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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러시아 제국, 불확실한 미래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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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러시아 제국, 불확실한 미래 직면
러시아에서 파산 선고를 마친 구글이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타국에서 러시아 규제 당국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
By MORGAN MEAKER, WIRED UK

아레나 게오르고비아니(Alena Georgobiani)는 자신이 러시아 진보주의 세력이라고 소개한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PR 전문가인 게오르고비아니는 구글의 검색 결과가 러시아 현지 경쟁사 얀덱스(Yandex) 서비스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오르고비아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안드로이드 기기 앱을 내려받고는 구글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를 이용해 파일을 보관한다. 2022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가 러시아를 떠난 후 업무 전화 대부분 구글 미트를 활용했다. 지메일은 17년 전부터 주요 이메일 계정으로 사용했다.

게오르고비아니는 매달 약 200루블(3달러)을 부담하면서 담배를 피우며 잠깐 머리를 식힐 때, 광고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로 영상을 시청한다. 그러나 2022년 3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구글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광고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유튜버와 광고 기업의 매출 수단이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러시아 사용자는 여전히 광고 없이 유튜브 영상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다. 게오르고비아니는 “새로운 수익화 정책 도입 이후 광고를 볼 수 없었다. VPN 서비스에 의존해 유튜브에 접속할 때만 광고를 볼 수 있다”라며, 많은 사용자가 타국에서 접속하는 것처럼 웹 검색 기능을 사용하도록 하는 가상 사설망(VPN)을 언급했다.

게오르고비아니와 구글의 관계는 구글이 러시아에 깊이 자리 잡은 사실을 나타낸다. 데이터 분석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의 통계 자료 확인 결과, 2021년 기준 러시아 전체 인구 1억 4,400만 명 중 현지 유튜브 사용자 수는 9,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구글의 러시아라는 상업 제국이 무너지고 있다. 3월 10일, 구글은 서양 제재와 관련된 결제 체계 문제를 언급하며, 러시아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해, 구글의 모스크바 지사 직원 모두 다른 국가로 이전했다.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았을 때, 기존 모스크바 지사 직원 대부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로 이전했다. 5월에는 구글의 러시아 지사가 주요 계좌 동결이라는 법원 명령 이후 파산 신청을 했다.

구글은 자체 계좌가 없는 상태에서 러시아에서 매출을 기록할 수 없지만, 사업을 계속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구글 대변인은 와이어드에 “러시아인은 질적으로 우수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구글 서비스에 의존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지사가 없는 구글이 현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불확실한 상태이다. 구글의 현재 상황이 구글 러시아 사업 종료의 시작인가 혹은 메시지 앱 텔레그램과 같은 적대적인 해외 원격 운영 모델 채택인가와 관련,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법무법인 데커트(Dechert)의 러시아 법률 총괄 로라 브란크(Laura Brank) 변호사가 설명한 바와 같이 구글의 러시아 계좌 동결 이유는 러시아 당국이 불법이라고 판단한 콘텐츠 제거를 거부한 뒤 부과된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란크 변호사는 “법원 명령에 따른 벌금 납부 불이행 시 계좌 동결은 일반적인 절차이다. 따라서 서류상으로는 러시아 법원의 구글 계좌 동결 조치가 합법적인 일이다. 많은 이들이 러시아에는 법치주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법률이 존재하며, 당국은 법률 절차를 따른다. 따라서 러시아 소비자가 차단된 서비스에 분노할 때 법률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글은 지금까지 차단되지 않았다. 대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2022년 초 러시아에서 차단되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순서대로 러시아를 떠난 상황에서 구글은 러시아에 마지막까지 남은 미국 테크 기업이다. 2022년 3월,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신뢰할 수 없다고 간주한 정보를 포함했다는 관련성 때문에 러시아 내 구글 뉴스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었으나 러시아인은 상당수 구글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 반발 위험이나 VPN의 인기 증가라는 위험성을 피하면서 서비스를 차단하기에는 유튜브의 인기가 매우 높다고 본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로 구글의 서비스 중단 예외는 러시아 시민 약 75%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글이 제공하는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르게이 사노비치(Sergey Sanovich)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원은 “러시아 스마트폰 대부분 애플이 아닌 구글이 운영하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실행한다. 애플 운영체제보다 비교적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웹사이트와 반대로 검열하는 일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모스크바 인터넷 연구소(Internet Research Institute) 소장이자 창립자인 카렌 카자리안(Karen Kazaryan)은 구글의 다른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일부 서비스만 차단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언급한다. 카자리안 소장은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는 매우 복잡하다. 특정 서비스 차단을 시작한다면, 의도치 않게 관련이 없는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중요한 서비스 실행 중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행위는 단순히 구글 자회사가 이미 러시아에서 직면한 문제를 강화한다. 구글 러시아 지사는 지난 몇 년간 갈수록 엄격해지는 인터넷 관리 법률과 콘텐츠 관리 거부 문제 때문에 매번 1만 1,000달러~1,000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이 계속 부과되는 문제를 두고 씨름을 해왔다. 구글은 와이어드에 러시아 파산 신청과 관련, 콘텐츠 관리 정책을 변경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구글이 모스크바 사무실을 폐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구글 모스크바 지사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를 모스크바가 아닌 다른 도시로 이전하여 러시아의 신규 데이터보호 규정에 항의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 위험성이 더 커졌다. 2021년 9월, 러시아 당국은 구글 최고 임원 중 한 명의 자택을 방문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러시아 사회 운동가이자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와 관련된 앱을 삭제하지 않으면,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을 가했다. 구글이 해당 임원을 다른 이름으로 호텔에 머무르도록 옮겼다. 이후 구글 모스크바 지사 임원의 이름을 익명으로 다룬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자택을 찾은 정비 기관 요원이 호텔 객실을 찾아내 여전히 앱 삭제 기한이 지나고 있다고 위협했다. 결국, 단 몇 시간 뒤 알렉세이 나발니 관련 앱이 삭제되었다.

