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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당분간 러시아 정부에 저항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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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당분간 러시아 정부에 저항 결정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켜 비난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서양 세계가 국제 사회의 외면을 받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단하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갈수록 고립되었다.
By AMIT KATWALA, WIRED UK

2022년 2월 말, 넷플릭스가 영국 도시 브래드포드 일부 지역을 러시아 일부 지역으로 만들었다. 당시 넷플릭스는 더 크라운(The Crown)를 촬영 중이었다. 또, 여왕과 왕자가 1994년, 영국 군주 중 최초로 러시아 크렘린궁을 방문한 장면을 재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더 크라운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촬영 현장 사진이 등장하자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3월 1일(현지 시각)부터 넷플릭스가 러시아 사업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면, 러시아 TV 방송사 20곳에 무료 방송을 송출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언급한 러시아 방송 채널은 뉴스 채널과 스포츠 채널, 엔터테인먼트 채널 모두 포함되었다. 2017년 출시된 온라인 플랫폼의 이름을 따라 비트리나 TV법(Vitrina TV law)라는 비공식 이름으로 알려진 법률 러시아 사용자 수 10만 명 이상인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은 서비스 일부분으로 러시아 방송을 송출해야 한다.

넷플릭스에 골칫거리가 되는 부분이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는 선동 광고로 넘쳐나며,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각종 거짓 정보를 심각한 수준으로 과도하게 보도한다. 러시아 현지 언론인 모두 우크라이나 침공 행위를 ‘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넷플릭스가 어쩔 수 없이 러시아 선동 광고를 송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소식은 서양 구독자의 분노를 촉발해, 수백 명이 트위터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또, 일부 구독자는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했다. 10년 이상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를 사용한 핀란드 기자 마르타 테르보넨(Martta Tervonen)은 “푸틴의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는 거짓 정보 유포에 일조하는 기업을 지지하고 싶지 않아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했다”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비트리나 TV 법 위반 시 자칫하면 러시아 사업이 금지될 수 있다. 반대로 비트리나 TV 법을 준수한다면, 러시아가 전쟁 범죄로 비난받는 시점에 러시아의 선동 광고 확산을 돕는다는 이유로 구독자와 서양 정치인의 질책을 받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비트리나 TV 법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넷플릭스가 러시아에서 퇴출당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 기사가 송출될 시점까지 러시아는 비트리나 TV 법을 시행하지 않았으며, 넷플릭스는 비트리나 TV 법 준수 여부를 결정하기 전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 방송 채널을 넷플릭스 서비스에 추가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테르보넨은 “넷플릭스의 태도가 바로 구독 취소를 원한 이유이다. 이제 넷플릭스는 직접 말한 부분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규제 기관인 로스콤나조르(Roskomnadzor)의 반응을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론상 넷플릭스는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러시아 사업 운영 권한 공식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로스콤나조르는 와이어드의 문의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정치적 압박도 있다. 3월 1일(현지 시각),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내부 시장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브르통 위원장은 러시아 선동 광고 퇴치를 위해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 우크라이나 초대 총리와 긴밀히 협력했다. 브르통 위원장은 통화 후 기자단에 “언론 규제 기관과 이동통신 기업, 스트리밍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모두 러시아 정부의 전쟁 선동 광고를 막는 데 협력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의도적인 거짓 정보 유포 작전과 공격 퇴치를 막을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3월 1일까지만 하더라도 브르통 위원장이 말한 바와 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로스콤나조르의 요구를 갑작스레 거부하지 않았으나 이 기사가 송출될 시점까지 러시아에서 넷플릭스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러시아 현지 일부 구독자는 서양 세계가 러시아 은행에 제재를 시행하자 넷플릭스 구독료 결제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넷플릭스는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여러 기업과 마찬가지로 난처한 상황을 직면했다. 지난 2년간 러시아 사업 확장을 위해 거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현지에 넷플릭스 직원이 없지만, 러시아어 인터페이스와 루블 결제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게다가 공상과학 시리즈 ‘그녀, 안드로이드(Better Than Us)’과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Gazprom)의 자금 지원을 받아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드라마로 제작했으나 소련 정부의 무능함을 대수롭지 않게 표현해 비판받은 ‘체르노빌, 1986(Chernobyl 1986)’ 등 러시아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

