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거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에 봉쇄령이 내려진 국가가 늘어나며 전체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업계에는 자동차 산업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신차 판매량, 37.9% 하락…유럽 피해 극심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켓라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3월 글로벌 신차 판매량이 총 55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9%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 남미, 중국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판매 감소가 나타났다. 국가별 신차 판매량은 △미국 98만 대(-38.6%) △서유럽 88만 대(-52.6%) △중국 133만 대(-45.6%)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은 전월의 감소 폭인 80%보다는 크게 둔화됐다.
지난달 유럽은 봉쇄령 영향을 크게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자동차생산회사협회(ACEA)는 지난 17일 지난달 유럽 내 자동차 매출 감소 폭은 52%로, 2009년 금융위기인 27%보다 크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심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타격이 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이탈리아는 85% 감소했으며 프랑스 72%, 스페인 69%, 영국 44%, 독일 38%가 뒤를 이었다.
ACEA는 "자동차 산업은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인데, 코로나19로 유럽은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거래가 급격히 감소해 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보다 22% 감소할 거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으로 전 세계 공장이 폐쇄되는 등 차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IHS마킷은 "3월부터 중국에서 다시 공장이 가동되는 점 등을 고려했으며, 코로나19 국면이 어느정도 지나가면 일부 지역에서는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 '포스트 코로나' 준비해야"
아직 미국과 유럽의 봉쇄령이 풀리지 않은 만큼 4월에도 생산량과 판매량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럽 내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들어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 내수시장과 같은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월의 유럽 자동차 산업 수요는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4월 이후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5월부터는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IBK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회복 속도가 변수가 되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봉쇄령이 연장되는 분위기임을 감안할 때 2분기 수치는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며 "연간으로 보면 중국은 8% 감소, 미국과 유럽은 10% 중후반 감소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이 상용화될 때까지는 소비심리가 코로나19 이전과 같을 수 없다고 판단되나 아시아 노출도가 높은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잘 버틸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정KPMG는 "이제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해 다양한 상황의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회복세가 빠른 만큼, 이번이 내수시장을 다지고 글로벌 시장 공략도 나설 기회가 될 거라는 분석이다.
또한,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건강·환경 등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정KPMG는 "자동차 산업도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석 삼정KPMG 전략컨설팅 리더는 "코로나19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펼쳐질 것"이라며 "사업전략 면에서 코로나19 지속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