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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차별주의, 취업 경쟁에 뛰어든 일부 테크 업계 근로자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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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차별주의, 취업 경쟁에 뛰어든 일부 테크 업계 근로자 발목 잡아
2022년부터 테크 업계 근로자 수십만 명이 해고되었다. 젊은 코드 개발자가 아닌 일부 구직자는 경쟁자보다 경험이 더 많은 것이 채용 불이익 조건이 된다고 느낀다.
By AMANDA HOOVER, WIRED US

미국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테크 업계에서는 정리해고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정리해고 대상이 된 이들에게는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루 내내 오랜 시간 해야 할 일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차세대 선풍적 인기를 끌 기술을 항상 모색하는 테크 업계에서는 오랜 경력을 쌓은 일부 개발자에게는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경력이 재취업 시 불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령 차별주의는 테크 업계에 오랫동안 존재한 문제이다.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 릴리번트DB(RelevantDB)는 2021년, 테크 업계의 선입견에 맞서 “나이가 많은 인재를 채용한다”라는 구인 공고 게재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린 뒤 입소문을 탄 기업이다. 2020년,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US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는 IBM이 나이 차별을 일삼으며, 나이가 많은 직원을 해고하고 젊은 인재를 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IBM은 조직화된 나이 차별 행위에 가담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최근, 링크드인(LinkedIn)은 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구름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고 말하는 등 테크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어느 한 노년층 여성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공개하여 대중의 집단 반발이 이어졌다. 광고를 본 다수 누리꾼은 노년층을 무지한 모습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짐 하빅(Jim Habig) 링크드인 마케팅 부사장은 “논란이 된 광고는 모든 전문직 종사자를 환영하면서 귀중하게 여기는 경험을 형성한다는 링크드인의 목표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문제가 된 부분을 변경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테크 업계 내 나이 문제를 다룬 팟캐스트인 ‘잇 겟츠 레이트 얼리(It Gets Late Early)’ 진행자인 마우린 클로(Maureen Clough)는 연령 차별주의가 테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클로는 IBM의 사례처럼 연령 차별주의가 노골적으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사내 문화 적합성 등 업계 채용 절차의 보편적인 사고에 내재해 있다고 주장했다. 클로는 “젊은 백인 남성 직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이라면, 나이가 많은 구직자가 입사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58세 프로그래머인 번 식스(Vern Six)는 최근 구직 활동 도중 명백한 연령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채용 지원 담당자가 식스에게 기업 측에는 매력적인 구직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며, 현재 경력 기준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닌 최고 기술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식스가 구직 중 겪은 나이 차별 문제를 밝힌 링크드인 게시글이 널리 확산된 후 식스는 테크 업계 연령 차별주의를 논의하기 위한 링크드인 그룹을 개설했다. 식스는 자신의 나이가 구직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직접 타인에게서 나이 차별 관련 발언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테크 업계와 정부 데이터 모두 미국 전체 노동 인력 대비 테크 업계 근로자 나이가 더 적은 편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하지만 중장년층 이상 구직자와 청년층 구직자 간의 테크 업계 내 채용 과정의 차이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데이터는 수집하기 더 어렵다. 나이 차별 연구를 진행 중인 조안나 라헤이(Joanna Lahey) 텍사스A&M대학교 공공 정책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중장년층 및 노년층 테크 업계 근로자는 새로운 직장에 직접 입사지원서를 내는 방식보다는 인맥이나 서로 아는 사이인 동종 업계 근로자가 있는 기업 간 이동을 통해 이직하는 사례가 더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맥을 활용한 이직 등 중장년층 및 노년층의 실제 구직 과정은 연구를 통해 정확한 수치로 나타내기 까다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중장년층, 노년층 근로자는 해고 후 새 일자리를 찾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라헤이 교수는 거액 연봉을 원하거나 기업에서 채용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나이와 경력이 많은 근로자 모두 일부 직급에서는 제외된다. 채용 지원 담당자가 나이가 많은 구직자일수록 연봉 조건이나 직급을 낮추거나 기업 문화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레짐작하는 문제 때문이다. 라헤이 교수는 “실제 능력 이상으로 오랫동안 미취업 상태로 지낸 근로자 중에는 역량이 뛰어난 인재가 많다. 근로자 개인과 사회 모두의 손실이 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데자뷰
테크 업계 인력 해고 동향 추적 플랫폼인 Layoffs.fyi의 데이터 기준 2022년부터 2년간 여러 테크 기업이 해고한 직원은 40만 명이 넘는다. 중장년층, 노년층 근로자에게는 정리해고 사태로 닷컴 붕괴 사태와 위기 극복 상황을 떠올렸다. 테크 업계는 전반적으로 지난 수십 년간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경제가 테크 중심으로 전환되어 구직 시 경력은 적어도 나이가 많은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가 되었다. (테크 업계에서는 간혹 35세 이상 근로자를 나이가 많은 직원으로 칭한다. 물론, 40대 후반이나 50대, 60대 근로자도 해당한다.)

