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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인터넷 차단, 치명적 단속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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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인터넷 차단, 치명적 단속으로 이어져
마샤 아미니 사망 시위 도중 이란 당국이 모바일 인터넷과 왓츠앱, 인스타그램을 차단했다. 이란 시위 도중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By MATT BURGESS, WIRED UK

이란 도시 샤루드(Shahrud)에서 시위대 수백 명에 둘러싸인 여성 두 명이 강단에 올라서서 머리 위로 히잡을 벗어 올리면서 규범을 위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적인 규범 위반을 위한 행위였다. 해당 장면을 담은 영상은 1550tasvir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되었다. 1550tasvir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난 며칠간 이란 마을과 도시 여러 곳에서 시민 수천 명이 이란의 ‘윤리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후 사망한 22세 여성 마샤 아미니(Mahsa Amini)의 사망에 맞선 시위에 나선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1500tasvir의 또 다른 영상은 여성 여러 명이 히잡을 불태우면서 자유를 외치는 모습을 담았다. 다른 곳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에 맞서기도 했다. 이란 도시 80여 곳으로 시위가 확산되면서 경찰과의 무력 충돌 이후 시위대가 피를 흘리거나 다치거나 사망한 모습을 담은 영상도 있다. 와이어드에 안전 문제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1500tasvir 인스타그램 계정 관리자 중 한 명은 “시위대는 무장 경찰에 맞서서 외쳤다”라고 전했다.

1500tasvir 계정은 2019년, 경찰이 시민 수백 명을 살해한 뒤 이어진 시위 확산 도중 등장하였다. 당시 이란 관료는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고, 시민의 시위 형성을 막고, 이란 국경을 넘어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제한하였다. 2022년, 역사가 또 한 차례 반복된다. 그러나 2022년 시위는 더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2022년 9월 말, 아미니의 사망에 분노하여 시민 수천 명이 시위에 참석하자 이란 당국은 또다시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는 현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SNS 서비스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서비스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2022년 인터넷 차단 규모는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시행돼, 잔혹 행위가 더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지금까지 3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시위 도중 발생한 사망자 수가 단 17명이라고 주장한다.

이란 인터넷 접속 차단 후 이란 상황을 관측하기 시작한 모니터링 기업 켄틱(Kentik)의 인터넷 분석 국장인 더그 매도리(Doug Madory)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차단은 이란 정부가 시민의 시위 사태를 다루어야 할 때마다 관례로 선택하는 수단이 되었다. 많은 시민이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해 시위 현장과 정부의 단속 행위를 입증하는 영상을 게재한다. 따라서 정부 검열 대상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9월 19일(현지 시각), 아미니 사망 규탄 시위 지지 목소리가 커지자 인터넷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후 켄틱과 넷블록스(Netblocks), 클라우드페어(Cloudfare), OONI(Open Observatory of Network Interference)를 포함한 복수 인터넷 감시 기구가 이란의 인터넷 접속 장애 상황을 상세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란 최대 네트워크 기업인 이란셀(Irancell), 라이텔(Rightel), MCI를 포함한 모바일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모두 대규모 인터넷 접속 장애 상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다수 모바일 공급사가 한 번에 12시간가량 인터넷 접속이 차단됐다. 넷블록스는 이란의 인터넷 차단을 ‘통금 시간과 같은 형태의 인터넷 접속 차단’이라고 설명했다. 액세스나우(Access Now)의 인터넷 차단 퇴치 지도자 펠리시아 안토니오(Felicia Anthonio)는 아미나의 이름을 포함한 문자 메시지가 차단되었다는 여러 협력사의 보고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안토니오는 “아미니의 이름을 포함한 메시지를 보내면, 정상적으로 전송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접속 차단은 9월 21일 자로 시행되었다. 모바일 인터넷 접속 차단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나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차단은 이란에 남은 일부 SNS 서비스 접근 권한을 막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모두 몇 년 전 차단되었다. 이란 국영 언론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차단 정책 지속 기간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정부가 국가 안보라는 이유를 내세워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인터넷 차단과 통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 소속 학자인 마샤 아리마다니(Mahsa Alimardani)는 “시위대의 생활 유지에 매우 중요한 정보와 소통 창구가 되는 플랫폼을 차단 대상으로 삼은 듯하다”라고 진단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이란 안팎에서 핵심 인력 10명이 운영하는 1500tasvir 계정은 시위 현장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한 영상을 게재한다. 시위 현장에 있는 이들이 영상을 보내면, 1500tasvir 관계자가 영상을 확인한 뒤 게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불규칙한 인터넷 연결과 확실히 고정된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하다. 1500tasvir는 하루에 1,000편이 넘는 영상을 받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45만여 명을 보유했다.

1500tasvir 관계자는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이 시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시민이 다른 지역의 시위 여부를 알 수 없어 시위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00tasvir 관계자는 “다른 시민도 똑같이 분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과감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차단 시 고립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왓츠앱 차단은 이란 이외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추었다. 다른 국가에서 이란의 국가 번호를 사용하는 이들은 왓츠앱 접속 속도가 느리거나 정상적인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왓츠앱 관계자는 이란 번호 차단과 관련,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왓츠앱은 이란 이외 다른 곳에서 이란 번호를 사용하는 이들도 접속 장애로 불편함을 겪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아리마다니는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란이 여러 플랫폼을 검열하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이란 정부의 검열 행위가 특정 대상을 겨냥한 채로 발생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여러 국가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시민이 갈수록 잔혹함이 더 심각해지는 인터넷 차단을 억압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정부 비판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거나 시민의 행동을 통제하려 했다. 2021년에는 쿠바부터 방글라데시까지 23개국이 총 182차례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이란 정부도 이전부터 인터넷 차단을 억압 수단으로 선택했다. 안토니오는 가장 최근 발생한 이란의 검열이 지난 12개월 사이에 세 번째로 발생한 검열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앞으로 독재 정권이 시위 도중 시민을 상대로 벌인 잔혹 행위를 숨길 수단으로 인터넷 검열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의 현재 인터넷 검열은 2019년 11월, 연료 가격 폭등에 분노한 시위가 발생한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2019년, 20만여 명이 경찰의 잔혹 대응 대상이 되었다. 국제 앰네스티는 시위 도중 321명이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발행했으며,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는 각각 1,500명, 4,800명이라고 추산했다.)

시위 내내 이란 정부 관료는 전면 인터넷 차단 정책을 펼쳤다. 이란 전역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마비돼, 전 세계에 이란의 상황을 알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란의 검열 수준이 심각한 자체 개발 인트라넷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 후 아미니의 사망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인터넷 차단이 광범위하게 시행된 적은 없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는 시위가 오래 이어질수록 인터넷 차단 상태도 더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찰의 폭력 행위 증가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란 인권센터는 15~16세 청소년을 포함, 시위 사망자 수는 총 36명이라고 기록했다.

인터넷 차단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시위대 영상이 간혹 인터넷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지금까지는 시위 현장의 영상이 일부 외부로 공개되었다. 아리마다니는 “2019년 11월 당시보다 시위 관련 콘텐츠와 영상을 더 많이 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 장애 시 시위와 관련된 이야기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 1500tasvir 관계자는 전화 통화 도중 “인터넷 차단 때문에 1시간 동안 메시지를 단 한 통도 받지 못했다. 이란 정부는 잔혹한 만행이 세계에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ran’s Internet Shutdown Hides a Deadly Crack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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