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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체계, 모두 붕괴...현지 의사 ”가자지구 위기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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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체계, 모두 붕괴...현지 의사 ”가자지구 위기 임박”
다수 의사가 마취제 없이 수술해야 하는 상황, 가자지구 병원 전체가 부상자를 야외에 배치해야 하는 상황, 사망자를 대규모 무덤에 단체로 매장해야만 하는 상황 등을 전했다.
By GRACE BROWNE, WIRED UK

가자지구 병원 폭격이라는 치명적인 상황 이전에도 가자지구의 보건 체계는 이미 붕괴 직전이었다. 가자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는 최소 3,700명, 부상자 수는 1만 2,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가자지구 보건 체계는 응급환자가 대거 밀려 들어오는 상황을 직면하는 동시에 폭격 여파와 전기 등 공공 기반 시설 차단 여파로 애 먹고 있다.

2023년 10월 1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국방부는 가자지구 북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병원에는 피난길에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아픈 환자로 가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피 명령이 환자와 부상자에게는 사형 선고와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내 최대 규모 의료 시설인 알시파 병원에서 근무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성형외과 전문의 가산 아부시타(Ghassan Abu-Sittah)는 “가자지구 전체 의료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라고 외쳤다. 그는 가자지구 의료 체계 상황을 맨몸이 된 상태와 같다고 말했다.

아부시타 박사는 정형외과에는 골절 부위 안정을 위해 필요한 핀과 막대가 없다고 전했다. 수압은 의료 장비 소독 시 사용하는 멸균 장비를 가동하기에는 너무 약한 탓에 의료진은 어쩔 수 없이 지난 수십 년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보편적이었던 화학 성분이 포함된 소독약을 사용해야 한다. 병원에서 사용할 인공호흡기도 없다. 게다가 부상자를 수용할 병실도 부족하다. 아부시타 박사는 “복도에 대기하는 부상자를 수용할 병실과 병동을 더는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지친 상태이며, 속출하는 부상자를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10월 18일(현지 시각), 아부시타 박사는 부상 부위 감염으로 패혈증을 앓게 된 환자 치료를 도왔다. 그러나 빈 수술실이 없었던 탓에 의사는 제 때 수술할 수 없었다. 결국, 환자는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기 공급을 차단한 지 일주일이 지난 탓에 여러 병원은 예비 전력 발전기에 의존해야 했다. 이제 연료가 위험할 수준으로 낮은 상황이다. 2023년 10월 18일(현지 시각), 국제연합기구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은 가자지구 보건부가 다른 공공시설의 연료를 재분배하여 병원 발전기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의료 시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 회장 자헤르 사루르(Zaher Sahloul)는 “가자지구 의료 시설은 모든 자원이 부족하다”라고 전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전기가 없다면, 가자지구 병원은 자칫하면 시신이 넘쳐나는 건물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Christos Christou)는 알시파병원 외과의사는 진통제도 없는 상태에서 수술한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구성원은 환자가 수술 도중 고통스러워하면서 지르는 비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알시파병원장 무하마드 아부 살미야(Muhammad Abu Salmiya)는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10월 18일(현지 시각) 게재된 글을 통해 현재 알시파 병원은 수용할 수 있는 환자 600% 이상 수용했다고 알렸다. 같은 날 아부 살미야는 AP 통신의 취재에 응하며, “몇 시간 이내로 병원 발전기가 중단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 크리스 행어(Chris Hanger)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알시파 병원은 24시간 내내 부상자를 진료한다고 말했다. 그는 “알시파 병원 관계자는 신속하게 환자를 진단하려 하지만, 사상자 수를 다룰 방법이 없어 병원 체계 전부 붕괴 직전이라고 호소했다”라고 전했다.

메드글로벌 가자지구 북부 지역 최고 의사이자 후삼 아부 사피야(Hussam Abu Safiya)는 “가자지구 북부 지역 의료 시설인 카말 아드완 병원에는 대부분 불에 탄 시체와 금속 파편이 가득 박힌 시체, 부상 정도가 심각한 여성과 아이가 대거 이송된다”라고 말했다. 아부 사피야 박사는 카말 아드완 병원과 주기적으로 연락한다.

또 다른 우려 사항은 질병이 대거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정도로 시신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사루르 회장은 “병원에는 시체가 넘쳐난다”라고 전했다. 아부 사피야 박사는 시신이 부패하면서 물이 오염되어 갑자기 질병 발병 사례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UN OCHA는 18일, 가자지구 폐수 처리 시설 다섯 곳 모두 전력이 부족한 탓에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으며, 오염된 물이 원인이 된 질병 발병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알시파 병원은 대규모 무덤에 시신을 매장한다.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부상이 가장 심각한 환자를 우선 진료한다. 즉, 암을 비롯한 다른 질병을 앓는 환자는 진료를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거나 더는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루르 회장은 “암 등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 대부분 사망할 것이다. 폭탄 공격이 아니라 중요한 의약품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사망 원인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회담 후, 10월 19일(현지 시각) 식수와 의료 물품 공급 지원 목적으로 인도주의 보급 물품 트럭 20대가 이집트와 가자 국경을 드나들도록 허용됐다.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은 21일 오전 10시께(현지 시각) 처음 국경을 넘었다.

반면, 가자지구 보건 체계는 계속 붕괴하면서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병원은 환자가 환자의 사망을 막지 못할 정도로 담당해야 할 환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은 상황이다. 아부시타 박사는 “응급실에는 환자가 한시도 쉴 새 없이 밀려 들어온다. 병원을 찾는 환자를 살리려 한다면, 살릴 수 없다. 의사가 환자를 살리려 진료할 수 없다면, 환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Whole Health System Is Collapsing Around Us.’ Doctors Say Gaza Is on the B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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