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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황제 사진 담은 인스타 스토리, 인도 곳곳에서 시민 체포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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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황제 사진 담은 인스타 스토리, 인도 곳곳에서 시민 체포로 이어져
인도 우익 세력이 SNS 감시 활동을 하면서 힌두교를 모독했다고 의심하는 소수민족을 신고한다.
By PARTH M.N., WIRED UK

샤피크 바그완(Shafiq Bagwan)은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인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하스나바드(Hasnabad)에서 친구 여러 명과 함께 놀고 있었다. 당시 바그완이 스마트폰을 들고 인스타그램에 접속했을 때 남동생인 타우피크(Taufiq)가 새로 게재한 스토리를 보았다. 동생이 새로 올린 스토리를 본 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18세인 타우피크가 17세기 무굴제국 황제 아우랑제브(Aurangzeb)의 사진과 함께 “힌두 민족주의자의 아버지”라는 글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바그완은 “동생에게 즉시 전화해 당장 아우랑제브 사진을 올린 스토리를 삭제하라고 말했다. 동생에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동시에 동생이 올린 스토리를 본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타우피크가 스토리를 올린 다음 날인 6월 20일, “고의로 힌두교 신도의 분노를 조장하는 악의적인 의도”로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타우피크는 마하라슈트라주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이 시작한 온라인 종교 운동 세력에게 발각됐다.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은 자발적으로 아주 사소한 SNS 활동이더라도 힌두교를 모욕했다고 주장할 만한 사항 감시 책임을 졌다. 지방 정부, 법률 집행 기관 등과 연결된 채로 SNS를 감시하는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이슬람 신도에게 적대적인 플랫폼으로 바꾸었다. 인도 내 이슬람 신도는 종종 어떠한 피해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게시글을 올린 뒤 괴롭힘과 체포 위협을 직면한다. 인도 인터넷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 집권 아래에 힌두교 민족주의 편향 정치를 반영하는 또 다른 사례이다.

비영리 단체인 디지털 권리 신장 재단(Digital Empowerment Foundation) 창립자 오사마 만자르(Osama Manzar)는 “현실 세계의 일이 온라인에서도 반복된다.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이 온라인에서 보이는 태도는 현실 세계와 똑같다. SNS는 이슬람교를 억압할 또 다른 수단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우랑제브 황제가 사망한 것은 30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최근 들어 마하라슈트라주 이슬람 청년 사이에서 시위 상징이 되었다. 아우랑제브 황제는 1648년부터 1707년까지 무굴제국을 통치하면서 인도 아대륙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일부 힌두교 신도는 아우랑제브 황제를 차별적인 세금 정책을 시행하면서 힌두교 사원을 파괴하고, 마하라슈트라주의 또 다른 왕국을 다스리던 황제 시바지(Shivaji)에 저항한 반역자로 본다.

힌두교 지역사회와 이슬람교 지역 사회 갈등이 고조되자 아우랑제브 황제는 인도에서 다수를 차지한 힌두교와 마하라슈트라주 인구 12%를 차지하는 인도 내 이슬람 신도 1,300만 명 모두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수렌드라 존데일(Surendra Jondhale) 뭄바이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이슬람 세계를 통치하던 아우랑제브 황제는 오늘날 평범한 이슬람 신도를 공격할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 우익 세력이 시바지와 아우랑제브의 대립 구도라는 두 황제가 통치하던 왕국 간 전투를 이용해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대립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을 조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2023년,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당인 BJP는 아우랑제브 황제의 이름을 따라 지역명을 지정한 마하라슈트라주 도시인 아우랑가바드(Aurangabad)의 도시 명칭을 삼바지 나가(Sambhaji Nagar)로 변경했다. 도시 명칭 변경 이후 BJP 당원 여러 명이 참석한 채로 열린 집회에서 BJP 당원이자 현재 정직 처분을 받은 의원인 T 라자 싱(T Raja Singh) 의원은 “삼바지 나가라는 새로운 명칭에 만족하지 않는 이슬람 신도를 반역자로 간주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BJP는 인도 전역에서 종교 갈등 조장과 종교 다원주의라는 인도의 건국 이념과 모순되는 인도의 힌두교 정체성 강화로 비난 대상이 되었다.

