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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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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
뉴노멀 사회에 우리는 코로나19가 남긴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

4월, 콜센터 노동자들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면 속 기자회견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였다. 기자회견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됐는데 그리 많이 해본 적 없는 시도에 중간 중간 화면이 흔들렸고, 끊기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노동자들은 표정을 가늠할 수 없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은,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입을 연 그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차별적 시선, 혐오, 노동 문제, 사라지는 일자리들. 코로나19는 존재감을 드러낼 때마다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을 하나씩 다시 들춰냈다. 대구 종교시설에서 크게 퍼졌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구로 콜센터에서, 이태원 클럽에서, 물류센터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집단 감염은 불편한 문제들과 함께 나타났고, 거대한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백신은 과연 우리 사회도 치료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곳곳을,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비췄다. 코로나19 시대가 끝나도 코로나가 남긴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뉴노멀 사회에 우리는 코로나19가 남긴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두려움이 된 동선공개 

5월 31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김 모씨는 '황금 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녀온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게 왔구나. 김 씨는 보도를 보며 심장이 쿵쿵 떨렸다.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니 다들 불안해 하더라고요. 코로나도 코로나인데, 검사하러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아웃팅을 각오해야 하니까요." 김씨는 양 손을 꽉 쥐었다. 그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만약 확진 판정을 받으면 어쩌지?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동선 공개되면 사람들이 다 제가 어느 회사 다니는지 알 테고, 회사에도 소문날 거고, 가족들도 알게 되잖아요."
 

[사진=UNSPLASH]

그 때문인지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검사를 받지 말고 버티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선은 자극적인 쪽으로 쏠린다. 일부 언론은 '감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핑계로 성소수자의 음지적 만남, 그들의 성생활에 주목했다. 성소수자들이 익명으로 성관계를 할 사람을 만나는 '찜방'은 연일 이슈가 됐다.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는 5월 성명을 통해 "익명성 만남에 대한 비난의 이면에는 그런 만남과 장소를 강제하다시피 했던 조건과 환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음지의 조건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다양한 만남의 모델과 장소의 질서를 만들며 공동체의 역사를 일궈왔습니다. 아직 그것은 완결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많은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이들은 성소수자의 음지 문화를 끌어오는 건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한 가십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은 성소수자의 만남이 이뤄지는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소거한 채 이들을 단지 가십거리로 증발시킵니다.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고립시킵니다."

확진자 동선 공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확진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는 특정 소수자 집단일 경우 더욱 큰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차별적인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소수자 집단이 가진 어려움에 대해서 방역당국이 제대로 이해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하기 시작하던 때부터 이슈가 있었다. 일산과 강남을 오가는 동선, 그리고 호텔. 3번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자 불륜 이야기로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이후에도 확진자 사생활에 따라 인터넷 여론은 들썩였다. 사적인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동선을 공개하는 게 과연 옳을까? 동선 공개가 과연 정당한지 연일 토론이 이어졌다.

동선 공개와 집단 감염이 겹쳐지면, 혐오가 발생하기도 했다. 슈퍼 전파자인 31번 확진자는 신천지 신도였다. 신천지 교회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혐오도 함께 퍼져나갔다. 전 신천지 신도인 김동희씨는 신천지 집단 감염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천지에서 예배를 드릴 때면 예배당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와요. 대략 500명 정도가 바닥에 오밀조밀 앉아 예배를 드리고 큰 소리로 '아멘'을 외쳤어요.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딱 좋은 장소죠."

하지만 집단 감염은 다른 장소에서도 발생했다. 신천지이기 때문에 발생한 건 아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신천지에서도, 교회에서도, 사찰에서도, 성당에서도 일어날 수 있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천지가 비판을 받은 본질적인 이유는 발생 장소가 아니라 사후 대응 방식에 있다. 

탁 교수는 "신천지는 포교활동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소속이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게 교리적으로 합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는 포교를 하기 위해 본인의 모습을 숨기는 게 종교 내부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신천지의 행보는 집단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탁 교수는 "지도자의 도의적 책임, 무책임, 이런 것들이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회사는 안전할까?

