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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테크 업계 인재 대규모 유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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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테크 업계 인재 대규모 유출 발생
여러 테크 기업 창립자와 개발자가 서둘러 러시아를 떠나면서 러시아 테크 업계에 큰 타격이 발생했다.
By GIAN M. VOLPICELLI, WIRED UK

알렉스는 2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침략 사실을 인정한 직후 러시아에서 출국하는 편도 항공편을 구매했다. 유럽의 어느 한 테크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원격 근무하는 알렉스(Aleks)는 그 후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조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알렉스는 자신의 이름 전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알렉스는 “푸틴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침략 이후 침략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 무력 침입이 당시 기본적으로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강력한 제재와 루블 가치 폭락, 공격적으로 변하는 러시아 현지 상황을 직면한 알렉스는 친척이 거주하는 조지아행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내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알렉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인근 국가로 떠난 첫 번째 러시아 테크 업계 직원 중 한 명이다. 이후 알렉스는 자신 이후에도 테크 업계 종사자 중 러시아를 떠나는 이가 속출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 몇 주간 러시아 테크 업계 종사자 집단이 알렉스에 이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로 떠나면서 현지 임대료가 급격히 인상됐다. 알렉스는 “부동산 시장에는 아무것도 없다. 매매나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은 전혀 없으며, 혹시 운이 좋게 발견하더라도 한 달 전보다 가격이 2~3배 더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 알렉스는 앞으로 조지아에서 생활하려 한다. 고국인 러시아로 돌아가는 것이 매우 두렵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인 1,000만여 명이 고국을 떠나는 유례없는 규모의 인류 위기 발생의 전조가 되었다. 그러나 푸틴 정권이 전쟁을 일으키면서 생계와 직업 전망, 개인의 자유를 모두 파괴할 것을 우려해, 러시아에서도 수만 명이 타지로 떠났다.

자발적으로 러시아를 떠난 이들 대부분 테크 업계 종사자이다.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상호연결성 때문에 서양 세계의 러시아 제재 피해와 서양 테크 기업의 러시아 사업 철수 여파를 재빨리 느끼게 됐으며, 그 어느 때보다 노트북을 들고 어디를 가나 업무를 하기 더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테크 업계 그룹인 RAEK는 테크 업계 종사자 5만~7만 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산했다. 또, 4월 중으로 러시아를 떠나는 테크 업계 종사자 수가 7만~10만 명 더 증가할 전망이다. 서양 국가로 향하는 항공편이 취소돼, 여전히 러시아인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특정 국가로만 향할 수 있다.

런던에 거주하는 러시아 태생 글로벌 벤처캐피털 기업 루나 캐피털(Runa Capital) 대표 콘스탄틴 비노그라도프(Konstantin Vinogradov)는 다른 업계 관계자와 협력해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러시아의 군사 행동 지지 국가), 우크라이나 테크 업계 종사자가 세계 어디서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테크 업계 인재 정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비노그라도프는 “대다수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과학자이다. 또, 얀덱스(Yandex)와 VK, 스베르방크(Sberbank) 등 러시아 테크 업계 대기업 직원 비율이 높지만, 중소기업 출신 인재도 많다”라고 말했다.

비노그라도프는 인재 정보 웹사이트 가입자 약 2,000명 중 60%는 현재 터키나 아르메니아, 조지아에 거주 중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부터 러시아인 8만 명이 입국했으며, 2만 명은 지금까지 아르메니아에 거주 중이라는 아르메니아 정부의 계산 결과를 보도했다. 조지아 경제부 장관은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입국한 이의 수가 2만~2만 5,000명으로, 2020년 러시아에서 입국한 이의 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를 떠난 이 대부분 타지에 정착할 계획이다. 비노그라도프의 인재 정보 웹사이트 가입자 90%는 선호하는 최종 정착 국가로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를 선택했다.

