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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원유·가스 공급 중단, 유럽에 혼란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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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원유·가스 공급 중단, 유럽에 혼란 유발
러시아에서 유럽연합으로 연결된 노스 스트림2 파이프라인이 중단되었다. 유럽은 러시아 대신 원유와 가스를 확보할 곳을 찾지 못했다.
By CHRIS STOKEL-WALKER, WIRED UK

2015년, 110억 달러를 투자한 노드 스트림2(Nord Stream 2)가 발표되었을 당시 유럽에 성공 전망이 불투명한 새로운 미래를 약속했다. 시베리아 서부 지역에서 독일 육로까지 발트해 아래를 교차하면서 독일에 원유와 가스 공급을 보장했다. 더 나아가 독일과 공동의 이익을 지닌 유럽 에너지 시장에도 각국의 국경을 쉽게 오가며 천연가스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노드 스트림2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도록 건설되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일부를 침공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압박을 추가로 행사하려는 의도였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이루어지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 계약은 2024년이면 갱신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 공급 계약 갱신 포기를 염두에 둔 듯하며,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가스를 전부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한다. 러시아가 세계 에너지 공급 국가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른 국가를 오랫동안 위협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 편안함과 꾸준한 가스 공급 확보 필요성은 지정학적 요인을 장악하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호했다. 유럽의 국내 가스 생산량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발표 기준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9% 하락했으며,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노드 스트림2를 추진하면서 발트해 아래에 7년간 거대한 송유관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나 결국 노드 스트림2 추진이 시간과 비용 낭비가 되었다. 2022년 2월 24일 이른 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앞서 노드 스트림2 계획이 지연되었다. 그와 동시에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중대한 의문사항이 제기됐다. 파리 정치대학 교수인 티에리 브로스(Thierry Bros)는 “노드 스트림2 계획 지연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문제를 담고 있다. 이번에 제기된 유럽의 에너지 안보 위기는 유럽과 유럽의 판단력 부재를 향해 제대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스와 원유 수입에 의존해 자국 경제를 지지하면서 더 나아가 전쟁 위협 시도에 크게 의존하던 러시아에도 타격을 가한다.

노스 스트림2 계획이 절정을 기록했을 때, 총 1,230km 길이의 송유관으로 2021년에만 총 550억㎥를 기록한 유럽 시민의 가스 소비량 1/10 수준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최신 데이터인 2021년 2분기, 러시아는 유럽 전체 가스 수입량의 약 50%를 차지했다. 노드 스트림2에 앞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원유와 가스 공급을 위해 추진된 프로젝트 노드 스트림은 유럽연합을 위한 가장 중요한 가스 공급 경로가 되었다. 유럽에는 가스 수입이 매우 중요하다. OECD 국제에너지 기구 데이터(IEA) 기준 유럽 전역의 가스 수입량은 수출량 대비 3배, 자국 가스 생산량 대비 2배 더 많다.

2월 22일, 독일은 수입산 가스 공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노드 스트림2 송유관을 통한 가스 공급 과정을 중단했다. 다음날 미국은 노드 스트림2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 지도부를 겨냥한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아날레나 베르보크(Annalena Baerbock) 독일 외교부 장관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될 노드 스트림2 프로젝트 중단이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베르보크 장관은 기자를 향해 “독일 정부에는 노드 스트림2 중단이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태도를 보여줄 중요한 일이다. 또한, 독일은 노드 스트림2 중단 이후 국가 경제에 발생하는 여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유럽의 평화와 자유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베르보크 장관이 평화와 자유를 값으로 매길 수 없다고 말했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전 러시아 대통령은 노드 스트림2 중단의 금전적 대가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유럽인이 곧 천연가스 1,000 ㎥ 당 2,000유로(2,225달러)라는 큰돈을 부담하게 될 새로운 세계를 환영한다”라는 발언을 했다. 다음날 유럽의 가스 가격이 12.7% 상승한 1,000 ㎥ 당 927유로(1,030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가스 업계의 요구를 자국에 유리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수석 연구 펠로인 아디 이스미로빅(Adi Ismirovic)은 “기본적으로 카르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러시아는 가스 공급량을 줄이면서 더 비싼 가격에 가스를 수출할 수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노드 스트림2 중단 효과는 2022년 말까지 자국에 남아있는 핵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단 2개월 만에 에너지 공급 부족 사태를 겪는 독일에 어려움을 가할 것이다. IEA는 2020년, 핵에너지가 독일의 에너지 소비량 중 약 6%를 차지했으며, 2005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핵 발전소 재가동은 정치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목표 달성 완료 시점을 2030년으로 정한 독일의 단계적 석탄 사용 중단 계획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브로스 교수는 “유럽은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견해 제시에서 현실을 향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더 현실적인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 정책을 다루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브로스 교수는 독일의 청정에너지 사용 추진을 위한 태도가 곧 들이닥칠 에너지 위기에 더해질 것이며, 독일의 가스 공급에 차질을 빚도록 한 문제가 핵에너지와 석탄 에너지에도 반복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노드 스트림2 중단 이후 독일만 가스 공급 압박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유럽 여러 국가는 복잡하게 상호 연결된 송유관을 보유했다. 즉, 유럽 어느 곳에나 전달된 가스를 유럽 내 다른 국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가 공개한 데이터의 계산 결과 기준, 가스 송유관 1만 7,204km가 유럽 전역에 건설되었거나 건설 계획이 제한된 상태이다. 전체 비용은 720억 달러에 이른다. 독일이 주요 가스 공급 원천을 잃게 된다면, 유럽 전역의 가스 공급 격차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유럽이 부족한 가스 공급을 보완할 방법은 확실하지 않다. 유럽 내 가스 생산량에 이미 장기적인 하락세가 발생한 상황에서 그 여파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IEA는 추후 5년간 노르웨이를 제외한 유럽의 에너지 생산량이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스 생산량 감소의 주된 원인은 네덜란드의 가스 생산 중단 행보이다. 네덜란드 전체 가스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네덜란드의 대규모 가스 생산 지역인 흐로닝언 가스 생산지는 2025년이면 전면 폐쇄될 예정이다. 게다가 영국이 소유한 북해 가스 생산지 수익이 감소할 것이다.

