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프리고진(Yveneny Prigozhin)이 전쟁 도중 저지른 만행으로 전 세계가 잔혹한 용병 부대인 러시아 바그너 부대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의 용병 부대 수장이었으며, 경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프리고진은 세계 최대 규모의 거짓 정보를 유포한 인물이라는 지위를 얻기도 했다. 또, 미국 대통령 선거와 브렉시트 등 중요한 사건에 개입한 러시아 거짓 정보 작전으로 악명 높은 단체인 인터넷연구국(Internet Research Agency)을 수년간 이끌기도 했다.
프리고진의 바그너 부대가 실패로 끝난 쿠데타를 일으키고 두 달이 지난 8월 23일(현지 시각), 프리고진은 의문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러나 인터넷연구국의 거짓 정보 유포 작전에 동원된 이들의 게시글 게재는 계속되었다. 대신, 와이어드가 입수한 새로운 분석 결과로 일부 세력이 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에도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게시글 게재 활동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리고진 사망 직후 며칠 동안 X(구 트위터)의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계정 협동 네트워크는 2023년 6월, 바그너 부대가 푸틴에 맞서 일으킨 반란에 실패했으나 프리고진을 영웅으로 추앙하면서 러시아에 긍정적인 일을 했다는 주장을 담은 메시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또, 항공기 추락 원인을 서구 세계의 탓으로 돌리면서 바그너 부대는 아프리카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어느 한 X 계정은 “푸틴이 프리고진을 암살해도 얻는 이익은 없었다. 개인 군사 부대 기업은 아프리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고진은 기이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개인 군사 부대를 능숙하게 관리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계정은 “프리고진은 러시아에 득이 되는 역할을 하면서 군사 서약에 충실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파괴 공작원, 즉, 항공기를 파괴한 테러 세력이 프리고진을 죽였다”라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세 번째 X 계정은 “프리고진의 사망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프리고진은 액션 영화의 전형적인 한 장면처럼 보유한 기기를 버린 뒤 일몰 속으로 사라졌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계정 모두 X 내 러시아어 영향력 행사 작전을 자발적으로 추적하는 익명의 자원봉사자 단체인 Antibot4Navalny가 확인한 뒤 와이어드에 공유했다. 안전을 우려하며, 익명 보장을 요청한 Antibot4Navalny 주요 관계자는 항공기 추락 후 프리고진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다룬 의심스러운 X 계정의 게시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ntibot4Navalny는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서사를 게재하는 계정 30개를 발견했다.
[사진=Pixabay]
Antibot4Navalny는 프리고진 지지 성향의 X 계정 활동을 두고 프리고진이 사후에도 인터넷연구국의 거짓 정보 유포 작전 부대를 이끈다는 징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전에 관측된 비슷한 활동의 특성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2023년 6월, 프리고진이 반란을 시도할 당시 프리고진이 소유한 뉴스 웹사이트와 정보 유포 작전 부대가 폐쇄되거나 소유주가 바뀐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됐다. Antibot4Navalny 관계자는 “러시아 내에서는 프리고진의 거짓 정보 유포 작전 부대 통제 능력 상실이 반란의 즉각적인 여파 중 하나인가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X 게시글은 SNS 활동 일부분만 보여주지만, 인터넷연구국이 2016년, 미국 정치에 개입한 뒤 러시아와 관련된 선동 광고가 바뀐 것을 강조한다. 러시아의 거짓 정보 유포 산업은 국가 지원을 받는 언론의 풍부한 생태계와 대규모 텔레그램 채널, 더 많은 기존 SNS 게시글 게재 등으로 진화했다. 수백만 명이 이른바 텔레그램에서 군사 블로거와 전쟁 전문 기자를 팔로우했다. 일부 채널은 러시아 정부와 관련되었으며, 반대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과 관련된 단체도 있다. 그러나 모두 상황을 분명히 파악하기 더 어렵도록 만들 수 있다.
애틀랜틱 위원회(Atlantic Council)의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Digital Forensic Research Lab) 소속 러시아 거짓 정보 및 영향력 작전 연구원인 에토 부지아쉬비리(Eto Buziashvili)는 “정보 부문의 혼란은 모두를 똑같이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어 모든 정보 출처의 신뢰성을 낮춘다는 러시아 정부 정보 작전 세력의 목표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뒤 러시아는 소셜 미디어 웹사이트 차단과 검열, 독립 뉴스 기관 금지, 거짓 정보 유포 등을 시작했다.
