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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시간 벽 깬 '나이키 운동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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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시간 벽 깬 '나이키 운동화'의 비밀
스프링 효과 내는 '줌 엑스 폼'과 '에어팟'으로 에너지 리턴 90% 달해

세계육상경기연맹이 경기용 운동화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나이키는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어팟(공기주머니)’에 의존하고 있다(귀에 끼는 에어팟이 아니다). 

/ By Matt Burgess, WIRED UK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는 2019년 10월 12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케냐의 육상 선수는 마라톤(42.195㎞)의 한계로 불렸던 2시간 장벽을 돌파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누구도 이룰 수 없다고 여겼던 위업이었다. 하지만 그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달렸을 당시 인위적인 보조기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그의 기록은 인정되지 않았다.

킵초게가 기록을 세우고 난 뒤 그가 신은 신발에 대한 추측이 마라톤 커뮤니티에 돌았다. 나이키 특허를 바탕으로 탄소 섬유판 3개와 굽 높이 밑창이 들어간 운동화를 착용했다는 
추측이었다. 그가 신고 있던 특수 운동화 앞발 아래에 에어팟(공기주머니) 2개가 있는 것을 사진에서 볼 수 있다.


달리기와 관련된 각종 행사를 주관하는 세계육상경기연맹은 지난주 신발 기술이 스포츠정신을 손상시킬 수 있어서 마라톤 경주 선수가 신을 수 있는 신발 규정을 새롭게 정했다. 운동화 밑창의 최대 높이는 40mm를 넘을 수 없으며, 공식적으로 치러지는 경주 대회에서는 상용화되지 않은 시제품을 착용할 수 없다. 신발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탄소 섬유판은 최대 1개이다.

나이키는 새로운 러닝화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올 여름 도쿄 올림픽이 개막되기 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때 신기 좋은 운동화들을 공개한다. 이 운동화들은 킵초게 운동화에 사용됐던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이 기술로 만들어진 러닝화엔 탄소 섬유판과 에어팟이 들어있다. 육상 경기 선수가 뛰면서 잃게 되는 에너지를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운동화가 도입되면서 이번 여름 올림픽과 각종 운동 경기에서 많은 세계 신기록과 국가 신기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운동화의 공식 출시가 경기 전에 되어서 판매 중인 걸 전제로 했을 경우이다. 그러나 새롭게 출시될 운동화 중 일부 제품은 세계육상경기연맹의 새 규칙에 따라 경기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나이키는 기존의 제품을 다시 디자인 할 계획이다. 이런 반응은 육상을 주관하는 단체가 정확한 지침을 내릴지 나이키는 예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꿈치에 에어팟 2개 들어간 '알파플라이' 모델

킵초게가 두 시간 벽을 깬 나이키의 '알파플라이' 모델을 신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알파플라이의 정식명칭은 ‘나이키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 2019년에 출시한 ‘베이퍼플라이(Vaporfly) 넥스트%’의 변형 모델이다. 마라톤 선수들은 여러차례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세계 마라톤 신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알파플라이는 독특하다. 탄소 섬유판 1개와 나이키의 핵심 기술이 접목된 '나이키 줌 엑스 폼(Nike ZoomX Foam)'이 들어간다. 줌 엑스 폼은 부드럽지만 스프링과 같은 효과를 내 육상선수들이 발가락을 활용해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신발의 상단 부분은 아토믹니트라고 불리는 최신 소재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이 소재는 뜨개질 기술로 만들어져 '플라이 니트'라고 불린다. 두께가 얇으면서도 튼튼한 운동화를 만들 수 있다.

운동화를 뒤집어 보면 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운동화처럼 줌 엑스 폼(이전에 업계에서는 페박스라고 불렀다)을 중창(미드솔) 전체에 넣지 않았다. 줌 엑스 폼으로 만든 앞꿈치 부분만 감싸는 중창을 만들어 운동화 앞 쪽에 덧붙였다. 이 부분에 에어팟 2개가 들어있다. 에어팟이 자동차의 서스펜션 시스템처럼 느껴진다면,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에어팟은 달리고 있는 사람의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게 해준다고 나이키는 믿고 있다.

나이키 신발혁신 담당 부사장 토니 비그넬(Tony Bignell)은 "줌 엑스 폼을 장착한 신발을 신으면 달리는데 사용한 에너지의 80%가 회수된다"며 “에어팟이 들어가면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어 90%의 운동력을 돌려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육상선수가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소비되는 에너지가 조금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킵초게가 두 차례 참가했던 마라톤 대회에서 신었던 신발은 알파플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사진=NIKE]
킵초게가 두 차례 참가했던 마라톤 대회에서 신었던 신발은 알파플라이였다.[사진=NIKE]

나이키는 어떻게 육상을 약화시켰나

2016년 처음 출시된 베이퍼플라이에 대해 나이키는 "선수들의 기량을 4%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연구 분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나이키는 넥스트% 브랜드를 선전하는 도중, 공식적으로 얼마나 착용자의 기량이 향상되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퍼플라이 시제품 사진에는 5%라는 수치가 포함되어 있다. 나이키 관계자들은 “육상 선수들이 시제품을 착용하고 달리는 중 효과 면에서 기존 기록보다 최소한 5% 이상 증진됐다고 말했다.

