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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지사로 나선 ‘인공지능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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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지사로 나선 ‘인공지능 스피커’
책 대신 읽어주고 장애인용 콜택시도 호출… 해외서도 관련 서비스 대중화 한창

[와이어드 코리아=서정윤 기자] “정보화 시대라고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터치식 세탁기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저시력자용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모델을 이용하고 싶어도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시각장애인은 공부도 하기 어렵습니다. 몇몇 점자도서관이나 복지관에 의뢰해야 하는데 책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지난해 4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시각장애인이 정보접근권을 높여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2주 동안 5000명이 참여했다.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최소 참여자 수(20만 명)에는 미달했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최근 기술발전으로 소외되는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터치스크린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 발전과 소외계층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 연구기관과 IT기업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터치가 아닌 음성으로 작동되는 인공지능(AI)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크다.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어린이는 물론이고 노인, 장애인 등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최근 관련 기술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SK텔레콤, AI스피커 '누구’이용해 '책 읽어주는 서비스' 시작

SK텔레콤(SKT)은 자사 AI스피커 ‘누구(NUGU)’에 시각장애인 대상 음성 도서 제공 서비스인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을 적용했다고 5일 밝혔다. 이전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도서관은 있었지만, 터치로 운영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SK가 선보인 서비스는 터치가 아닌 음성으로 작동된다.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 기능을 설치한 누구는 사용자가 음성으로 책을 읽어달라 요청하면, 한국시각장애인 협회가 제공하는 책을 다운로드 받아 자동으로 읽어준다. 그 밖에도 일간지와 주간지, 월간지 등 시각장애인 협회가 운영하는 '학습지원센터'에 올라온 콘텐츠를 음성으로 찾아 들을 수 있다. 총 콘텐츠 숫자만 58만9885건에 달한다.

SKT는 그 밖에도 음성으로 콘텐츠를 조작하는 '책갈피 기능'도 선보였다. 오디오 북을 듣다 말고 “책갈피 등록해줘”라고 말하면, 책 읽기 중단 지점이 기억된다. 중단 지점부터 다시 듣고 싶을 떄는 “아리야, 책갈피부터 읽어줘”라고 말하면 된다.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은 11월 말 기준 9530명의 시각장애인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이용건수도 1268만9441건에 달한다. SKT는 한국시각장애인협회에 누구 1000대를 전달했다. 협회는 필요한 개인 및 기관에 이를 무상으로 임대할 계획이다.


 

[사진=UNSPLASH]


◆AI스피커 통한 장애인 돕기 위한 시도 다양

기업이 복지 서비스를 개바에 한창인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은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4월 일반 전자책을 바로 읽어주는 핵심 원천기술 '씨(SEA) 플랫폼'을 발표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은 점자와 음성도서, 데이지라는 시각장애인 전용 도서만 읽을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전용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는 별도의 재가공이 필요해 연간 4~10%의 도서만 제한적으로 제공됐다.

ETRI 연구진은 화면을 파악하는 기술과 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TTS) 기능을 활용해, 화면상의 내용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에 제작된 도서도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으로 읽어줄 수 있다. 책에 나오는 표, 그림, 수식 등도 음성으로 전달한다.

AI스피커를 이용한 복지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보편화 되고 있어 세계적으로 빠르게 대중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달린 자사 AI스피커 ‘에코쇼’에 ‘쇼 앤 텔(Show and Tell)’이나는 장애인용 도우미 기능을 탑재했다. 시각장애인이 손에 들고 있는 게 무엇인지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에코쇼 앞에서 “알렉사, 내가 뭘 들고 있지?”라고 물으면 이를 파악해 알려준다.

국내에선 AI스피커 복지 서비스는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3월부터 네이버 AI스피커 ‘클로바’를 이용해 AI스피커를 이용한 장애인 콜택시 호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용자가 AI스피커에 “장애인 콜택시 불러줘”라고 말하면 호출이 접수된다. 이와 함께 콜택시 대기자수와 미세먼지 정보, 도착 예상 시간 등을 알려준다. 엘리베이터 위치 및 작동여부, 장애인 화장실 위치, 전동휠체어를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시설의 위치 등, 지하철 내 교통약자 편의시설 정보도 음성으로 확인 가능하다.

홍순봉 한국시각장애인협회 회장은 “다양한 AI 서비스가 장애인의 사회 접근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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