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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반란, 러시아 군사 블로거의 위험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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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반란, 러시아 군사 블로거의 위험 초래
텔레그램의 전쟁 전문 소식통이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조장했다. 반대로 쿠데타에 실패로 끝난 바그너 용병 부대를 지지한 이들도 다수 존재한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애도를 표하는 이들이 붉은 장미를 한아름 들고 이동했다. 군사용 총을 들고 경의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수백만 명이 땅에 둔 관을 지켜보았다. 유명인이나 정부 관료의 장례식이 아니었다. 2023년 4월, 상트페테부르크 카페에서 발생한 의문의 폭탄 폭발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민족주의 성향의 텔레그램 블로거 블라드린 타타르스키(Vladlen Tatarsky)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타타르스키의 장례식은 우크라이나 전쟁 도중 러시아 민족주의 블로거 집단이 증가했다는 영향력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군사 기자를 의미하는 ‘보엔코리(voenkory)’라고도 불리는 군사 전문 블로거는 러시아 정부 때문에 발생한 정보 격차를 채우려는 노력에 개입하여 최전방에서 발생하는 일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수 군사 블로거가 대규모 팔로워 집단을 거느리고, 누리꾼이 게재하는 전쟁 영상을 관리하는 팀도 두고 있다.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인 블로거 유리 포도랴카(Yuri Podolyaka)의 텔레그램 채널은 팔로워 수 280만 명을 기록했다. 워곤조(WarGonzo)라는 채널에서 전직 TV 언론인 세미온 프레고프(Semyon Pegov)의 팔로워 수는 130만 명이다. 군인 출신 아랍어 번역가인 미카일 즈빈추크(Mikhail Zvinchuk)가 운영하는 채널인 리바르(Rybar)는 팔로워 120만 명을 보유했다.

군사 블로거의 영향력은 러시아 시민 다수가 푸틴의 측근 인사이자 러시아 정부가 고용한 용병 부대 바그너의 수장으로 오랫동안 이름을 알린 예프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이 6월 23일(현지 시각),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행진할 당시 텔레그램을 실행하여 소식을 접했다는 의미이다. 반란은 세르게이 쇼이구가 막으면서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텔레그램의 전쟁 관련 블로거는 평소처럼 새로운 소식을 게재하지 않고, 어리석은 태도만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국책 연구소 대서양 위원회(Atlantic Council)의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Digital Forensic Research Lab) 연구원 에토 부지아쉬비리(Eto Buziashvili)는 “전쟁 블로거 집단 전체적으로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자 자기에게 이익이 될 만한 측면을 모색했다”라고 말했다.

군사 블로거와 러시아 정부는 오래전부터 혼란스러운 관계를 형성했다. 민주주의 성향의 블로거마다 관계를 형성한 기관이 다르다. 일부 블로거는 러시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반대로 바그너 부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군사 블로거 중에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 군사 부대 지휘자였던 이고르 거킨(Igor Girkin)과 같은 인물을 대변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거킨 측 텔레그램 팔로워 수는 80만 명이다. 그러나 군사 블로거 모두 전쟁을 지지하는 민족주의 세력이며, 종종 폭력이 고조되는 상황을 옹호해 왔다. 타타르스키의 장례식에서 애도를 표한 프리고진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시작된 전면전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전쟁터에서 형편없는 군사 지휘력을 보인 군사 지도부의 무능력함을 비난했다. 프리고진은 쇼이구 장관의 무능함 때문에 바그너 부대 용병 다수가 전사했다고 비난했다. 거킨은 쇼이구 장관을 ‘현실 감각이 없는 관리자’라고 칭했다.

바그너 부대의 반란이 시작되면서 다수 군사 블로거가 프리고진 관련 소식을 계속 이야기하는 동시에 푸틴을 향한 충성심을 재차 확인할 기회를 잡으려 러시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부지아쉬비리 연구원은 “불과 얼마 전 끊임없이 칭찬하는 내용을 담은 채로 프리고진과의 인터뷰를 장시간 촬영했던 워곤조는 바그너 부대의 반란을 ‘등에 칼 꽂는 행위’라고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일부 시민은 군사 블로거의 어조 변화에 분노했다. 장시간 바그너 부대를 지지한 텔레그램 사용자 알렉산더 페레빈(Alexander Pelevin)은 와이어드에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로 “며칠 전, 바그너 부대를 열렬히 찬양하던 이들이 갑자기 반역 세력인 바그너 부대를 처형해야 할 때와 방법, 장소 등을 촉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현재 페레빈은 온건한 성향의 팔로워 2만 1,000명을 보유한 텔레그램 계정을 운영한다.

