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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미디어 커머스,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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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미디어 커머스,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채반석 기자가 말하는 미디어 커머스의 이면
[사진=엄지수]
[그림=엄지수]
지금으로부터 대략 3~4년 전, 그때만 해도 페이스북은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받기에 무척 좋은 플랫폼이었다. 여러 기발한 페이지에서 재미있는 포스트를 생산했고, 전문가들은 언론에 의해 편집되지 않은 고품질의 정보를 올려주곤 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끌었던 거의 모든 게시물도 결국 페이스북으로 왔다. 뉴스든 뭐든 따로 살펴보지 않고 타임라인만 훑어봐도 그날 퍼진 거의 모든 정보와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점이 있으니 나쁜 점도 당연히 있었다. 너무 많은 정보가 올라오는 탓인지 소음도 정말 어마어마했다. 사실과 거짓을 섞어 사람들을 선동하는 페이크 뉴스도 있었고,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각종 창작물을 무단으로 도용해 제작된 ‘불펌’ 게시물도 많았다. 그리고 소위 ‘미디어 커머스’라고 엮였던 업체에서 제작하는 바이럴 광고 콘텐츠가 있었다.

◆ 한없이 짜치던 ‘페이스북 미디어 커머스’

미디어 커머스 업체가 만든 광고는 좋게 말하면 직관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가관이었다. 이 영상들의 핵심은 ‘비교’였다. 물건을 쓰기 전과 후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보통 그 ‘전’이라는 게 무척 더럽거나 불쾌해 광고를 볼 때마다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야만 했다. 때때로 이들은 광고 효과를 위해 과장을 섞어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서의 '미디어 커머스’ 란 ‘미디어' 업체가 '커머스'를 직접 한다는 말에 가까웠다. 당시 IT 매체에서 관련 분야를 취재하던 나는 단어의 조합 방식부터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물건을 팔았던 사람들이 아니라 소셜에서 바이럴만 잘하던 사람들이 직접 물건도 팔겠다는 건데 문제가 안 생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에 이런 물건들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과장 광고 이슈가 치고 올라왔다. 사고가 난 경우도 종종 들렸다. 이런 식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다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얼마나 사용자에게 피로감을 줬는지 어떤 유튜버는 SNS에서 과장광고 상품만 리뷰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페이스북 미디어 커머스는 예전만 못한 듯하다. 레드오션이 된 것도 있지만, 페이스북 자체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게 크다. 이제는 대세를 반영해 유튜브 미디어 커머스라는 말이 쓰인다. 우리나라 19~59세의 76%가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는데, 하루에 시청하는 시간만 36분가량이라고 한다. 엄청난 숫자 아닐까? 현재 구매력이 있는 계층과 잠재고객층 모두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디어 플랫폼이 바로 유튜브인 것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유튜브 시대의 미디어 커머스

유튜브 미디어 커머스는 페이스북 시대의 미디어 커머스가 보였던 모습을 답습할까? 적어도 지금까지 관측되는 흐름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다. 유튜브의 콘텐츠-광고 소비는 페이스북과 한참 다르다.

페이스북에서 미디어 커머스가 동작하는 방식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광고비를 쓴 만큼 내가 목표로 하는 잠재구매자에게 접근할 수 있고, 이들을 판매 페이지로 끌고 와서 대략적인 구매전환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포스트 몇 개 당 하나의 광고 포스트가 일반 포스트와 같은 형식으로 노출되는 구조다. 충분한 광고비만 지불하면 사용자의 피드에 들어가서 자사의 판매 페이지까지 끌고 올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유튜브 앱 외부 링크로 넘어가는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다. 광고용 공간도 따로 존재하는 데다 돈을 내면 광고를 아예 치워버릴 수도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구독형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미디어 커머스는 ‘그 자체로도 볼만한 광고’ 혹은 ‘광고가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콘텐츠’를 기본 전제로 한다. 말로 하면 쉽지만 이런 걸 만들어 내는 건 무척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물건에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장 페이스북에서 미디어 커머스를 선도했던 블랭크도 유튜브에서는 페이스북 때와 전혀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블랭크는 '고등학생 간지대회'라는 시즌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메인 진행자가 김희철인데다 회당 제작비가 2억에 육박할 때도 있다니 확실히 페이스북에서 유통하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기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영상 곳곳에서 블랭크가 기획한 다양한 상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출연자의 숙소에서 발견되거나 출연자들이 수행하는 미션에 섞여있기도 하다. 상품을 직접적으로 전면에 세우고 구매 좌표를 찍어주던 페이스북과는 많이 다르다. 

이런 방식은 방송국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를 팔던 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최근엔 방송국에서 만든 유튜브 향 프로그램에서도 주목할만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tvN의 나영석 사단이 티비와 연계를 통해 제작하고 있는 신서유기 유니버스의 유튜브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 '라끼남: 라면 끼리는 남자'는 평소 라면을 좋아하는 캐릭터(강호동)와 브랜드(농심)가 유기적으로 섞일 수 있는 포맷을 기획하고, 사전 단계부터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합합 콘텐츠를 제작하는 딩고 스튜디오는 다양한 기획사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 iffy, flex 등의 유행곡이 딩고를 거쳐 나왔다. 웹드라마를 주로 제작하는 플레이리스트도 채널 특성에 맞게 브랜드와 협력해서 광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만드는 콘텐츠는 제각각이지만 ‘서사를 포함한 제품 홍보’라는 차원에서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물건에도 서사가 필수가 된 시대. 앞으로 미디어 커머스는 우리의 광고 소비 경험을 어떤 식으로 바꾸게 될지 궁금해진다.

글 채반석 전 블로터 기자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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