2020년 9월, 넷플릭스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최측근 인사인 러시아 억만장자 유리 코발처크(Yury Kovalchuk)와 관련된 방송사 내셔널 미디어 그룹(National Media Group, 이하 NMG)과의 협력 관계를 체결했다. NMG는 푸틴 지지 성향을 지닌 방송사이자 비르티나 TV 법 적용 방송 채널 20여 곳 중 한 곳인 채널원(Channel One)의 지분 약 20%를 소유했다. 채널원은 그동안 넷플릭스에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현대판으로 재구성한 안나K(Anna K) 제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넷플릭스도 다수 서양 테크 기업, 미디어 기업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러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이라는 성과 달성 바람과 엄격하면서도 간혹 이해하기 어려운 현지 규제 환경 간 균형을 맞추어야 했다. 2021년 11월, 러시아 내무부 장관이 2013년의 성 소수자 콘텐츠 단속 법률을 위반하고 동성애 선동 광고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넷플릭스를 조사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대표적인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항상 현지 사용자의 취향과 규제에 모두 적합한 프로그램을 맞춤 제작하는 행보를 보여야 했다.

넷플릭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코미디 토크쇼인 ‘하산 미나즈 쇼: 이런 앵글(The Patriot Act with Hasan Minhaj)’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암살 비판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자말 카슈끄지 암살 관련 내용을 삭제한 대가로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노골적인 성적 콘텐츠 방송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는 자발적인 코드 작업 계약과 함께 인도 국기를 폄하하는 장면을 포함한 광범위한 콘텐츠 자기 검열에 동의했다. 프랑스에서는 현지 사업 운영을 원하는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 적용되는 규제에 명시된 일부 사항에 따라 프랑스 시장 연 매출 20%를 현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뉴욕 바루크칼리지 커뮤니케이션 부교수 스튜어트 데이비스(Stuart Davis)는 “시장 진출 시 거래 대가가 있다. 금전이나 프로그램으로 특정 국가 시장 사업 유지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의 러시아 사업 유지에 비용 이익 분석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러시아 사업 유지를 위해 일부 대가를 감수하던 관행이 달라졌다. 다수 테크 업계 주요 기업이 러시아 사업 유지 손익 계산 후 자체적으로 답을 찾았다. 애플은 러시아 시장에서의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현지 앱스토어 접근 경로를 차단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모두 러시아 미디어 채널 여러 곳의 수익 창출 경로를 차단하고 추천 알고리즘에서 삭제했다. 틱톡과 트위터는 유럽연합의 러시아 국가 소유 계정 차단 요구사항을 준수했다. 데이비스 부교수는 넷플릭스의 러시아 구독자 수는 수십만 명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이미 매출 하락세를 기록하는 데다가 구독자 수백만 명을 디즈니+ 등 경쟁사에 빼앗기는 상황에서 구독자 단 한 명이라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러시아 사업을 아예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브랜드 기관 슈퍼유니언(Superunion) 북미 사업 성장 총괄인 노라 브래드쇼(Nora Bradshaw)는 “지금이 넷플릭스가 러시아 사업을 중단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목소리 전달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지닌 넷플릭스가 부당한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선동 광고를 널리 유포하는 데 개입하는 행위는 중대한 실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이윤 추구라는 목적으로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전 세계 구독자 수백만 명이 항의 차원에서 구독을 취소하는 치명적인 사업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당국과 서양 구독자 모두 넷플릭스에 더 강력한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러시아 고유문화 전면 고립의 장, 단점이라는 논리적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푸틴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여러 기업의 자금 투자를 받아 러시아 정부의 목표와 가까운 듯한 프로그램을 여러 편 제작해왔다. 현재 와이어드는 넷플릭스가 러시아에서 작품 두 편을 제작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한 작품은 제작 중단 결정을 내렸으며, 나머지 한 작품은 조만간 제작이 종료될 예정이지만 러시아에서 신작을 개봉하지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 고객 서비스 담당자는 비트리나 TV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기 전, 사용자의 분노에 “넷플릭스는 당파적 기업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어느 한쪽의 정치 성향을 선택하지 않고, 문화적 대화를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애플부터 워너 브라더스, BP, 제너럴모터스 등 러시아 사업 중단을 선언한 서양 기업 여러 곳도 특정 정치 이념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Netflix Has Defied the Russian Government,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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