영국은 주요 가스 공급 원천이라는 권력을 잃게 될 것이며, 언제든지 변화가 이루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 2월 10일(현지 시각), 영국 에너지부는 2019년, 강도가 약한 지진 발생의 여파로 가스 생산을 중단한 뒤 자국의 셰일가스 생산지 단 두 곳을 영구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셰일가스 생산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았지만, 갈수록 비용 지출 부담이 커지는 북해 공급량을 대체할 잠재적인 새로운 가스 공급 원천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지녔다. 풍력에너지와 태양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 자원이 유럽 에너지 공급에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일조량과 바람량이 많을 때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수소 등 더 널리 보급된 에너지 원천으로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가스 공급 격차를 보완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에는 매우 거리가 먼일이다.

공급 부족 사태를 보완할 분명한 해결책은 탱크로 가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는 2021년 12월, 유럽이 과거 최고치를 기록한 가스 가격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했다. 유럽의 가스 최고가는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위협한 바와 같이 1,000 ㎥ 당 2,000유로 수준에 이르렀다. LNG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처음 가스 시장에 긴장감을 유발했을 당시 오래 지속될 가스 공급 원천이 되었다. 2021년 4분기 기준 유럽의 LNG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하면서 미국의 가스 공급을 유지했다. 그동안 유럽연합이 수입한 가스 중 약 3/4은 송유관으로, 나머지 1/4은 LNG 화물을 통해 공급되었다. 앞으로 유럽연합의 가스 공급 형태가 바뀔 수 있다.

카타르가 LNG 주요 공급 국가 중 한 곳이지만, 사드 알 카비(Saad 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러시아의 세계 에너지 공급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공급한 것과 같은 수준의 가스 공급량을 완벽히 대체할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LNG로 기존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세계 LNG 공급량 대부분이 장기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유럽은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LNG 공급 확보를 위해 세계 여러 국가와 경쟁해야 한다. 최근,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NG 공급 국가로 이름을 올렸으며, 중국은 큰 성장세를 기록하는 자국 제조 부문에 가스를 다량 공급해야 한다. 이스미로빅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자면, 유럽이 가스를 자체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불과 1~2년 전까지 가스 가격이 매우 저렴해 미국 LNG 수출 기업 일부가 경제적 이익이 없어, LNG 시설 가동 중단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또, 에너지 가격이 저렴한 상황에서 각국의 정치인은 새로운 가스 시추와 프래킹(fracking), 송유관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억제하는 대신 항상 대체 에너지 전환으로 유권자에게 응징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스미로빅은 “공급 압박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수요에는 전혀 타격이 없는 상황이다. 기본 경제학 원리로 보았을 때, 공급량을 줄인 뒤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가 증가해 가격 인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럽의 에너지 공급 분류 상황으로 약간의 희망의 징조를 찾을 수 있다. 러시아의 2021년 에너지 생산량은 목표 생산량 대비 7% 적었으며, 유럽은 경제적 대가가 뒤따랐으나 이미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이 감소한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남기 시작했다. 브로스 교수는 “윈스턴 처칠이 남긴 말을 기억해야 한다. 공급 안보는 다각화에 달려있다. 다각화가 유일하게 중요한 요소이다. 유럽, 그중 특히 독일은 그동안 가스 공급 원천을 다각화하지 않았다. 또한, 유럽은 러시아 정부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urope Is Scrambling to Turn Its Back on Russian Oil and 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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