공인의 노골적인 혐오발언과 차별에 대응하고자 이슬람 청년층은 아우랑제브 황제를 저항의 상징으로 채택했다. 아우랑가바드 출신 국회의원 임티아즈 자릴(Imtiaz Jaleel)은 “이슬람 신도를 향해 매일 도발하면서 느끼게 된 불안과 굴욕감 때문에 아우랑제브가 이슬람 신도의 저항의 상징이 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슬람 신도가 아우랑제브 황제를 떠올리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 게재는 종종 심각한 반응으로 이어진다. 모디 총리의 BJP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우익 힌두교 단체는 이슬람 신도의 SNS 게시글을 면밀히 주시하고, 아우랑제브 사진 한 장을 게재하는 행위도 힌두교 정서를 해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샤피크는 동생인 타우피크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 아래에 영어로 적힌 문장의 뜻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스토리를 게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타우피크가 스토리를 삭제하기 전, 마을의 힌두교 신자 중 누군가가 타우피크가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을 올린 사실을 담은 스크린샷을 촬영했다.

40세인 루페쉬 라티(Rupesh Rathi)는 하스나바드에서 BJP의 모기관인 라쉬트리야 스와얌세박 상(Rashtriya Swayamsevak Sangh, 이하 RSS)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라티는 아우랑가바드 도시 명칭 변경 이후 힌두교 민족주의 세력이 이슬람 신도의 SNS 게시물을 감시하는 일이 더 흔한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라티는 “하스나바드에 거주하는 힌두교 신도인 타우피크의 친구 한 명이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스크린샷을 촬영한 뒤 나에게 공유했다. 이후 RSS 구성원 7~8명이 대응책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RSS 구성원 모두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라티는 “모두 불쾌한 행동임을 확인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RSS 구성원 20~25명이 타우피크의 스토리 스크린샷을 들고 지역 경찰서로 향하여 타우피크를 고소했다. 고소에 동참하는 마을 주민이 조금씩 더 증가하더니 결국, 100명 이상이 고소에 동참했다. 라티는 경찰은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라며, “타우피크의 인스타 스토리 관련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타우피크 이외에도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을 올린 어린 이슬람 신도 4~5명이 더 있었다. 결국, 모두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을 삭제했다.

경찰 당국이 타우피크를 체포하자 아우랑제브 황제 스토리를 유포한 다른 이를 조사하려 타우피크의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샤피크는 보석금을 마련하여 타우피크가 석방되도록 했다. 그러나 기소 자체는 지금도 유예 중이다. 샤피크는 동생이 체포된 상황으로 상처받았다고 전했다. 샤피크는 “동생은 이제 18살이다. 경찰 체포 이후 동생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지금도 체포와 함께 다수의 적대감 표출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떨고 있다. 마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라고 하소연했다.

인도 국영 언론에서 지난 4개월 동안 보도한 마하라슈트라주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은 최소 13건이다.