과연 회사는 안전할까? 일터에서 터져 나온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심명숙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은 "콜센터는 재택근무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전염병 매뉴얼도 없다”며 “개인 위생관리에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콜센터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 없다. 심 지부장은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마스크가 침으로 범벅이 되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고객 불만도 높아진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환경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변하지 않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SH 콜센터 관계자는 "첫 번째 확진자는 오후 4시에 신체 이상을 발견했지만 6시까지 근무했다"며 아파도 쉴 수 없었던 환경을 지적했다.

"아마 확진자는 퇴근하고 싶어도 퇴근할 수 없는 환경이었을 겁니다. 대부분의 콜센터는 매일 목표로 하는 업무량이 있는데, 그 목표를 채우지 못했거나 전화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면 퇴근할 수 없습니다. 콜센터는 스케줄 근무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이 출근해야 하고, 전날이나 당일 연차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해요."

기자회견 이후 상황은 빠르게 변했다. 기업들은 재택으로 콜센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고, 그동안 다닥다닥 붙어 앉아 '닭장'이라 불리던 콜센터 구조를 개선하는 임시방편을 마련했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들의 업무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물류창고 노동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코로나19에도 로켓배송은 굳건했다. 빠른 배송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재기를 막은 주역으로 꼽힌다.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사재기를 할 필요성을 만들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물건이 도착하는 경험은 사재기 행위를 한심한 짓으로 돌려 놓았다. 

그러나 로켓배송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쿠팡 물류센터 내부는 자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으로 알려졌다. 최대한 많은 인력이 좁은 자리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쿠팡은 물류센터를 폐쇄하지 않았다. 쿠팡은 오전 근무조를 조기퇴근 시킨 뒤 센터를 방역하고, 같은 날 5시부터 오후 근무조가 근무하도록 안내했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쿠팡은 상시근무자 1023명, 접촉 예상 기간까지의 퇴직자, 일용직, 납품업체 직원 등 3626명까지 합쳐서 4000명이 넘는 인원 전부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항공사와 여행사, 취업준비생들, 해외에 나갈 계획이 있었던 사람들도 모두 비상에 걸렸다. 주변에서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자리에도 수십 명이 몰린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정재원씨는 미국으로 포스트닥터를 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서울에 있다. "코로나 때문에 비자도 안 나오고, 대학 연구실에서도 'Stay'라는 말만 하더라고요.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주변에 또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제 친구는 항공사에 합격했는데 아직 입사를 못하고 대기하고 있어요." 정씨는 "이런 사람들 한 트럭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자리를 앗아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던 4월, 일자리 47만 6000개가 사라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비경제활동인구는 83만 명 증가했다. 일자리가 사라지자 구직 자체를 포기한 사람도 늘었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는 3월보다 40만 명 늘어난 반면 임시근로자는 58만 7000명, 일용직 노동자는 19만 5000명 급감했다. 15세에서 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3%로 전체 평균이 4.2%의 두배를 넘어섰다.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회 

코로나 바이러스는 누군가에게는 폭력으로 다가왔다. 밖에 나가지 못하자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동훈 한국상담심리학회 전문위원은 "'코로나 이혼'과 같은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전 세계에 위기를 맞은 가정이 급증했다"고 설명한다.

이 전문위원은 "프랑스에서는 가정폭력 건수가 전국적으로 3분의 1 정도 증가했고, 국내에서도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3~5월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증가했다. 아동학대 신고도 전년 동기 대비 51.3%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외출 자제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스트레스와 피로감, 불안감 등이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방법을 통해 표출된 것이죠."

누군가에게는 집이 공포의 공간일 수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피해자는 도망칠 공간 없이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타인의 가정폭력을 알아채기도 힘들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혼자 사는 사람들도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초빙연구원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심리적 안정감은 자신이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걸 자각할 때 오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관계 맺기'는 온라인 혹은 전자기기로 대체되기 어렵다. 