테크 업계 근로자는 수십 년간 주로 채용 지원 담당자의 관심을 받는 등 인맥 관계를 통해 손쉽게 이직했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다수 테크 기업이 호황을 맞이하며, 숙련된 인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근로자에게는 득이 되었다. 이제는 채용 과정에서 권력을 쥔 세력이 근로자에게서 기업으로 바뀌었다. 많은 기업이 과도한 채용 단계를 수정하고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입사지원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인맥을 보유하면서 링크드인 활동을 유지하고, 메시지 게시판에 합류하기도 하면서 꾸준히 구직 활동을 한다. 4세대 근로자가 취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구직 상황이 복잡해졌다.

실제 능력 대비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한 근로자 발굴 및 유지에 주력하는 인력 개발 기업 브리즈 더 갭 컨설팅(Brij the Gap Consulting) 창립자 겸 CEO 데비카 브리즈(Devika Brij)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찾는 경로와 모색 방안 등에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용 지원 담당자는 링크드인이나 뉴스레터로 대화에 기여하는 개인 브랜드와 전망을 지닌 이들도 원한다. 경력이 기술된 이력서도 중요하지만, 근로자는 더 많은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브리즈는 “자신의 전망과 글을 SNS에 공유한다면, 채용 담당자가 기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알 것이다. 그렇다면, 일자리 이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테크 업계 근무 경력이 있는 일부 미취업자는 다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기도 한다. 56세 테크 업계 근로자인 가브리엘 쉬라치(Gabriel Schillaci)는 지난 수십 년간 아르헨티나 자택에서 계약직, 프리랜서 개발자 및 IT 직종 근로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쉬라치는 가장 최근까지 이어온 계약직 근로가 2023년에 끝나고 총 100차례 이상 지원서를 제출했으나 면접 제의를 받은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쉬라치는 구직 활동으로 지원서를 내는 과정이 힘겹다고 느꼈다. 쉬라치는 테크 분야 사업체가 사라지고, 면접 제의를 더 많이 받은 뒤 단 몇 시간 동안의 샘플 프로젝트만 간혹 안내하는 채용 지원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쉬라치는 2022년, 링크드인을 통해 계속 채용 지원 담당자의 입사 제의 메시지를 받았으나 이제는 반대로 자신이 구직 메시지를 보낸다고 전했다. 그는 “항상 개인 면접을 통해 채용 담당자가 나를 더 자세히 파악하고, 나의 역량, 과거 경력 등을 이해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쉬라치는 채용 절차의 자동화 수준도 우려하며, 특정 키워드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력서가 자동화 단계에서 탈락할 가능성을 궁금해한다. 쉬라치는 “오늘날 채용 과정의 모든 자동화 툴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맥으로 종종 자동화 툴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 51세 근로자 롭 맥머티(Rob McMurtrie)는 2023년 6월, 핀테크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에서 해고된 후 260차례 이상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 면접을 본 곳은 단 11곳이다. 맥머티는 11차례의 면접 중 절반은 구인구직 웹사이트의 구인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하는 방식 대신 지원 기업 내 지인을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여 면접 기회를 얻었다고 예측한다.

맥머티는 채용 시장 한파 때문에 과거 구직 경험을 떠올리며, 단순히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고 이력서와 경력을 근거로 면접 제의를 받는 것만 기대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했다. 이제 맥머티는 채용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하고, 구인 공고 직무 관련 SNS 게시글에 답글을 남기기도 한다. 맥머티는 “희망 직무의 참여도 수준이 상승했다”라고 전했다. 2024년 3월, 맥머티는 정규직 전환 조건 계약직 근로자로 어느 한 소프트웨어 기업에 입사했다. 맥머티는 인맥, 채용 담당자와의 연락 덕분에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부 실직자는 오랜 시간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날을 보냈다. 테크 기업의 채용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53세 근로자인 제레미 레이드(Jeremy Reid)는 2023년 5월에 해고되었다. 레이드는 제품 관리자와 인사채용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을 결합하여 인터뷰넥스트(InterviewNext)라는 앱을 개발한 뒤 수개월간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불운의 나날을 보냈다. 레이드가 개발한 앱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반복 작업을 하는 채용 지원 담당자를 돕는다.

레이드는 인터뷰넥스트가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되면서 미취업 기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란다. 레이드는 “언젠가는 ‘미취업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이때 단순히 구직 활동 외에 다른 일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인터뷰넥스트는 구인 공고를 올린 기업과의 대화 시작, 이력서 검토 이상의 기회를 가져왔다. 하지만 레이드는 분명한 해결책 없이 오랫동안 내재한 문제인 연령 차별주의를 걱정한다. 이에, 레이드는 “구직 과정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최선을 다하면서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충분한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geism Haunts Some Tech Workers in the Race to Get H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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