알파플라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신발을 신으면 선수들의 기록이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 나이키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알파플라이와 베이퍼플라이를 비교 연구한 적이 있는 '오우터 후그카메르(Wouter Hoogkamer)'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알파플라이가 착용자의 기량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베이퍼플라이보다 더 높다고 믿는다.

후그카메르 교수는 알파플라이가 공식적으로 출시하기 전 “알파플라이를 신어서 아낄 수 있는 에너지가 베이퍼플라이를 신었을 때 경우보다 더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덧붙였다.

줌 엑스 폼과 탄소 섬유판은 육상 선수가 달리는 동안 종아리 근육에 줘야하는 힘을 줄여준다. 이 말인즉슨, 육상 선수가 좀 더 오래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육상경기연맹은 알파플라이를 금지할까? 나이키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비그넬 나이키 부사장은 "알파플라이를 신더라도 신발 밑창의 두께는 (세계육상경기연맹에서 정한 규정보다는) 얇고 설명했다.

그는 “연맹의 규정에 따르면 미국 남성 신발 8 사이즈는 밑창 높이가 40㎜이며, (앞파프라이의 밑창 두께도) 여기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쓸 당시, 와이어드는 밑창 높이를 재어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킵초게의 신발 10.5 사이즈는 일반 규정보다 밑창 높이가 더 두껍다. 이는 알파플라이 남성화와 여성화 모델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비그넬은 “규칙을 따르고자 한다면 규정에 입각하는 지 인증 받으면 된다"며 "
인증이 이뤄지고 나면 육상 선수들은 알파플라이를 경기에서 합법적으로 신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에어팟의 기능에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이를 탑재한 운동화 여러 종류 출시할 예정이다.  세계육상경기연맹의 규정을 위반하는 운동화도 새롭게 출시하려고 하고 있다. ‘템포 넥스트%’라는 모델은 탄소 섬유판을 발 바닥 전체에 까는 대신 운동화 앞꿈치 부분만 집어넣었다. 나이키는 템포 넥스트%가 경주용보다는 훈련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 규정이 적용되면 달리기 선수는 템포 넥스트%를 신고 그 어떤 대회에도 나갈 수 없다. 그래도 나이키는 여전히 이 신발을 판매할 계획이다.

나이키는 1987년 ‘에어 맥스(Air Max)’ 모델에 공기주머니인 '에어팟'을 처음 적용한 뒤 지금까지 이를 적용한 제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육상 선수용 운동화’에 에어팟이 들어간 모델이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키의 운동화 디자이너들은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게 실현될 수 있는 이유는 에어팟을 운동화 내부 안에 맞추어 집어넣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비그넬은 “신발 밑창의 두께는 바꿀 수 있으며, ‘에어팟'은 공기의 압력과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운동화의 크기가 다르면 에어팟의 압력과 높이도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킵초게 신발의 전반적인 밑창 높이는 동일한 운동화 모델보다 더 높았다.
 


나이키의 단거리 달리기용 '베이퍼플라이' 모델은 탄소 섬유판 3개가 들어있으며, 세계육상경기연맹의 새 규정에 의하면 경기 중 100% 착용이 금지된다.

나이키가 에어팟을 넣은 운동화 중 가장 급진적인 모델은 베이퍼플라이다. 이 신발은 두말할 여지없이 경기에서 착용이 금지된다. (비그넬은 이 운동화를 ‘매우 공격적으로 생긴 운동화’라고 표현했다.)

베이퍼플라이의 밑창은 30mm 두께. 탄소 섬유판 3개가 들어간다. 100m, 200m, 400m 단거리달리기 용으로 제작됐다. 베이퍼플라이는 야성적으로 보인다. 운동화 앞발 아래 밑창에는 대부분 에어팟이 들어간다.  

비그넬은 “이 운동화는 진정 100m 달리기 결승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단거리 육상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경주에서 최대한 힘차게 빨리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과도하게 몸이나 다리에 힘을 준다면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 무너지게 된다.

비그넬은 “모든 100m 단거리 육상선수들은 마지막 30~40m에서 속도가 떨어진다. 왜냐하면 힘을 잃기 시작해서 그렇다. 베이퍼플라이는 육상선수가 에너지를 보존해 힘을 꾸준히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육상선수들은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새 규정에 부합하는 운동화를 육상선수가 신고 뛸 수 있는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또 나이키는 중거리 달리기 선수들을 위해 스파이크 운동화인 ‘나이키 에어 줌 빅토리(Nike Air Zoom Victory)’를 개발했다.

이 운동화는 에어팟이 들어가지만 경기에서 금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운동화 속 에어팟은 한 면이 좌우로 나뉘어져 있다. 육상선수가 둥근 경기장 코너를 달리는 순간을 도와주기 위한 설계다.


에어팟은 다른 스포츠 신발에도 들어간다. 나이키는 축구 선수들이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체력이 소진되지 않고 뛰는 걸 돕기 위해 머큐리얼 축구화 역시 만들었다. 머큐리얼 축구화 신발 밑창에도 ‘에어팟’이 들어간다. 에어팟은 농구 선수용 운동화에 일부이기도 하다.

비그넬은 “운동화에서 성능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나이키는 에어팟을 다른 스포츠용 운동화에도 꾸준히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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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 코리아=문재호 기자 jmoon@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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