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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칭스페셜] 블록체인, ‘탈중앙화’가 수식하는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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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칭스페셜] 블록체인, ‘탈중앙화’가 수식하는 변화들
[와이어드가 분석한 4차 산업혁명 ⑤ ] 블록체인 장려 목적과 미래상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위기감이 상존하는 가운데 생각해 봐야 할 주제가 있습니다. 사람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혹시라도 기술이 중심에 서고 사람은 도외시되는 그런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건 아닐지요.

세계적 명성의 '와이어드(WIRED)' 한국판, '와이어드코리아(WIRED Korea)'는 기술과 인간의 조화에 대해 고민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혁명의 대표적 결과물들은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로울 수 있고 어느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지 문합니다.

와이어드코리아는 '런칭 스페셜'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체, AR/VR, 블록체인 등이 우리 삶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고 또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집중 진단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 편집자 드림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리브라'에 대한 유통 계획을 발표했다. 24억 명의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블록체인이라는 바다 속으로 항해를 떠나게 된다는 설명과 함께 리브라는 폭풍을 일으켰다.

페이스북 내에서 리브라는 결제수단으로 통용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 파운드화 등 기존 법정 화폐는 어떻게 될 것인지, 사람들은 질문하기 시작한다. 암호화폐와 법정 화폐의 미묘한 경계에서 사람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임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필요성과 함께 암호화폐에 대한 경계심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블록체인의 극히 일부분인 암호화폐에 너무나도 많은 관심이 쏠려있어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의 가치는 투명·신뢰·보안성에 있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패러다임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개인 대 개인의 수평적 거래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다.

이 탈중앙화 기술은 특정 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 참가한 인원이 데이터를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가졌다.

이 때문에 조작과 해킹이 어려운 특징을 가진 블록체인은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 또는 미래의 인증서로도 불린다.
 

중앙 서버 대신 분산원장을 사용하는 블록체인이 미래 보안기술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사진=A. Zabnina, Getty Images]
중앙 서버 대신 분산원장을 사용하는 블록체인이 미래 보안기술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사진=A. Zabnina, Getty Images]

◆'블록체인 혁명' 진담인가, 농담인가

블록체인과 암호(가상)화폐에 대한 표현 중 잘지어낸 '농담'같다는 말이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 도무지 그 용도를 알 수 없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반면 전문가 입장에서는 글로벌 신뢰 위기 상황에서 믿음을 주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혼돈의 시대를 지나 블록체인이 정착될 경우 각종 보안이슈로부터 가장 안전한 대안 기술로 부상할 것이란 믿음에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부문 수장 쉴라 워렌(Sheila Warren)은 지난 6월 회의에서 블록체인이 전세계적으로 악화된 '신뢰 위기(trust crisis)'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찬반이 팽팽하다. 시장의 반응은 철저히 양면적이다.

디지털 정보가 위·변조되지 않게 도와주는 신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이 말은 맞다. 또 블록체인은 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개인 컴퓨터에 해킹이 어려운 블록 형태로 저장 후 공유하기에 이 주장은 사실일 수 있다. 

반면 사기, 돈세탁, 세금 회피, 에너지 소모량에서 취약하기에 농담처럼 들리는 말이다. 이 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조차도 블록체인의 잠재력에 회의를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양면성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제도권 금융 시각에서 규제할 수 없기에 나오는 말이다. 수 많은 투자 사기 사례를 양산했고, 이 신기술로 말미암아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가 미비했기에 더욱 농담처럼 들리는 것이다.    

텍사스 대학교 (University of Texas) 연구원들은 고의적 가격 조작이 지난 2017년 비트 코인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뢰의 위기'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오직 업계의 노력에 달렸다. 

◆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위한 가이드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할 목적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ICO'나 비트코인 '채굴'에서 신뢰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블록체인에 '신뢰'라는 단어가 자주 따라 붙는다는 사실이다. 이 신뢰는 거래와 기록 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블록체인 체계는 안전하나 이를 둘러싼 각종 인간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크고 작은  말썽이 일어난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블록체인을 신뢰하기 위해서 그 운영방식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통해 중앙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 탄생했다. 개인 간 신뢰의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고안한 나카모토 사토시가는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처음 개발했다.
 

블록체인은 참여자 노드(node) 간 동의에 의해 새 블록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기에 안전한 기술이라고 불린다.  [사진=ALENGO, GETTY IMAGES]
블록체인은 참여자 노드(node) 간 동의에 의해 새 블록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기에 안전한 기술이라고 불린다.  [사진=ALENGO, GETTY IMAGES]

말 그대로 블록체인 안에는 수 많은 블록이 존재한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한 블록이 채워지자 마자 새로운 블록이 자동 생성된다. 은행 거래 내역이 통장에 남듯 암호화폐 거래는 이 블록체인 블록 안에 시간 순으로 입력된다. 

거래 정보는 블록에 담기고, 이전 거래 기록은 어떤 데이터를 입력해도 같은 길이의 결과를 도출하는 함수 '해시'를 통해 다음 블록과 자동 연동된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 관리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서버 네트워크에 보관한다.

