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코로나 공포 속 스타트업에 주목받는 가상 콘퍼런스
상태바
코로나 공포 속 스타트업에 주목받는 가상 콘퍼런스
코로나19로 대형 콘퍼런스 줄줄이 취소… 가상 콘퍼런스로 요금 할인, 접근성 문제 해소 등 가능해
/ By ARIELLE PARDES, WIRED US
 
첫 번째 콘퍼런스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였다. 전자제품 및 전화 제조업체들의 연례 모임은 안전을 위해 시작 몇 주 전에 취소를 발표했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가 높아지자 출품자들은 여기저기서 불참을 선언했다.
 
그다음은 '어도비 서밋'이었다. 이어 페이스북은 개발자 콘퍼런스 'F8'을, 구글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구글 I/O'와 클라우드 중심 콘퍼런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마이크로소프트는 'MVP 서밋'의 개최를 취소했다. IBM은 연례 기술 콘퍼런스 'Think'를 중단했으며 모임을 연기한 TED 강연은 추후 일정을 더 미룰지 온라인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논의했다. 미국 최대 콘텐츠 축제 'SXSW'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대형 참가자의 불참 선언에도 강행하려 했으나 지난 금요일 오스틴 시의 명령에 따라 행사를 중단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대규모 모임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재고하고 있다. 저녁 파티가 취소되고 대학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더 많은 회사들이 의무적으로 재택근무 정책을 시행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세일즈포스는 최근 몇 주간 직원들에게 각자의 집에서 일하도록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처럼 매년 수백만 명이 참여하고 수조 달러에 달하는 콘퍼런스의 진행 방법도 바꿀 필요가 있다. 기존에도 가상으로 대체하는 것을 재계에 권했지만 실생활 네트워킹이 주는 매력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았다.

 
콘퍼런스 주최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싸우는 현재 대규모 집회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MARK GERUM/GETTY IMAGES]
콘퍼런스 주최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싸우는 현재 대규모 집회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MARK GERUM/GETTY IMAGES]
콘퍼런스는 오래전부터 기업과 학계 모두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전문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금본위제였다. 조금 답답할 수 있겠지만 한 자리에 모이면 주목할 만한 이득이 있었다. MIT의 한 연구에 따르면 콘퍼런스 미팅을 통한 과학적인 협력은 '같은 기관의 두 연구원이 진행한 프로젝트보다 더 새롭고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자주 인용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콘퍼런스의 모습은 사람들이 호텔 무도장에 모여 뻣뻣한 의자에 앉아 놀랍지 않은 회담이나 패널 토크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다. 많은 콘퍼런스는 새로운 지식을 위한 포럼보다는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끼리 모여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경향이 강화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테크놀로지도 이를 바꾸지 못했다.
 
다만, 기술 콘퍼런스는 스티브 잡스와 그의 상업적인 스타일의 개발자 콘퍼런스를 모방하면서 고품질의 광경으로 바뀌었다. 이 행사들은 저렴하지 않다. 디지털 전용 이벤트로 바뀌기 전에 진행된 어도비 서밋은 초기 가격이 티켓 한 장당 1695 달러(한화 약 203만 원)였다. 여기에는 여행 비용과 고가인 콘퍼런스 호텔 룸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콘퍼런스를 대체할 아이디어로 웨비나(Webinar), 패널 라이브스트림 등이 거론됐지만 변화는 없었다. '런 더 월드(Run the World)'라는 신규 가상 콘퍼런스 스타트업의 샤오인 취(Xiaoyin Qu) 공동창립자는 "대부분의 가상 콘퍼런스의 문제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시장 조사를 위해 수십 개의 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녀는 기조연설보다 회의 참석자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휴식 시간이 가장 좋은 순간이란 것을 종종 깨달았다. 사람들은 업무와 관련된 누군가를 콘퍼런스에서 만났을 때 1000달러에 달하는 입장권을 구매할 가치가 있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 콘퍼런스는 때때로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런 더 월드는 이번 달부터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지원을 받고 있다. 투자를 주도한 코니 챈(Connie Chan)은 런 더 월드를 가리켜 "줌 비디오, 이벤트브라이트 티켓팅, 트위치의 상호 대화, 링크드인(LinkedIn) 네트워킹의 혼합"으로 표현했다.
 
이 플랫폼은 콘퍼런스 주최자가 입장권 판매 금액을 25% 인하하는 대신 회담, 토론, 패널 토크 등을 생방송하도록 돕는다. 콘퍼런스 참석자가 자신의 관심사를 소개하는 프로필을 작성하면, 알고리즘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어울리도록 한다. 가상의 '칵테일 카페' 기능을 통해 참석자들은 비디오 통화로 서로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호핀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했다. 실시간 방송 프레젠테이션과 가상 만남을 결합해 랜덤 화상채팅 서비스 '챗룰렛(ChatRoulette)' 스타일의 기능을 포함했다. 콘퍼런스에서 대부분의 만남은 사람들이 호텔 바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서성거리는 도중, 즉 계획하지 않은 시간에 이뤄진다. 호핀의 설립자인 조니 부파라하트(Johnny Boufarhat)는 크런치베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행사에 가는 것은 온라인 실시간 방송이 아니라 타인과의 물리적인 네트워크, 상호작용이 목적이다.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콘퍼런스를 열면 여행 비용, 환경 오염, 접근성 등의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 들어갈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입장료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콘퍼런스 주최자는 예산의 더 많은 부분을 발표자에게 투자할 수 있다.
 
취 공동창립자는 "대다수의 콘퍼런스는 20%가 행사장, 20%는 음식과 음료, 20%는 장비에 예산을 소모한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대다수의 콘퍼런스 주최자들이 프로그램 디자인과 발표자 요금 지불을 위해 남겨놓은 예산은 5% 미만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이 공짜로 혹은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 간 발생하는 약간의 마찰은 관련 인원이 직접 참여하도록 보장한다고 취 공동창립자는 말했다. 콘퍼런스 주최자는 큰 장소를 채우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론적으로 발표자에게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고 주제에 집중하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취 공동창립자는 런 더 월드에서 '슈퍼-니체' 콘퍼런스 준비를 위해 인원을 모집했다. 마치 데이트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코칭 엔지니어를 위한 이벤트처럼 진행했으며 모인 사람은 40명뿐이었다. 그녀는 "콘퍼런스 10개월 전에 장소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30명을 고용해 반년 동안 일을 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 없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며 "콘퍼런스 성사를 위해 10만 명을 모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가상 콘퍼런스 플랫폼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대학교에서 여행과 관광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펄먼은 10년 전 '콘퍼런스 산업에서 가상현실의 약속'이란 논문을 썼다. 당시 그는 가상 콘퍼런스가 업계의 표준이 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그는 "만약에 추진력을 얻었어도 가상 콘퍼런스는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상현실 헤드셋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박준영 에디터)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