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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혁명이 현실 세계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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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혁명이 현실 세계를 만났을 때
10년 전, 여러 기업이 약속했던 자율주행차 출시는 모빌리티의 잔인한 현실로 자리잡아

/ By Alex Davies, WIRED US

세인트폴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느낀 문제점은 정규 학기와 ‘미네소타 겨울’이 약 한 달 정도 차이는 있지만 서로 겹친다는 점이다. 2010년에 학위를 땄을 즈음에는, 나는 인문계 교육도 잘 마치고 한 자릿수의 낮은 온도에서 마을을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건 건강에 위협적이었다.

대중교통을 탄다는 건 오지 않는 버스를 벌벌 떨며 기다리는 것이었다. 택시는 비쌌고, 잡기도 힘들었다. 고학년이 되자 나와 내 친구들 대부분은 자동차를 끌고 다녔고, 그 덕에 찻길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도 많고, 누가 술을 안 마시고 술집까지 차를 몰고 가야 하는가 언쟁도 많았고, ‘취하지 않았다’의 정의를 두고 싸우기도 많이 했다.

졸업한 지 5년이 지나고 동창회에 가보니, 내가 자주 다녔던 곳에 가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학교가 우리를 어디든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닐 수 있도록 6월에 초대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더 좋아졌거나, 내가 차를 빌릴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옛날에는 고단하기만 했던 마을 내 이동 문제가 스마트폰 하나만 꺼내면 해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2015년이었다. 단 5년 만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기술 산업이 물리적인 대중교통의 세계에 진출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모빌리티는 몇몇 자동차 대기업이나 대중교통 업체의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인들은 뒤떨어진 교통편이나 자동차의 시장 지배에 대한 대안을 찾았다. 그 주된 이유로는 점점 심해지는 교통 체증, 기후 변화, 그리고 스마트폰의 확산이 있다. 미국인이 교통에만 1년 당 1조 달러(한화 약 1100억 원)를 사용한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훌륭한 대안에 큰 보상이 따를 것은 분명했다.

 

[사진=ZERA LI/UNSPLASH]
[사진=ZERA LI/UNSPLASH]

여러 제안이 쏟아지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이 많아졌다. 하지만 좋은 소프트웨어와 신선한 관점만 있다면 녹슨 산업조차 새롭게 바꿀 수 있다는 실리콘 밸리의 신념이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모빌리티를 기술로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대담한 시도는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2009년, 구글 공동 설립자 레리 페이지(Larry Page)는 컴퓨터과학자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에게 연락해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보라고 말했다. 스런의 이야기에 따르면 페이지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보라고, 그럼 구글만큼 큰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거라 말했다고 한다.

그에 따른 노력은 현재는 ‘웨이모(Waymo)’라고 알려진 사업이 되었고, 많은 이가 약 10년 뒤 과실을 얻을 거라 예측했던 자율주행의 세계적인 경쟁을 촉발했다.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2017년이 되면 테슬라가 전국을 자율로 누빌 거라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19년에 로봇 택시 서비스를 론칭하겠다고 선언했다. 닛산은 2020년에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웨이모 전 사장 크리스 엄슨(Chris Urmson)은 자신의 두 아들이 운전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십억 달러를 들이고, 수천 명의 공학자가 달려들었으나 인간 운전자만큼 운전을 잘하는 로봇은 나오지 못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자는 복잡한 세계의 한 구석만이라도 정복하고자 조용한 교외나 단순한 고속도로로 후퇴했다.

GM은 출시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닛산은 자율주행차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웨이모는 이제야 피닉스 교외에 있는 자율주행차 안에 보조 운전자를 태우지 않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도로로 나가보지도 못했다.

지난 2012년, 머스크는 자율주행차만큼 대담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며, 고속도로가 터무니없이 느리고, 비싸고, 낭비라고 느껴지게끔 하는 소위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이름의 튜브 기반 교통 시스템을 제시했다.