텔레그램의 다른 영역에서 평소에는 전쟁을 옹호하던 계정의 침묵이 확산됐다. 러시아 국영 TV 뉴스 네트워크 RT 편집자인 마가리타 시모니안(Margarita Simonyan)을 비롯한 기존 선동 광고 유포 세력이 보인 태도이기도 하다. 6월 24일(현지 시각), 한때 프리고진의 지지자였던 시모니안의 텔레그램 계정은 잠잠했다. 시모니안은 텔레그램 계정 활동이 잠잠해진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을까? 시모니안은 24일 당시 볼가강으로 휴가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신규 텔레그램 인플루언서 세대의 활동도 잠잠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현재 구독자 32만 명을 보유한 채로 운영자가 익명성을 유지한 채로 관리하는 베테랑 노트(Veteran Notes) 계정도 23일 밤에 시작한 반란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베테랑 노트는 바그너 반란이 계정 활동과는 관련이 없는 정보라고 주장하면서도 활동이 없었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국책 연구소인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러시아 애널리스트 카테리나 스테파넨코(Kateryna Stepanenko)는 “러시아 정부 지지 성향의 군사 블로거와 바그너 지지 성향의 블로거 모두 지난 몇 달간 조용했던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독립 언론인 알렉산더 시노노프(Alexander Simonov)가 운영하는 콜 사인 브루스(Call Sign Bruce) 계정을 포함한 바그너 관련 계정이 조용해진 시점은 러시아 정부 지지 성향의 계정보다 비교적 늦은 시점이다. 프리고진의 발언과 바그너 부대가 일시 점령한 로스토프온돈 지역 사진을 공유하는 등 반란 소식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바그너와의 관계를 형성한 군사 블로거 계정의 신규 게시글 게재 속도가 느려졌다. 시모노프는 6월 26일(현지 시각)부터 새로운 글을 게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군사 블로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전하기를 열망하면서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이례적인 자유를 동시에 지지하는 공동의 민족주의로 통합되었다. 2023년 6월 초, 일부 텔레그램 인플루언서가 최초로 푸틴과의 공개 회담에 참석해, 유능한 군사 관계자가 최고위급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 질문으로 푸틴과 정면으로 맞섰다. 또, 푸틴에게 러시아군이 파괴된 탱크 비용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질문했다.

다수 전문가는 비판 의지가 위협을 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다수 군사 블로거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 실패를 공개적으로 밝힐 의지가 있는 고위급 측근 인사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스테파넨코는 군사 블로거 집단의 자기 검열은 바그너 부대가 반란을 일으키기 훨씬 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테파넨코는 “리바르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무능함을 오랫동안 논의했다. 이제는 주로 전쟁터 관련 소식을 전한다”라고 설명했다. 실패로 끝난 바그너 부대의 반란이 군사 블로거의 러시아 정부 비판 지양과 자기 검열 속도를 높이는 위협이 되었다. 이에, 스테파넨코는 “일부 군사 블로거가 의도적으로 자기 검열을 펼치면서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어조로 소식을 전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라고 덧붙였다.

역사학자이자 러시아 선동광고 연구원인 이안 가너(Ian Garner)는 군사 블로거가 러시아 정부에도 유용했다고 말한다. 군사 블로거가 시민 언론과 정부 선동 광고가 새로이 혼합되는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가너 연구원은 “일반 시민도 전쟁에 열광적인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준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푸틴이 군사 블로거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고자 한다는 조짐이 보였다. 가너 연구원은 “푸틴과 군사 블로거의 회담은 다수 군사 블로거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회담은 초조함을 느끼고 분열된 전쟁 및 군사 정보 네트워크를 러시아 국방부와 정부의 영향력 행사 범위로 가져오고자 하는 포괄적인 시도의 일부분이다”라고 분석했다.

군사 블로거라는 새로운 텔레그램 인플루언서 세대는 푸틴이 군사 블로거의 반대편에 선다면, 이미 정보 단속 툴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고통스러운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2023년 3월, 러시아 정부는 검열법을 강화하여 러시아 군대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누구든지 최대 징역 5년을 선고받는다는 규정을 내세웠다. 인권 단체 OVD-Info에 따르면, 2023년 5월경 80여 명이 검열법에 따라 기소되었다. 지금까지 검열법은 전쟁을 반대하는 블로거를 탄압하는 목적으로만 시행됐다. 전쟁을 지지하는 블로거가 검열법으로 기소된 사례는 없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agner Mutiny Puts Russia’s Military Bloggers on a Razor’s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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