비노그라도프와 대화를 나눈 러시아 테크 업계 인재 중 일부는 윤리적 이유로 푸틴의 전쟁을 반대하기 때문에 러시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바노그라도프는 “더는 정치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정치가 아닌 윤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지위가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는 국가로 하락한 탓에 러시아 출신 테크 업계 인재의 일자리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애플, 넷플릭스, 메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간혹 러시아 정부가 자국에서 서양 테크 기업을 퇴출한 사례도 있어 평소처럼 사업을 운영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라트비아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보르디오(Bordio) CEO 제이콥 우도도프(Jacob Udodov)의 러시아인 직원 5명 중 지금까지 두 명이 타지로 향했다. 우도도프는 러시아 직원 모두에게 일부 서비스 접근 지원과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인터넷 검열 결정 시 러시아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VPN을 제공했다. 보르디오는 유럽 고객을 위한 SNS 캠페인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최근 러시아의 상황에 적응했으며, 우도도프는 러시아 직원 모두 3월 4일 자로 페이스북이 모든 러시아 계정의 광고 게재를 금지하자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전했다. (3월 21일, 러시아 법원은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가 극단주의 세력과 같은 활동을 펼친다는 판결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직원의 임금 지급도 어려워졌다. 러시아가 국제 결제 네트워크인 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우도도프는 “러시아 직원에게 송금한 은행 한 곳을 발견하기 전까지 여러 은행을 통해 임금 지급을 시도했다. 현재 러시아 직원의 임금을 송금할 수 있는 은행도 계속 러시아 결제 서비스를 지원할지 확실하지 않다. 4월 급여 지급 문제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우도도프는 달러로 직원 임금을 지급하며, 이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루블화 가치가 30% 급락했을 당시의 여파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다. 임금을 기업 주가와 연동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다른 러시아 테크 업계 직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잔혹한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한 고국을 떠난 어느 한 러시아 테크 업계 직원은 갑작스러운 생계 타격이 추가로 분노를 일으켜, 다수 러시아 테크 업계 종사자의 외국행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가 오랫동안 끔찍한 일을 벌였으나 국가가 자행한 일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면서 국가가 장악했다고 주장한 지역에 가지 않았다면, 대충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러시아인이 정치에 무신경한 모습을 보였다. 국가는 국민의 돈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누구나 자산을 모으면서 각자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면서 러시아인 개인의 삶에도 타격을 주었다. 러시아 화폐 가치와 러시아인이 모은 자산 가치 폭락이라는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화폐로 교환하기 어려운 싸구려 물품으로 전락했다. 러시아인에게 충격을 준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가 전쟁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표현의 자유 단속과 여전히 러시아에 남은 테크 기업에 이어질 수 있는 상황도 러시아 테크 업계 종사자가 고국을 떠나는 상황을 촉발했다. 익명의 러시아 테크 업계 종사자는 “러시아 정부가 군사력을 동원할 때, 러시아인에게 나쁜 일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2019년, IDC는 러시아 IT 업계의 가치를 248억 달러로 추산했다. IT 업계 직원은 총 130만 명이며, 러시아 GDP 2.7%를 차지한다. IT 업계의 GDP 비중은 에너지 공급 부문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테크 업계 인재 대규모 유출의 궁극적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최우수 개발자 집단이 러시아를 떠나더라도 얀덱스와 이메일 서비스 공급사 Mail.ru나 SNS 기업 VK 등 현지 테크 업계 대기업은 서양 경쟁사가 사라진 러시아 시장에서 이익을 누리면서 서양의 제재 때문에 이제 접할 수 없는 서비스를 대체할 것이다. 또, 개인적인 이유나 언어 장벽, 코딩 실력, 정부 이념 지지 등과 같은 이유로 러시아에 남는 테크 업계 인재 정리해고가 급격히 증가한 추세를 이용할 것이다.

프린스턴대학교 정보기술정책센터 연구원인 세르게이 사노비치(Sergey Sanovich)는 “러시아는 영토가 넓으면서 고학력자가 많다. 정치적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이들이 기존 고학력 테크 업계 인재를 대체할 것이다. 주로 기존 고학력 인재보다 유능하지 않고 자격 조건이 뒤처지면서 정부에 반대하지 않는 이들로 대체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푸틴 정부는 테크 분야 인재를 전략적 자산으로 본다는 사실을 암시했으며, 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경제적 혜택을 도입하며 인재 유출을 막으려 했다. 또한, IT 업계 종사자의 병역 면제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비노그라도프는 러시아 정부의 테크 업계 인재 유출을 막으려는 온갖 시도가 일부 직원에게 역효과로 작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발견했다.

비노그라도프는 “일부 테크 업계 직원은 러시아 군대를 위한 대규모 징집이 이루어지므로 다른 국가로 이주해야 한다고 받아들였다”라고 전했다. 지금도 항공편을 찾을 수 있다면, 러시아를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고국을 떠난 러시아인은 러시아를 떠난 이유와 관련해 출입국 관리 직원의 엄격한 심문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라트비아에 거주하는 테크 기업 투자자 콘스탄틴 시니우신(Konstantin Siniushin)은 전쟁 위기 초기 당시 러시아 스타트업 직원 300명을 위한 아르메니아행 전세기 운항을 도왔다. 시니우신은 장기적으로 러시아 테크 부문이 러시아 국내 시장에서 기꺼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만족하는 이들과 이미 러시아를 떠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계속 외국에 정착할 방법을 묻는 이들로 나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금 당장 러시아를 떠난 이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현재 트빌리시에 거주하는 알렉스는 러시아 테크 업계 인재 집단이 아직은 실제 공동체로 결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알렉스는 “많은 이들이 공포를 느낀다. 러시아인은 저축한 자산이 없으며, 신규 계좌 개설이 어렵다. 조금 더 안정된다면, 러시아 출신 테크 업계 인재가 트빌리시에서 제대로 된 공동체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Russia Is Facing a Tech Worker 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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