이 초빙연구원은 "지속되는 외로움은 뇌 구조를 변화시키고 이로 인한 정서적·사회적 장애를 만들기 때문에 1인 가족 및 독거노인에게 상황이 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기분장애나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의 조사도 코로나 블루가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4월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15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47.5%가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사람들

사회를 빠르게 ‘뉴노멀’로 이동시키기 위해 방역 최전선에서 싸운 3720명도 있다. 의사 1723명,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1534명이 코로나19에 투입됐다. 전국적으로 선별진료소는 639개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71개소가 운영됐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장은 이태원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다시 근심에 빠졌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던 그는, 슬슬 여유가 생기는가 싶더니 다시 바빠졌다. 

김 과장은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고안한 사람이다. 첫 번째 확진자와 함께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하며, 방역 현장의 최전선을 지킨 사람이기도 하다. 

[사진=UNSPLASH]

"제가 근무하는 인천의료원은 인천공항과 가까운 편이라 이전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 의심환자를 많이 대응해오고 있었습니다. 1월 19일, 중국 우한시에서 날아온 중국인 여성은 발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 검역대에서 저희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 다음날 우리나라 최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됐습니다."

그는 당시 중국에서 나오는 논문과 기사를 읽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 정확히 어떤 병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김 과장은 "환자를 보며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바이러스와 매우 다르다는 걸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첫 번째 확진자를 떠올리며 "그 환자는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하기 위해 매일 호흡기 검체를 채취하는 것에 열심히 참여했고, 추후 본인을 진료한 과정을 모두 공개해 연구에 써도 된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첫 확진자를 통해 코로나19가 초반에 증상이 경미한데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배출량은 많으며, 1주 이상 경과하면 바이러스 배출이 줄어든다는 걸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아이디어를 냈다. 

"환자와 다른 환자 사이의 감염을 차단하는 게 중요했고 재채기 등으로 공기 중에 병균이 떠다니는 '에어로졸'도 대비해야 했다. 사고를 전환해 보니 차라리 밖에서 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니 환기는 문제없고, 에어로졸이 배출되더라도 공기 중에 희석되니 바이러스가 다름 사람에 전파될 확률도 0%에 가깝다. 

의료진은 넓은 공터와 운동장처럼 안전하게 검사할 장소를 물색했다. 그리고 환자 정보를 확인하고 문진 및 진찰, 검체 채취, 안내 및 귀가 등 검문 순서를 정했다. 각 단계의 스태프가 걸을 수 있는 길을 확보하고, 차에 탄 사람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검사 대상자들은 주어진 경로를 따라 운전하며,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방법으로 검사를 받는다. 개인의 승용차는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다. 타고 오는 것도 검사 대상자이니 차 안이 오염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전염 가능성을 낮추면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검사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 힘입어 한국은 초기 방역에 성공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치사율이 낮았고 확진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의 대응이 메르스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고 분석한다. "메르스 때는 우리가 환자 자체를 잘 몰랐잖아요. 최초 입원했던 평택 성모병원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많았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초기 대응을 잘 못해서 환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했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정부는 법 제도를 정비했다. 환자와 접촉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전 전 본부장은 "초기 대응은 메르스와는 완전히 다른,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다”며 “또 관련 정보가 신속하게 제공되며 방역당국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과 접촉자들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평일과 주말 내내 언론 브리핑을 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관련 내용을 빠르게 재난문자로 알렸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자 동선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선이 겹치는지 여부를 스스로 체크하게 만들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 백신"

최전선에 의료진이 있다면, 그 뒤에는 이들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연구진이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반에는 여름이 되면 바이러스가 사라질 거라는 추측이 많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도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보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나라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이자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사라질지, 다시 살아나 유행할지, 빠르게 변이할지, 매년 변이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와 매년 많은 사망자를 낼지, 수백만 명을 감염시켜도 소수만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처럼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모든 학자와 전문가의 말은 한 가지 방향으로 쏠린다. 백신이 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뉴노멀'로 나아갈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백신이 나타나야 끝이 난다. 제롬 킴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백신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자 정상적인 미래로 돌아가는 가장 확실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는 바이러스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 제조, 출시를 계획하는 데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을 포함해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등 20곳 이상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항원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대항해 싸우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제넥신은 국내 백신 개발 업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월에 이미 동물실험에 들어갔으며, 9월 중 임상시험을 마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거쳐 9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러스가 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많은 연구진이 바이러스의 변이와 관련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는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와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의 게놈 5349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주요 감염원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수용체인 ACE2의 결합력을 특히 높이는 변종형이 발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양한 형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각 종에 따라 다른 방역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노멀, 새로운 삶

