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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수수료 둘러싼 논란, 과연 공공 배달앱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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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수수료 둘러싼 논란, 과연 공공 배달앱이 답인가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에 '배신의 민족' 오명
인천에서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씨(26)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덕을 톡톡히 봤다. 20대에 적은 자본으로 창업한 정 씨는 배달의민족으로 가게를 홍보했고 탄탄한 단골도 꽤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 배달의민족이 정책을 바꾸자 정 씨는 배달 주문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요금체계를 크게 손봤다.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외식업주에게 '울트라콜'이라는 이름의 8만 8000원짜리 정액제 서비스를 팔았다. 서비스에 가입한 외식업주가 가게 주소를 등록하면 최대 3㎞ 이내에 있는 앱 이용자의 화면 상단에 가게를 띄워주는 방식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새로 선보인 '오픈 서비스'는 가게를 앱 이용자 화면에 무작위로 배치한다. 가게 나열 순서는 앱 이용자와의 거리, 가게 재주문율 등 우아한형제들 자체 기준으로 정한다. 오픈 서비스 이용료는 배달의민족 주문으로 발생한 매출의 5.8%다. 기존에는 매출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냈다면, 바뀐 요금체계는 정률제가 적용돼 매출이 높은 가게일수록 수수료가 늘어난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자영업자 반발 이유는 '매장 노출 저하'와 '높은 수수료 부담'

정 씨는 "요금제가 바뀐 후 위치가 랜덤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며 노출이 현저히 줄었다"고 호소했다. 정 씨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고객이 선호하는 가게를 저장해두는 '찜' 서비스에도 오픈 서비스 수수료를 받아간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정 씨는 "단골이 우리 가게에 찜을 눌러서 그 목록에서 배달을 시키는 것조차 수수료를 떼 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책의 변화로 수수료가 일시적으로 인하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률제가 적용된 만큼 업주들은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면 할수록 수수료 부담이 높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8%의 수수료에 부가세를 더하면 6.38%, 여기에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PG사 수수료 3.3%를 더하면 9.68%로 매출의 10% 가까이를 주문을 체결할 때마다 물게 되는 셈이다. 단번에 상품값의 10% 인상 요인이 생겼으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격정책이 한 번에 바뀐 것도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런 가격정책이 이전부터 지속됐다면 소상공인이 여기에 맞춰 사용료 및 광고료 지불 형태 등을 결정했을 것"이라며 "이번 가격정책은 한 번에 모조리 바꾼 데다 그 인상폭이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있는 폭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새 요금체계를 적용하기 전 자체 시행한 시뮬레이션에서는 가입 외식업주 중 52.8%가 배달의민족에 내는 광고비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출을 위해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싫었고 재작년 말부터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6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오픈 서비스를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오픈 서비스 도입 후 업소별 주문량 변화와 비용 부담 변화같은 데이터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이 바꾼 자영업 문화 

소상공인이 반발하는 또다른 이유는 배달의민족이 등장하며 자영업 문화가 큰 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요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에게 배달앱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배달의민족은 2010년 등장한 이후, 배달앱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우며 성장해왔다.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 원에서 2019년 5조 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앱 누적 다운로드 수 40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배달의민족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약 1030만 명이다. 지난해 4월 한 달 간의 주문수도 2907만 건으로 3000만 건에 근접했다. 
 
배민 라이더스 강남 센터 전경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은 배달 문화를 완전히 바꿨다는 평을 받는다. 그동안 배달 대상은 피자와 치킨, 짜장면이 대다수였지만, 배달의민족이 등장하며 거의 모든 요식업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집에서 샌드위치나 팥빙수, 커피를 배달해 먹는 문화가 지난 10년간 시장에 확고히 자리잡은 셈이다. 이에 맞춰 자영업자들도 배달에 큰 공을 들였다. 

정 씨는 "홀 테이블 전체가 한 번 돌면 6~7만 원의 수익이 나오는 데, 이 중 대부분은 인건비로 들어가 벌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배달은 인건비가 들지 않고 홀이 조용한 시간대 매출도 메워준다"며 "배달 앱은 최근 증가하는 1인 가게가 유지되도록 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자영업자에게 배달은 필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이 바꾼 배달 문화에는 라이더 고용도 포함된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음식점 사장이 오토바이 등 배달 수단을 매입하고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난 2015년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라이더스'라는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배민 라이더스는 음식점이 라이더를 고용하는 대신 배달의민족에 돈을 내고 배달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배민 라이더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제공한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을 받아 배달하면 수수료를 받는다. 1건당 수수료는 3000원 정도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 라이더스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2월 918명이던 배민라이더 수는 2019년 12월에는 2283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배달앱 독점 상태… 대안으로 거론되는 공공 배달앱

일각에서는 배달앱 시장이 사실상 독점 상태이기 때문에 수수료 문제가 나타난다고 비판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서울 송파구병)는 지난 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배달의민족 수수료는 6.8%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19%에 달하는 사례도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한다"며 "독과점 체제에서는 자율 경쟁만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꽉 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배달앱 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인수 결정을 내리며 배달앱 시장은 사실상 독점 상태가 됐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의 인수를 승인하지는 않은 상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두 기업의 결합이 현실화 되고 수수료와 광고료 상승이 이어진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독점적 배달앱 불매를 포함한 강력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우버이츠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UNSPLASH]
공공 배달앱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배달앱 시장의 독점 상황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상황에서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며 공공 배달앱 개발을 촉구했다. 

10일 기준으로 최소 8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배달앱을 자체 개발했거나 자체 검토하고 있다. 배달앱 개발을 공약한 총선 후보도 13명이 넘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공 배달앱이 혁신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또 다시 세금만 쓰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시선은 공정위로 쏠린다. 공정거래법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등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한 결정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지 등을 조사한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결정이 합병에 따른 독점적 시장지배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판단할 계획이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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