이 개개인의 서버, 즉 참여자를 노드(node)라고 하는데 참여 노드 중 절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새 블록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기에 비교적 안전한 기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일부 노드가 해킹을 당해 기존 내용이 틀어져도 다수의 노드 컴퓨터에 데이터가 남아 있기에 블록체인에서는 계속적으로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암호화폐를 담는 지갑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닷인포 사이트(Blockchain.info) 등을 방문해 발급신청을 마치면 즉시 암호화폐 거래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이 '블록체인은 은행처럼 작동한다'는 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자신만의 은행을 갖게 되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자신이 가진 화폐에 대해 완전한 소유권을 가지고 잔고를 확인하며 결제 할 수도 있다. 

◆ 탈중앙화 기술의 상용화와 보급 한계

비트코인은 오픈 소스이므로 누구나 기본 코드베이스 또는 비트코인 코어에 대한 변경을 제안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수의 코인이 '사이드 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호환성을 맺는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간 이더리움은 승인절차 없이 코인을 개발할 수 있어 퍼블릭 블록체인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블록체인 속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가 다양하기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암호화폐는 물론 전자 결제, 디지털 인증, 화물 추적 시스템, P2P 대출, 원산지 유통 증명, 예술품의 진품 인증, 위조화폐 방지, 전자투표, 전자시민권 발급, 차량 공유, 부동산 등기부, 병원 간 공유되는 의료기록 등 광범위하다.

시민이 체감 할 수 있는 생활 속 블록체인도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법에 따라 농민들은 지하수를 보전하고 나눠 써야할 의무를 진다. 이웃과 물을 교환할 수 있는데 이 때 블록체인을 통해 공정성을 확인하고 있다. 

또 미국 버클리는 줄어든 공공예산을 확보하고자 블록체인 '미니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 역시 지난해 9월 기존 은행용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블록체인 인증서인 '뱅크사인(BankSign)'을 개발해 은행연합회서 무료 보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블록체인 스타트 업은 여전히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역시 스타트업들이 연구에 매진 중이나 블록체인에 대한 낮은 사회 인지도 때문에 핀테크 영역 밖에서의 활약은 미비한 실정이다.

암호화폐 투자와 분리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보는 시각이 필요하지만 시민의 인식은 부작용을 먼저 떠올린다. 특정 상품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버몬트 주 사우스 벌링턴주는 도시의 토지 기록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담당직원 도나 킨빌은 프로젝트 완료 후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체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블록 체인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긍정적 인 영향을 줄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을 지칭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기술과 비교해 블록체인은 시민이 체감할 수 없는 형태의 변화를 가졌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것이 혁명인 이유는 모든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풀어야할 숙제인 '보안' 영역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버클리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오아시스 랩 (Oasis Labs) 창업자 다운 송은 "클라우드와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으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면서 "디지털 화폐 비트 코인에서 영감을 얻은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형태의 암호 덕분에 이러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유통계획을 밝히는 등 의료, 유통, 물류 등 분야에서 미래산업지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Getty Images]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유통계획을 밝히는 등 의료, 유통, 물류 등 분야에서 미래산업지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Getty Images]

◆ 해킹과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세상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확산을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려면 당국의 적절한 개입과 규제를 통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인증 요구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불어넣을 표준화 정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임페리얼 칼리지의 캐서린 멀리건 연구원은 타 업계는 규제 기관이 개입하면 혁신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블록체인 만은 예외라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전체 산업을 조직화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에 독점이나 담합 양상에 대해 규제 기관들이 참여해 사전에 방지하는 등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5월에 발효된 EU의 데이터 규제인 GDPR은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삭제하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음을 우리는 주지해야 한다.

GDPR을 변경하거나 데이터법을 적용하기 위한 예외 규정을 요청하는 것보다, 단순히 블록체인 내 개인정보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가 표준화하는 쪽이 타당할 수도 있다. 변경할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에 개인 데이터를 넣지 않아도 개인 식별이 가능한 것이 블록체인의 장점이다.

한국 역시 기술 장려 보다는 블록체인의 가장 작은 영역인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주저하는 사이 블록체인은 또 다른 형태의 거대 부가가치를 유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보다 앞서 소셜 네트워크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진 컴퓨터 공학자 데이비드 겔러 너 (David Gelernter) 박사는 "5년 후,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경쟁 업체가 페이스북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기술은 블록체인이고 데이터 독점을 버린 형태의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웹젠과 NHN 게임스 대표이사 경력을 가진 김병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열린 블록체인 관련 국회 콘퍼런스에서 "10년 이후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보다는 의료, 유통, 물류 등 산업발전을 이루고 미래산업지도를 바꿀 블록체인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쉴라 워렌 WEF 부문장의 주장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한 분산원장 기술이 아닌 글로벌 신뢰컴퓨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투명성, 신뢰성, 보안성에 있는 만큼 블록체인이 형성할 앞으로의 경제는 새로운 P2P 생태계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련기사 및 링크>

Confused about blockchain? You should be

What's Blockchain Actually Good for, Anyway? For Now, Not Much

How the Blockchain Could Protect California's Aquifer

These Researchers Are Trying to Build a Better Blockchain

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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