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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WIRED된 신인류의 세상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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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WIRED된 신인류의 세상이 오다
최재붕 교수 "바이러스의 시대,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회로 가야할지 논의가 분주하다"
우리 인류의 생존을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쇼크가 지구를 통째로 덮쳤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따져 볼 겨를도 없이 선진국조차 생존의 길을 찾느라 급급한 모습이다.

분명한 건 더 이상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했다는 2020년, 우리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 700만 명 넘게 감염되고 43만 여명이 목숨을 잃었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올스톱되는 재앙의 시대를 맞았다. 과학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고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회로 가야할 지 논의가 분주하다.

 
[사진=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사진=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된 인류 문명의 디지털화는 이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켰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지혜로운 인류, 포노 사피엔스는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부터 달랐다. 감염위험을 피하기 위해 모든 소비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감염 정보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기존 문명 표준에서는 확진자 거주지와 동선을 텍스트 기반의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했는데 이를 본 대학생 포노 사피엔스들은 밤새워 지도 기반의 웹서비스를 만들고 국민에게 공짜로 제공한다.

마스크가 모자라자 해커 출신인 대만의 오드리 탕 과기부 장관은 대만 개발자 커뮤니티에 아이디어를 구하고 그중 한 사람이 데이터만 주면 약국 위치와 마스크 개수를 알려주는 앱을 만들겠다고 제안해서 3일 만에 줄 서기 없이 마스크 구입 문제를 해결했다. 

아이디어의 공유와 오픈소스의 활용은 포노 사피엔스의 표준 개발 프로세스다. 오프라인 교육에만 집중하던 학교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보여줬다. 대부분의 학교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선생님들은 당황하기만 했다. 반면, 아이들은 이미 유튜브로, 일타강사 강의로 최상의 비디오 콘텐츠에 익숙해 있었고 그런 만큼 불만도 폭주했다. 지식의 주입식 학습에 시험 성적을 올리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면 지금 방식의 수업이 정말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원격진료에 대한 수요는 모든 나라에서 급증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기저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화상진료와 약 처방에 안심하고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모두가 포노 사피엔스에게는 익숙한 생활방식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악과 영상을 즐기고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SNS로 소통하고 어떤 물건이든 폰을 통해 구입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언택트 소비 시대가 이들에게는 이미 평범한 일상이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창조한 세대가 밀레니얼(1980~1994년 태생)이었다면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는 세대는 Z세대(1995년 이후 태생)다. 이들이야말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에 따르면 문명의 변화는 음악 소비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음악시장 혁명의 상징은 BTS다. BTS는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거기서 거대한 팬덤을 일으켜 세계 최고의 가수가 되었다. BTS를 키운 건 자본과 방송 권력이 아니라 'A.R.M.Y'라는 팬덤이다. 그들이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음악을 공유하고 확산하면서 시장을 창조한 것이다. 

BTS가 보여준 신문명의 특징은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존 문명과의 가장 큰 차이다. 오픈소스로 지식을 공유하며 인터넷 문명을 창조한 세대가 남겨준 가장 큰 유산이기도 하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경제는 자연스럽게 공유 문화를 잉태했다. 지식을 공유하는 위키피디아가 탄생하고 자동차도, 호텔도, 음악도, 영화도 공유하고 폰을 통해 페이하며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누리는 합리적 소비문화가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문명은 포노 사피엔스의 표준 문명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 위기가 닥치자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공유 문화의 힘은 자발적 앱이 되어 시민을 도왔고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모두 공유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함께 하자는 오픈 사이언스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강력한 중앙정부의 힘보다는 시민 간 연대와 협력, 봉사의 미덕이 훨씬 강한 억지력을 갖는다는 것을 배웠다. 동시에 디지털 문명에서 소외된 사람일수록 또다시 찾아올 팬데믹 쇼크에 더 취약하다는 것도 알았다. 결국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슬기로운 발전이 우리 사회 생존의 조건이 된 셈이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게임과몰입, 노모포비아, 가족관계 파괴 등 많은 부작용을 드러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규제와 금지를 당연시했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는 인류의 생존을 지켜줄 혁신의 힘이 숨어있음을 이번 코로나 위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피엔스'는 '지혜롭다'는 뜻이다. 부작용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혁신의 힘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지혜로운 인류가 가야 할 길이다. 문명이 바뀌는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 WIRED 코리아가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이끄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글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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