 백 97과 99가 기막힌 맥이었다. 이 9단이 강수를 두면서 자신의 바둑을 뒀지만 한돌의 벽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유창혁 9단 역시 "AI와의 대국은 초중반이 가장 중요하다. 초중반에 밀리면 AI의 완벽한 끝내기에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국도 비슷한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흑)과 NHN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백)'의 최종국 기보. [사진=NHN]
이세돌 9단(흑)과 NHN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백)'의 최종국 기보. [사진=NHN]

◆이세돌 9단 "패했지만 행복한 경기, 24년 4개월 바둑 인생 행복했다"

이번 대국에 대해 이 9단은 "초중반까지는 나다운 바둑을 뒀는데 중반에 예상 못한 수에 당해서 많이 흔들렸다"며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난 1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접바둑만 놓고 보면 한돌은 그렇게 강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아니라 좋은 후배들이었다면 너끈히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 9단은 고별전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4번째 게임을 이기면서 이 9단은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승리한 유일한 인간으로 남았다.

앞으로 AI를 상대할 기사들을 위한 조언을 묻는 질문에 이 9단은 "사실 2국은 흑보다 승률이 더 높아 보이는 백으로 두는 전략을 준비했다. 하지만 흑을 잡게 되면서 일방적으로 당해 아쉽다"며 "동등한 조건에서 두는 '호선'이 아닌 2점 바둑을 기준으로 조언하자면 AI가 원하는대로 포석을 펼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백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 9단과 맞붙은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올해 1월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에서 전승을 기록했으며 계속된 학습 끝에 3.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한돌은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한돌 3.0의 현재 기력은 4500점(ELO레이팅)을 넘는 수준으로, 2016년 이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 2017년 커제와 대결한 '알파고 마스터'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4년 4개월의 프로기사 생활을 접는 이 9단. 그는 "예전엔 '바둑이 인생'이란 말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인생의 반환점, 전환점'으로 말하고 싶다"며 "바둑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즐거웠던 순간뿐이다. 오늘도 졌지만 이렇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은퇴하고 나니 모든 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프로 생활을 떠나도 제 인생의 절반 정도는 바둑이 계속 차지할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겠지만 편안하게 준비할 것"이라며 "다시 태어나면 프로는 아니더라도 바둑은 또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NHN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과 최종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NHN]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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