마하라슈트라주 경찰 정보국 부위원장이었던 쉬리쉬 이남다르(Shirish Inamdar)는 경찰의 행동이 공정하지 않지만, 타우피크가 겪은 것과 같은 사건이 마하라슈트라주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2022년 6월까지 마하라슈트라주는 3개 지역 정당 연합이 통치했다. 하지만 BJP가 연합에 소속된 정당 중 한 곳의 의원 40명을 BJP로 편입시키고는 마하라슈트라주를 장악했다. 이남다르는 BJP가 장악한 뒤 마하라슈트라주 내 이슬람 신도 박해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 경찰은 자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지키려 한다. 경찰이 지닌 권력은 최대한 많은 사건을 기록하고 지역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남다르는 SNS 게시글을 이용하여 이슬람 신도를 기소하는 일이 법원 판결 단계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그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건을 계속 제기하면서 누군가의 기록에 오점을 남긴다. 법원 재판 당일 출석하고, 변호사 선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소송 준비 과정에서 처벌받게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하라슈트라주 BJP 부대표인 마다브 반다리(Madhav Bhandari)는 경찰을 옹호하며, “경찰이 SNS 게시글을 보고 사건을 처리하는 일은 이전 정부에서도 시행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을 게재하는 일이 마하라슈트라주의 종교적 정서를 해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누구나 자기 종교에 자부심을 느낄 권리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비영리 단체인 인터넷 자유 재단(Internet Freedom Foundation) 정책 국장 프라틱 와그레(Prateek Waghre)는 이처럼 아우랑제브 사진을 게재한 이를 체포하고 이슬람교 모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꾸준한 소수 집단 감시의 한 형태라고 지적한다. 인도 내 소수 집단은 자신과 같은 집단을 향한 공격에 악용될 만한 무엇이든 계속 경계한다. 와그레 국장은 “포괄적인 영역에서 나타나는 SNS의 문제를 가리킨다. SNS는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업데이트하는 이와 이슬람 신도를 공격할 의도로 게시글을 감시하고 문제를 보고하는 이들 간 분리 수준이 심각하지 않다. 이슬람 신도를 찾아내려 감시하는 이들 대부분 개인 연락처에 등록된 이들이다. 혹은 오래 유지된 스토리 시청 기록을 보고 이슬람 신도를 적발하여 힌두교 모독을 주장할 수 있다. 무서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2014년, 모디 총리가 총리로 선출된 후 인도 전역에서는 혐오발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힌두교 민족주의 단체는 이슬람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한 집단 강간과 이슬람 지역 사회 멸종을 촉구한다. RSS를 비롯하여 BJP와 관련된 다수 힌두교 민족주의 단체는 ‘이슬람 전투 강력 지지’를 포함하여 근거 없는 음모론을 조장했다. ‘이슬람 전투 강력 지지’는 이슬람 남성이 힌두교 여성을 집단으로 성적으로 꾀어내고는 이슬람교로 개종하도록 한다는 음모론이다. 실제로 소수 민족 폭력 여러 건과 법적 절차 없는 교수형까지 발생했다.

와그레 국장은 “인터넷에서도 이슬람 신도를 감시하는 행위를 별도의 사건으로 치부하고, 인구 10억 명이 넘는 인도에서는 이슬람 신도를 억압하는 사건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파급효과는 무시하기 어려우며, 측정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개인의 정신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인터넷으로 힌두교 신성 모독 행위를 감시하는 행위가 힌두교와 이슬람교 집단 간 분열 심화로 이어졌다.

2023년 6월, 경찰이 마하라슈트라주 중부 지역에서 인스타그램에 아우랑제브 황제 사진을 게재한 14세 이슬람 신도 소년을 고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님은 소작농이고, 삼촌은 마을 재단사이다. 소년의 삼촌은 와이어드에 “어린 아이이다”라며,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름 공개를 거부했다. 또, “아이는 영상을 게재한 뒤 사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삭제한 상태이고, 인스타그램에 다시 가입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그런데도 경찰에 사건이 접수됐다. 체포를 피하려면 법원에 거액의 보석금을 건네야 한다. 아이의 미래 경력을 망치거나 위협할 수도 있는 일이다. 시민이 원하는 사회의 변화 방향인가?”라고 한탄했다.

아이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신고한 이는 이웃집에 거주하는 극우 단체 소속 청년이다. 청년은 경찰에 고소하면서 아이의 사진이 “힌두교를 향한 신앙심에 피해를 주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의로 악의적인 행동을 하면서 종교나 종교적 신념 모욕을 통한 모든 종교적 감정에 분노를 조장할 의도로 행동했다. 또한, 공격 촉발 의도가 있다”라며, 14세 소년을 기소했다.

아이 삼촌은 마을에 40년간 거주하면서 마을 지역 사회 전체와 관계를 형성했으나 이번 일로 위험한 일에 노출되었다고 느낀다. 그는 “그동안 힌두교 축제에 참석하고, 힌두교 신자인 친구와도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모든 것이 망했다. 역사적 인물의 사진 공유 금지 정책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nstagram Posts About a 17th-Century King Are Getting People Arres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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