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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를 사지 마세요" 자동차 업계에 들어온 구독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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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를 사지 마세요" 자동차 업계에 들어온 구독 경제
포르쉐부터 제네시스까지…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빌린다

월 258만 원에 '포르쉐 박스터'를 몰 수 있다면 어떨까. 이 가격은 보험료와 정비료가 포함된 금액이며 다음 달에는 다른 차종으로 바꿔 탈 수도 있다. 박스터를 타다 지겨워지면 911로 갈아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 타는 것도 가능하다.

아무리 포르쉐라도 월 258만 원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차량에 관심이 많거나 포르쉐를 꼭 타보고 싶은 사람, 같은 차를 오래 타고 다니는 게 싫은 사람에게는 괜찮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실제로 미국에서 포르쉐가 시행하고 있다. 포르쉐가 선보인 차량 구독 서비스 '포르쉐 패스포트'를 이용하면 월 2100 달러(약 258만 원)에서 3100 달러(약 381만 원)에 포르쉐 인기 차종을 원하는 옵션으로 선택해 타고 다닐 수 있다.

구독 경제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신개념 유통 서비스다. 넷플릭스나 멜론 같은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반찬 배달, 커피, 술까지 일상 속 다양한 분야에 구독 서비스를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구독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UNSPLASH]

◆"이 차를 사지 마세요" 볼보의 자신감

완성차 업계에서 구독차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은 볼보다. 볼보는 지난 2018년 자사 차량을 사지 말아 달라는 광고를 냈다. 파격적인 광고 문구는 당시 업계에 큰 반향을 남겼다.

볼보는 북미와 독일에서 '케어 바이 볼보'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기본 계약 기간 2년에 12개월 이용 후 새로운 차종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월 800 달러(약 98만 원)를 내면 XC60, XC90 등 인기 차종을 이용할 수 있다. 뒤이어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국내에서 구독 서비스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제네시스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애플리케이션으로 G70, G80, G80 스포츠 등 차량을 구독하는 서비스다. 차종은 월 2회 교체가 가능하며 추가적으로 G90을 72시간 무료로 시승할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현대자동차 '셀렉션'은 투싼, 소나타, 벨로스터 등 원하는 가격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탈 수 있는 서비스다. 기아자동차는 K9,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 등을 이용하는 프리미엄 차량 구독 서비스 '플렉스'를 선보였다. 

◆차량 구독 서비스, 렌터카·리스와 무엇이 다를까?

그동안 공유 차량 시장은 장기 렌터카와 오토 리스(이하 리스)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렌터카는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빌려 사용하는 것으로, 차량 명의는 렌터카 회사며 소모품 교환이나 차량 장비도 회사가 알아서 관리한다. 사용자가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리스는 고객과 리스회사가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가 고객을 대신해 자동차 대금을 지불한 다음 고객에게 리스료를 받고 이를 대여해주는 제도다. 사용자는 사용한 만큼 값을 지불한다. 월 납입 요금과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보험료, 정비료도 고객이 직접 부담한다.

차량 구독 서비스, 렌터카, 리스는 각각 장단이 다르다. 다만 △차량 구입에 필요한 목돈이 적으며 차량을 1~2달 정도인 단기간 이용할 경우 △드림카를 타보고 싶었던 경우 △자금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경우에는 차량 구독 서비스가 합리적이다. 제네시스 관계자에 따르면 스펙트럼은 론칭 후 2개월 만에 누적 가입회원 1600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UNSPLASH]


◆"구독 경제, 차량 관리 소홀해질 수 있어"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최근 전체적인 소비의 흐름이 '소유'에서 '구독'으로 흘러간다고 분석한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4200억 달러(약 512조 7600억 원)에서 올해 5300억 달러(약 650조 575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몰라 오프라인 매장에 이것 저것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소비자가 직접 필요한 것을 고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개별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맞춤형으로 전달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구독 경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원할 때 소비할 수 있고 기업은 중간 유통을 생략하고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함으로써 더 높은 매출을 획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를 구독 경제 모델로 가져갈 경우 소비자의 차량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희근 KB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리스처럼 고객 인수 옵션이 없다면 주인 의식 결여로 차량 관리가 소홀해짐에 따라 업체의 관리 및 정비 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캐딜락은 미국 뉴욕에서 월 1800 달러(약 220만 원)에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이듬해 11월 수익성을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임 교수는 앞으로 자동차 구독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 취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소비자 취향은 다양하므로 모든 소비자 취향을 완벽하게 파악해 적절한 비용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자동차 구독 경제의 성장은 기업이 소비자 취향을 얼마나 파악해 충족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어드 코리아=서정윤 기자 seojy@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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