카자리안 소장은 구글이 지금까지 각종 어려움 속에서 러시아에서 입지를 유지한 이유는 러시아인 공동 창립자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은 지금까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덕분에 러시아 사업을 지금까지 유지해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5살 때까지 소련에서 거주한 브린은 과거, 구글 정책을 형성한 표현 검열을 일삼던 정치 체제 속에서 성장한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브린은 201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련에서 거주할 때 접한 검열 관행이 개인적인 견해를 확립하는 데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구글의 견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구글 러시아 지사는 수십억 달러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구글은 실적 발표 현장에서 2021년 러시아 시장 매출이 전 세계 매출의 1%로, 0.5%를 기록한 전년도보다 증가한 25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구글 러시아의 2021년도 매출은 2020년도 구글 영국 지사의 매출과 같은 수준이다. 웨드부시(Wedbush) 소속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Dan Ives)는 구글이 러시아 시장 매출 성장세를 기대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구글은 수십 년 동안 러시아 시장 규모를 확장하는 미래를 바라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길로 향했다”라고 언급했다.

구글 계좌 동결은 러시아 정부의 눈에 문제성 콘텐츠로 보인 구글 플랫폼 내 게시글을 둘러싸고 지금도 진행 중인 힘겨운 싸움의 결과이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구글 러시아 지사가 없다면, 구글에 자국의 콘텐츠 관리 규정 준수 강행을 요구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마리아 자카로바(Maria Zakharova) 정부 대변인은 5월 26일(현지 시각),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다. 자카로바 대변인은 유튜브가 러시아 외무부의 다른 브리핑을 차단할 때마다 미국 언론인을 대상으로 강제 추방 위협을 가했다. 자카로바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뉴스 기관 타스(TASS)를 통해 “러시아는 미국을 향해 ‘러시아 정부의 다른 브리핑을 차단할 때마다 미국 언론인 개인이나 미국 언론 기관 모두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밝혔다.

미국 국책연구소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상주 수석 연구 펠로인 에머슨 T. 브루킹(Emerson T. Brooking)은 “구글 콘텐츠 관리 판단과 관련한 서양 언론인을 향한 응징 시도 등 러시아 정부의 보복 조치는 러시아가 구글에 자국 규정 관리 준수를 강행하도록 명령할 효과적인 수단을 보유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브루킹은 구글이 중국과 같은 차단 조치를 직면하기보다는 텔레그램과 같이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명령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확신한다.

브루킹은 “러시아에는 만리방화벽이 없다. 러시아는 서양 기업과 같은 역할을 하리라 추측할 수 있는 강력한 자국 기술 부문이 없다. 게다가 구글이 러시아 지사 직원과 물리적 기반 시설 철수를 선택한다면, 러시아는 앞으로 구글에 정부 명령을 따르도록 강요하기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Google's Russian Empire Faces an Uncertain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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