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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병원 폭격, 누구의 소행인가?...진실 알기 어려운 이유는 ‘이것’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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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병원 폭격, 누구의 소행인가?...진실 알기 어려운 이유는 ‘이것’ 때문
각종 가짜 정보와 당파적 주장, 사실 검증의 무기화 탓에 가자지구 병원 폭발 공격을 개시한 세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불확실해졌다.
By DAVID GILBERT, WIRED US

현지 시각 2023년 10월 17일 오후 7시께 가자지구 알아흘리 침례 병원에 폭발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몇 분 뒤 당파적 서사와 거짓 정보, 폭격 소식 최초 보도 욕심으로 왜곡한 정보가 쏟아졌다. 사실 검증을 하지 않고 서둘러 관료의 공식 성명을 반복한 주류 언론 기관의 보도 내용이 더해진 탓에 그 누구도 실제 알아흘리 침례 병원에 발생한 일이나 폭격이 발생한 과정 등을 확신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정보 환경에 빠지게 되었다.

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 언론 기관 벨링캣(Bellingcat) 수석 연구원 코리나 콜타이(Kolina Koltai)는 “폭발 현장 영상 공개와 직접 제보한 영상과 상황 분석 내용의 언론 채택 압박이 매우 컸다. 혼란이라는 폭풍이 완벽하게 들이닥쳤다”라고 말했다.

폭격 현장 보도 후 가자지구 보건부는 폭발 원인이 이스라엘 로켓 공격이며, 사망자 수백 명이 발생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 영토를 장악한 하마스의 현재 전쟁이 발발한 뒤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복수 외신이 가자지구 보건부의 발표를 보도하면서 독자의 스마트폰에 이스라엘 로켓 때문에 가자지구 병원에서 치료받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림으로 전송했다. 뉴욕타임스는 “속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백 명 사망…팔레스타인 관료 공식 확인”이라는 내용으로 뉴스 알림을 전송했다.

다수 언론 기관이 독자에게 뉴스 알림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 국방부는 자국 정보국 관료가 병원에 투하된 로켓은 하마스와 동맹을 맺고 이스라엘에 맞서 공격하는 가자지구 내 무장 단체 중 하나이기도 한 팔레스타인 내 이슬람 테러 단체의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번 병원 폭격은 하마스의 개입 없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료는 병원 폭격 당시 팔레스타인 이슬람 테러 세력의 로켓이 병원을 지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주차장에 떨어진 폭발물은 이스라엘 로켓이 아닌 병원을 지나친 이슬람 테러 세력의 로켓 잔해라고 덧붙였다.

복수 언론 기관이 재빨리 이스라엘 측 반박 내용을 반영하여 주요 기사 제목을 변경하고는 독자에게 뉴스 알림을 추가로 전송했다. 이때 뉴욕타임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격 사망자 최소 500명”이라고 작성했다.

이 모든 상황은 가자지구 병원 폭격을 둘러싼 진실 공방의 혼란의 시작일 뿐이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폭격 몇 시간 뒤 이스라엘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에는 병원 폭격은 이슬람 테러 단체 게릴라군이 발사하여 로켓이 경로를 이탈한 결과라는 증거라고 주장한 영상이 게재됐다. 현재 뉴욕타임스에서 근무하는 전직 벨링캣 연구원 아릭 토러(Aric Toler)는 영상에 기록된 시간대가 폭격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현지 시각 오후 8시라는 점을 입증했다.

콜타이는 “현재 가자지구 병원 폭격 관련 주장과 같이 사실 검증이 확실히 되지 않은 정보가 쏟아지면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정보가 확산될 때, 영상 게재 및 삭제가 발생할 때는 사실 검증 전문가는 물론이고, 대중도 실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공식 X 계정의 게시글은 이후 편집되어 영상이 삭제되었다. 그러나 가자지구 병원 폭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은 고수했다.

반면, SNS에는 가자지구 병원 공격의 시작점 증거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영상과 이미지로 넘쳐났다. 또, 많은 영상이 특정 세력을 가자지구 병원 폭격 세력으로 확실히 판단하였으나 실제 상황을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과 같은 사건을 다년간 연구한 오픈소스 정보 분야 다수 전문가는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상황과 거짓 정보에 분노했다.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다량의 거짓 정보는 사실 확인 작업의 어려움을 더한다.