지난해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회의실에 들어가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 때는 또 어떤가?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에 마스크를 쓰는 게 예의 없는 행동이었던 우리 사회는, 이제 마스크가 곧 예절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경제 지형도 바뀌게 될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언택트'를 말한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라고 정의했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이다. 최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는 감염위험을 피하기 위해 모든 소비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시켰으며, 감염 정보 데이터도 기존의 텍스트 기반에서 지도 기반 웹사이트 등 스마트폰에 적합한 형태로 탈바꿈시켰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확진자들의 동선을 텍스트로 제공하면 대학생들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오픈 API를 사용해 이를 지도에 구현했다. 마스크 재고 알림을 알려주는 앱도 등장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확진자 동선과 마스크 재고, 그 밖의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사진=UNSPLASH]

하지만 스마트폰에 취약한 정보소외계층은, 이런 방역 대책에서도 소외되기 쉬웠다. 최 교수는 디지털 문명에서 소외된 사람일수록 앞으로는 전염병 구제 인프라에서 더 취약할 거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앞으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혁신의 힘을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최 교수는 다시 다가올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언택트 근무가 가능해지도록 온라인 기반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프라인 교육에 집중돼 있던 학교 교육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줬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고 선생님들도 당황하기만 했죠. 또 원격진료에 대한 수요도 모든 나라에서 증가했습니다."

반면 이진우 친절한 경제 대표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 대표는 "많은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에는 언택트와 탈세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재택근무가 가진 장점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쓰는 공간 임차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 정도뿐이다. 직원 한 사람을 위해 기업이 쓰는 사무공간 임차료는 기껏해야 월 50만원 정도다. 직원에게 주는 월급이나 4대보험 등의 비용을 생각하면 10%정도 될까말까 한 비용이다. 그걸 아끼려고 재택근무를 하다가 잃게 되는 업무효율은 훨씬 크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회사에 출근하도록 하려면 어차피 사무실은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먹는 간식 비용 정도가 실제 절약되는 비용일 뿐이다. 

"탈세계화도 마찬가지에요. 지금까지 중국산 부품을 사다가 멕시코에서 조립했던 건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채택한 방식이에요. 그렇게 해야 가성비 뛰어난 1만달러짜리 승용차가 만들어져 미국에서 판매되는 거죠. 언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창궐할지 모르니 모든 부품을 한국에서 만들고 한국에서 조달해 승용차를 만든다? 그러면 승용차 판매가는 2만달러가 될 거에요. 탈세계화를 결정하는 순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가격이 될 텐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사회를 치료할 수 있을까?

올해 상반기 우리 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긴 터널을 지나갔다. 이제는 끝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 사람들의 상처까지 치료해주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를 두고 많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다. 

성소수자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음지적 만남을 치부로 남겨두지 말고, 이야기하는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치부를 그저 치부로 남겨두며 부끄러워하거나 비난한다면 같은 문제가 다음에도 똑같이 일어날 거에요. 그것이 왜 치부일 수밖에 없는지, 왜 치부로 지목돼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시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노동 문제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로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아프다고 해서 집에 갈 수 없는 환경에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많은 직장인들이 불안해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심명숙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은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회사는 증상이 나타나면 퇴근이 아니라 휴게실에서 1시간가량 쉬고 올 것을 요구했어요. 그마저도 휴식했던 시간을 실적으로 복구해야 하는 압박이 있었죠. 다음 전염병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심리 건강을 보다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훈 한국상담심리학회 전문위원은 '언택트 진료'를 언급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중대본 및 보건복지부에서 비대면 무료 상담 및 전문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비대면 문화가 지속됨에 따라 보다 많은 심리상담 장면에서 전화와 화상을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 기술이 확충돼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면 상담에서는 비말로 인한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아크릴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상담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 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의료진의 처우 문제,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 사회에 도사린 혐오와 차별.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뉴노멀 사회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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