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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코로나19와 어떻게 싸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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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코로나19와 어떻게 싸우고 있나?
극단적 국경 봉쇄 조치는 북한의 대처 능력 한계 시사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9900명, 사망자 4200명을 넘어서면서 전 세계 지도자들은 감염증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선 고려사항이나 셈법은 이와 달라 보인다. 적어도 최근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의미하는 바는 그렇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9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 방향으로 여러 종류의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중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되는 600㎜급 초대형 방사포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포병부대 화력훈련의 일환으로 쏘아 올린 발사체 중 3발은 최대 비행거리 200㎞, 고도 약 50㎞로 탐지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화력 운용은 지난 2일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 북동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한 지 일주일 만의 훈련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직접 훈련을 참관하며, 포병훈련을 더욱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20년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할 것을 언급하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한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로버트 켈리(Robert Kelly)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2020년까지 북한과 핵 협상에 있어 진전을 보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 나온 것은 없다"면서 “(북한의 계속되는 훈련은) 한국과 미국 두 지도자에게 어떤 양보를 요구하거나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압박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9일 실시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 합동 타격 훈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9일 실시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 합동 타격 훈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이 같은 군사적 행동은 코로나19 봉쇄가 북한 정권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벗어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김 위원장이 공중위생이나 방역 수단 확보에 무관심한 듯한 느낌을 풍길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라는 보도가 북한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 정권은 이런 노력을 "국가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수십 년간의 경제 제재로 북한은 이미 국제적 고립에 처해 있다. 또 여행 제한으로 인해 외부로 부터 자극이 상대적으로 덜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고자 발빠르게 국경 폐쇄 조치를 내렸다.  1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금지하고, 중국, 러시아와의 항공편과 열차 운행을 중단했으며, 외교관 등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강제 격리조치를 시행했으며, 구호단체와 국제보건기관에 대한 제한 조치까지 내렸다. 국경을 넘어 수입된 자재나 상품도 열흘 동안 격리 보관 후 통관했다.

평양에서 몇 주 동안 격리돼 있던 외국인들은 지난주 풀려났으며, 이중 일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특별기 편으로 출국했다.

북한은 또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 세정 등 사전 예방조치의 중요성을 홍보하면서 감염 확산 경로나 유병 증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외국인과의 교류도 엄격히 제한 중이다.

북한 내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북한 내 확진 판정이 단 1건도 없다. 이번 발병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중국, 한국 등과 지리적으로 밀접한 데다 자국내 1만 명에 달하는 '의학적 감시대상자들'이 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관영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남도 2420명, 평안북도 3000명, 강원도 1500명, 자강도 2630명을 최근 격리 해제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면서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발병 의혹이 제기 중이다. 데일리 NK뉴스는 9일 약 200 명의 북한 병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으로 사망했고, 북한 정부는 모든 병원에 대해 시신 화장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단위 의료 비상사태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북한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화여대의 리프-에릭 이즐리(Leif-Eric Easley) 교수는 "북한은 대규모 발병에 대처할 공중보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국경을 폐쇄하고, 코로나19 전염을 막고자 군사력을 동원해 방역을 진행하는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수 북한 주민들은 영양실조로 인해 면역력이 약하고, 또 결핵과 같은 폐 질병이 만연한 상태다. 켈리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병원 및 기타 의료 시설에는 의약품과 공급품, 위생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며 의료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료 수요는 외국 비정부기구의 원조로 채워지고 있다.

켈리 교수는 "북한은 이번 발병을 완화할 실질적인 능력이 없다"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감염된 사람들을 강제수용소에 가둬놓고 거기서 그냥 죽게 놔둘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근 연이은 화력 훈련의 배경에는 국제원조를 얻어려는 필사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대처로 비상이 걸린 문 대통령에게 지지 메시지가 담긴 친서를 보낸 행동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다. 

이즐리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2단계 게임(two-level game)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차원에서는 그의 정권이 외부의 위협에 맞서 과감한 격리조치와 군사훈련을 통해 국민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국제적 원조를 모색하지만 한국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지 않은 데 집착하고있다”고 말했다.
와이어드 코리아=이지은 기자 device@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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