OSINTtechnical를 이용하여 SNS에 익명으로 게시글을 올린 어느 한 오픈소스 정보 연구원은 “밤에 몇 편의 실시간 영상, 보안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로켓을 추적하려 하기 때문에 사실 확인이 어렵다. 게다가 악의를 지닌 세력이 혼란을 더한다. 가자지구 상황을 파악할 정보 출처가 여전히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벽히 분석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원은 사실 검증 작업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언론 기관 때문에 무한한 어려움을 직면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OSINTtechnical 계정에는 “이스라엘 소행이라는 언론 보도는 모든 정보 파악 과정을 망쳤다”라고 비판했다.

콜타이는 유럽의 다른 오픈소스 정보 연구원이 조사에 착수하기 전 가자지구 병원 폭격 몇 시간 동안 발생한 일을 파악하려는 작업을 시작했다. 벨링캣이 18일(현지 시각) 오후까지 가자지구 병원 폭격 발생 과정이나 폭격을 개시한 세력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콜타이가 최초로 조사에 착수한 연구원 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BBC 검증(BBC Verify) 부서도 구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상황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SNS에 확산된 영상 여러 편은 다른 각도에서 본 폭발 사고 상황을 보여준다. 알자지라는 생중계 방송으로 폭발 현장을 먼 곳에서 담은 영상과 가까운 곳에서 담은 영상 각각 한 편씩 공개했다. 18일 아침(현지 시각) 촬영된 영상은 병원 주차장의 모습과 폭격 여파로 발생한 작은 충돌구의 모습을 담았다. 해당 영상에는 파손된 차량의 모습도 담겨있으나 병원 건물 외관은 손상 수준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10월 1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 관료가 적외선 위성 이미지를 포함하여 다각도로 입수한 정보를 보유했으며, 해당 정보는 가자지구 병원의 치명적인 폭격이 이슬람 테러 단체의 소행임을 시사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슬람 테러 단체 소행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 군대는 병원 폭격 피해로 이어진 로켓을 발사한 적이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반복하여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가자지구 테러 조직이 로켓을 잘못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10월 7일(현지 시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오픈소스 정보 연구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SNS에 대거 등장했다. 대부분 오픈소스 정보 연구를 오랫동안 이어온 전문가보다 결론을 더 확신할 수 있는 주장을 펼칠 의사가 있는 이들이었다.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라는 기법으로 인권 탄압 사례를 조사한 포렌식 전문가 프란시스코 세브리곤디(Francesco Sebregondi)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오픈소스 정보 연구원을 자처하는 이들은 “대중의 관심 확보 경쟁을 펼치려 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라며, “당연히 시민 기반 오픈소스 정보 조사의 궁극적인 목표에 피해를 주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픈소스 정보 조사의 목적은 독자적으로 정보를 검증하여 권위주의적 주장과 간혹 정보를 잘못 파악한 정부 관료의 계정에 게재된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세브리곤디는 서둘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 상황 분석 내용을 SNS에 게재하는 오픈소스 정보 조사 계정이 게시글을 게재하는 즉시 팔로워가 상황을 잘못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다만, 어떤 내용이든 이미지나 자료, 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최대한 빨리 새로운 콘텐츠나 자칭 분석 결과를 게재하고자 하는 일부 오픈소스 정보 연구원에 의존하여 정치적 이익에 따라 활동하는 세력의 주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어느 한 세력이 주장하는 특정 사건 관련 관점의 지지도를 더하거나 줄일 수 있다.

최초 보도 권한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 이외에도 새로운 정보를 한발 빨리 게재할 때 금전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도 살펴볼 수 있다. 이에, 콜타이는 X의 매출 공유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정확하지 않더라도 최초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전한다면, 실제로 정보 공유 대가를 받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사실 확인과 오픈소스 정보 조사는 오랫동안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유포된 거짓 정보를 무력화할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온라인 거짓 정보 추적 작업을 담당한 메릴랜드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이자 행동 과학자인 캐롤라인 오(Caroline Orr)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을 기점으로 오픈소스 정보 연구원의 표현이 사익을 추구하는 세력이 채택하는 정보임이 입증됐다.

오는 X에 “거짓 정보 연구 시 가장 우려하는 순간은 사실 검증이 무기화된 현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대다수 시민은 가자지구 병원 폭격 피해의 진실을 신경 쓰지 않는다. 단순히 상대의 주장에 반박할 사실을 찾는 데만 혈안이다”라고 게재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o’s Responsible for the Gaza Hospital Explosion? Here’s Why It’s Hard to Know What’s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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