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VITTORIA ELLIOTT, WIRED US

전 세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초기 129일 동안 유례없는 수준의 인도적 위기 사태가 발생한 소식을 계속 접했다. 병원을 비롯한 보건 복지 시설은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자 전쟁 중에도 국제법 규정에 따른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의료 시설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영토가 대거 파괴되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24년 2월 12일(현지 시각), BMJ 글로벌 헬스(British Medical Journal Global Health) 웹사이트에 예일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1,200여 명이 사망했을 당시부터 2023년 11월 7일까지 병원과 보건 복지 시설 건물이 다른 건물과 같은 속도로 파괴된 사실을 밝힌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 저자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국제법상 보호 대상이지만, 의료 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신할 만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예일대학교 공중보건대학 과학 부연구원 다니엘레 풀(Danielle Poole)은 “적어도 전쟁 초기 한 달간의 양상을 보면, 국제인도법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라고 작성했다.

동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 for Palestine Refugees) 관계자는 2024년 초부터 190만여 명에 이르는 가자지구 인구 85%가 전쟁 후 난민이 되었다고 추산한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하마스 공습 당일부터 2024년 2월 10일(현지 시각)까지 팔레스타인인 최소 2만 8,064명이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비영리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보건 시설을 공격한 행위를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연구팀은 UN의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와 오픈소스 지도 구축 플랫폼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도지원조정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for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ssistance)가 나열한 의료 시설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전쟁 발발 직후 한 달간 총 16만 7,000채가 넘는 건물이 파괴되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비의료 구조물 1만 5,768채와 보건 복지 관련 시설 9채가 다른 건물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되거나 완전히 무너진 사실도 발견했다.

풀 연구원은 “이미 전쟁 초 한 달간 가자지구 보건 체계는 전쟁 탓에 심각하게 파괴되었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이 논문을 통해 지적한 바와 같이 의료 시설 공격은 민간인에게 필요한 의료 복지 제공 능력을 심각한 수준으로 저하하여 보건 체계에 장기적으로 타격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연구팀은 ‘손상 가능성 있음’, ‘어느 정도 손상됨, ‘심각하게 손상됨’, ‘건물 전체가 파괴됨’이라는 범주를 기준으로 건물 손상 정도를 평가했다. 풀 연구원은 연구팀이 발행한 논문의 건물 손상 수준 평가가 실제 손상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약국이나 개인 진료소 등 소규모 의료 시설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풀 연구원은 “국제법상 의료 시설이 보호 대상이 되더라도 거대한 무기를 발사하는 군인이 쇼핑몰 내 약국 정보를 알 확률이 매우 낮다”라고 설명했다.

국제인도법에는 분쟁 시 병원 및 보건복지 시설 혹은 환자, 의료진, 환자 혹은 의료 물품 운송 수단 공격 금지 규정이 명시되었다. 단,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적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할 때는 의료 시설은 보호 자격이 박탈된다.

연구 논문 공동 저자인 인권 조사관 나다니엘 레이몬드(Nathaniel Raymond)는 “제네바 협약과 무력충돌법(Geneva Conventions and the Law of Armed Conflict)에 따라 병원은 특별 보호 대상이 된다. 의도적으로 병원을 공격한다면, 종류를 떠난 민간 시설 중 가장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전쟁 시 무장 세력은 보호 자격을 상실할 때 병원에 사실을 미리 알리고, 무장 공격에 앞서 시설 관계자의 대피도 보장해야 한다. 분쟁 관련 법률 규정에 필요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IDF 측은 와이어드의 보건 시설 손상을 막기 위한 조처 문의에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옹호하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IDF 대변인은 “하마스의 전략 중 의료 시설과 이스라엘 관련 정보를 악용한 전략이 만연하다. 심지어 가자지구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을 포함한 이스라엘인을 납치하여 심문한 테러 활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IDF는 민간인 개인이 테러 행위에 가담한 일이 없다는 점을 거듭 이야기한다”라고 답변했다.

IDF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최대 규모 의료 시설인 알시파(Al-Shifa) 병원 지하 터널을 이용하여 작전을 개시했다는 의혹이 병원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IDF는 2023년 11월 15일 자로 알시파 병원을 급습했다. 지하 터널이 군사 기능을 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IDF의 군사 작전은 여전히 국제인도법 위반 분쟁 대상으로 남아있다.

군대가 민간 건물을 이용한 것이 확인된 사례를 보더라도 군인은 국제인도법에 명시된 ‘비례의 원칙’, ‘사전 주의’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 즉,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공격 무엇이든 군사적 이익보다 더 중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2023년 11월 2일(현지 시각), 국제적십자위원회가 X(구 트위터)에 게재한 영상 속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 최고 법률 책임자 코둘라 드로에지(Cordula Droege)는 “전쟁에서는 공격 위협에서 자유로운 곳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군대는 환자와 의료진의 피해를 피하거나 적어도 최소화하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가자지구 보건복지 시설 파괴 규모가 훨씬 더 멀리 확장된 것은 아니지만, WHO는 2023년 10월 7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 보건 시설 33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WHO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보건 시설이 공격 금지 및 적합한 보호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국제인도법 준수 의무를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UN 인권위원회 소속 어느 한 독립 위원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전쟁 범죄 증거 수집, 보관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 체계에는 재앙과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전쟁 초기에도 다수 의료진이 병원 내 부상자 치료 공간이 부족한 현실과 마취제와 깨끗한 물도 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술해야 하는 현실을 경고했다. 2024년 1월 3일(현지 시각), WHO는 가자지구에서 정상 운영 중인 병원이 최소 13곳, 최대 36곳뿐이라고 추산했다. 또한, 보건 복지, 식량, 깨끗한 식수 등이 급격히 줄어들자 가자지구 내 질병 감염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풀 연구원은 연구 결과 발표 후 전쟁 도중 국제인도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 의료 시설 구분과 비례의 원칙, 사전주의 원칙 등이 이루어졌는지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레이몬드는 “전쟁 도중 의료 시설을 별도로 구분하여 공격 위험 속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했다면, 연구팀의 특수 보호 시설과 비의료 시설 파괴 실태 조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의료 시설 파괴 수준도 비의료 시설 파괴 수준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atellite Images Point to Indiscriminate Israeli Attacks on Gaza’s Health Care Facil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