거짓 정보 연구 기업 로지컬리(Logically) 연구국장 카일 월터(Kyle Walter)는 Antibot4Navalny가 공유한 게시글을 검토하고는 러시아 거짓 정보 유포 부대가 진실되지 않았다는 징조를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고진 지지 세력의 X 계정 대부분 2023년 초 개설됐으며, 초기 게시글 수가 적고 대부분 다른 계정의 게시글을 리트윗하거나 답변을 남겼다. 간혹 프리고진 지지 성향의 계정 여러 개가 서로 팔로우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계정이 게재한 게시글의 항공기 추락 관련 게시글은 로지컬리가 바그너 부대와 관련된 텔레그램 채널을 모니터링하면서 발견한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월터 국장은 프리고진 지지 세력의 계정과 인터넷연구국 간의 직접적인 연결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ntibot4Navalny의 어느 한 연구원은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프리고진 지지 성향의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이 비슷한 방식으로 펼쳐졌다고 분석했다. 주로 푸틴의 관심사를 다루면서 푸틴의 명예를 실추하는 내용이 없을 때는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서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Antibot4Navalny 연구원은 “프리고진 지지 성향의 X 계정의 접근 방식은 비행기 추락 사고에도 적용된다. 푸틴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다루는 동시에 프리고진을 찬양하는 내용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Antibot4Navalny 연구원은 X에 프리고진 지지 세력의 계정을 보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ntibot4Navalny는 항공기 추락 사고 관련 게시글과 함께 과거 연구와 분석 결과도 공유했다. 한 번은 거짓 정보 유포 작전에 동원된 프리고진 지지 세력으로 의심되는 계정이 7,000건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와이어드는 프리고진 지지 세력으로 의심되는 계정 수십 개를 평가한 뒤 모두 X에서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Antibot4Navalny는 거짓 정보 유포 계정이 종종 단체로 활동하면서 같은 논점을 제시하고,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이나 우크라이나 지지 채널 관련 소식을 다룬 트윗에 답변을 남긴다는 점을 발견했다. X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7월 14일(현지 시각), Antibot4Navalny 연구원은 연구 도중 추적한 일부 계정이 푸틴의 발언을 논의하는 게시글에 답변을 남겼다고 말했다. 푸틴은 “바그너 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그너 부대의 법적 기반은 없다”라는 발언을 했다. Antibot4Navalny 연구원은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거짓 정보 부대 계정이 바그너 부대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주장하면서 프리고진이 소유한 케이터링 기업 콩코드(Concord)를 언급했다. Antibot4Navalny 연구원은 러시아 정부가 통제하는 언론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콩코드가 러시아 정부가 아닌 거짓 정보 유포 부대와 프리고진의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지아쉬비리 연구원은 거짓 정보 유포 부대가 지금도 운영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지아쉬비리 연구원은 “거짓 정보 유포 부대 일부는 지금도 프리고진을 지지한다. 프리고진의 거짓 정보 부대 소속으로 활동한 이들은 현재 조직 소유자가 누구인가를 떠나서 계속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을 펼친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 추락 이후 러시아 정부 관료와 국영 언론이 동시에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 점에 주목했다. 어느 한 TV 쇼는 비행기 추락 사고가 영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프리고진이 항공기 추락 사고 당시 사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매체도 있다. 바그너 부대를 지지하는 텔래그램 채널은 러시아 항공사가 프리고진이 탑승한 항공기를 격추시켰으며, 항공기 추락 사고는 바그너 부대의 반란 보복이라는 정보를 유포했다. 사고 원인을 공식적으로 주장한 언론과 텔래그램 채널은 없다. 푸틴과 우크라이나 모두 항공기 추락 사고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정보 생태계가 변화하지만, SNS 내 러시아의 거짓 정보 양은 매우 많다. 2023년 8월 말 공개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러시아 관련 활동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첫해에 러시아에서 생성된 거짓 정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X, 유튜브 틱톡, 텔레그램 등에서 최소 1억 6,500만 명에게 전달되면서 조회수 160억 회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정부 지지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초기 조사 결과는 러시아 정부 지원 계정의 정보 도달 범위와 영향력은 2023년 상반기 들어 더 증가했다. 트위터의 안전 기준이 사라지면서 유독 더 증가하였다”라고 설명했다.
월터 국장은 “오늘날에는 보통 텔레그램에서 형성된 서사를 접한다”라고 전했다. 로지컬리는 최근, 러시아 지지 채널이 니제르 군사 쿠데타를 다룬 거짓 정보를 유포했으며, 러시아 사실 검증 웹사이트와 텔레그램 계정이 러시아 최대 선동 광고 TV 쇼 진행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월터 국장은 “러시아 정부의 서사에 공감한 뒤 주류 플랫폼에 이를 공유하는 서양 인플루언서를 발견할 수 있다. 서양 인플루언서를 통한 러시아 정부 선동 광고는 더 널리 확산된다”라고 말했다.
월터 국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 선동 광고와 거짓 정보의 서구 세계 공격이 더 수월해졌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된 원인이다. 월터 국장은 “전략적 측면에서 러시아 정부의 직접 개입을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 러시아 정부가 아닌 다른 이들을 통해 정부 선동 광고를 전달하는 사례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러시아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은 상황을 이해하고자 하는 서구 세계에 서서히 맞추어 펼쳐진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