머스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접근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이 신선한 콘셉트는 여러 스타트업에게 돈을 모으고 그 빠른 교통 수단을 실현시키려는 동기를 부여했다. 하어퍼루프의 시스템을 제시했다. 머스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접근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이 신선한 콘셉트는 여러 스타트업에게 돈을 모으고 그 빠른 교통수단을 실현시키려는 동기를 부여했다. 하어퍼루프의 바탕이 되는 물리적 원리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무도 하이퍼루프에 타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에 미루어봤을 때 번지르르한 아이디어나 벤처 자본조차도 통행권의 확보나 투자 유치, 동력 공급, 규제 기관에의 안정성 증명 등 오랫동안 이어져온 인프라 구축의 난관, 특히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교통으로 자리 잡는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새로운 걸 창조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도구를 어떻게 색다르게 사용할지에 대해 생각한 테크 기업의 형편은 좀 더 낫다. 우버와 리프트, 아니면 다른 카풀 회사들은 자동차를 소유한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운송자로 보고, 수백만의 이용자들을 요금 경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18년 결과에 따르면 우버는 1년 간 총 13억 번의 탑승을 기록했다. 그로 인한 영향도 대단했다. 여러 도시의 택시 산업을 무너뜨리고, 음주 운전을 감소시키고, 교통 체증을 증가시키고, 대중교통 이용을 줄이고, 규제 기관과의 끝없는 싸움을 했고, 그리고 세인트폴을 포함한 수백 개의 도시에서의 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우버와 그 유사 업종은 자사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주장해왔다. 자동차를 보유하거나 운전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교통편 경쟁 속 잔인한 현실에서부터 벗어나지는 못했다.

최근 우버의 범죄 보고서를 보면, 2018년 13억 번의 탑승 중 탑승객과 운전자로부터 3,000건이 넘는 성폭력, 9건의 살인 사건이 신고되었다. 한 범죄학자는 탑승객과 운전자 사이의 유리벽 부재, 주말 늦은 시각에 치솟는 수요 등 우버 모델의 여러 측면에서 범죄를 유발하기가 쉽다고 와이어드에 밝혔다.

이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우버는 폭력을 막는 데 책임을 느끼고 자사의 주요 역량인 뛰어난 우수한 파견 소프트웨어 제작을 뛰어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이밖에도 우버가 느끼는 더 큰 위협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버와 리프트 모두 상용화된 이후 막대한 손실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썼다. 별로 놀랍진 않은 이야기다, 택시는 항상 더러운 산업이었으니까. 뉴욕시의 택시 면허증은 정가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경쟁을 허용하는 산업에서 사업할 권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 택시 산업을 두고 “반 경쟁주의적이며, 전체적으로 대중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왔다”라고 말했는데 옳은 말이다. 더 많은 운전자의 시장 유입으로 이동 편을 더 쉽고, 더 싼 가격에 잡게 해 줄 거라고 했는데 이 말도 맞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규제들을 없애면서, 칼라닉은 이 사업을 이길 수 없는 경쟁으로 만들었다.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아지자 아무도 돈을 벌지 못했다. 만약 우버와 리프트가 가격을 올린다면 언젠가 수익을 창출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분석 보고서가 뉴스에 다뤄진 적이 있다.

새로운 교통 사업이 전부 자동차나 튜브에만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니다. 2018년에는 버드(Bird), 라임(Lime), 스핀(Spin), 스쿳(Scoot) 등이 전동 스쿠터와 자전거로 미국 도시들을 휩쓸었다.

이 스쿠터나 자전거는 단거리 이동을 비싸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하게끔 하고, 마이크로모빌리티(Micromobility)라는 단어를 대중화시켰으며, 스쿠터를 모으고, 충전하고, 재분배하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라임과 버드와 같은 유니콘 기업을 만들었고, 거대 기업들의 이목도 끌었다. 우버, 리프트, 포드는 유사 기업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인도에서 타고 다니면서 시 관계자를 화나게 하거나 보행자들을 응급실로 실려가게 하는 등의 사고가 그것이다. 택시나 우버 탑승과 달리 다르게 많은 도시들이 이륜차 배치권에 관한 사전 허가를 요구하거나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그리고 택시나 우버 승차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경제 원리는 의심스럽기만 하다. 스쿠터나 자전거 비용, 그리고 인건비를 억제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전동 스쿠터 트렌드를 찰나의 유행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인간의 운전을 재현하고, 인프라를 재고하고, 택시 사업 모델을 다시 짜고, 보행자들을 이륜차에 태우려는 노력 중 어느 것도 특별히 놀라운 것은 없다. 이해하기 쉬운 ‘자만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세계는 이윤의 폭이 넓다. 그 세계에서의 문제는 키보드를 두드리기만 하면 해결된다. 외부 세계, 특히 불가피하게 물리적인 성격을 가진 모빌리티의 세계에서는 심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혹독하게 일해야 한다.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환경이다.

기술 산업 종사자들은 지난 10년 간 그 교훈을 배웠다. 다가오는 10년은 그 배운 교훈을 적용하는 기간이 될지 모른다. 아니면 날아다니는 자동차에만 집중하던가.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참조기사 및 링크]

When the Transportation Revolution Hit the Real World

와이어드 코리아=엄다솔 기자 insight@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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