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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 환각제 ‘이보게인’으로 증상 호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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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 환각제 ‘이보게인’으로 증상 호전 도움
식물로 재배한 환각제인 이보게인 복용 후 외상성 뇌 손상을 입은 참전용사의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훨씬 더 완화되었다.
By EMILY MULLIN, WIRED US

조 후닥(Joe Hudak)은 미 육군 특수부대에 소속 군인으로 여러 국가에 파병된 후 2011년, 집으로 돌아간 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남미 파병 당시와는 다른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후닥은 외상후 스트레스(PTSD) 진단을 받았다. 후닥은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였으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2012년에는 두 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 후닥은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을 치렀다”라고 말했다. 결국, 후닥은 2015년, 전역과 함께 20년간의 군 생활을 마쳤다.

이후 후닥은 환각제가 합법이거나 규제 대상이 아닌 여러 국가에서 참전용사의 환각제 치료 접근을 돕는 텍사스 소재 단체인 VETS(Veterans Exploring Treatment Solutions)에 대해 알게 되었다. 2022년, VETS는 후닥이 멕시코로 가서 스탠퍼드대학교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환각제인 이보게인(ibogaine) 연구에 참여하도록 비용을 지원했다.

아프리카의 이보가(iboga) 관목이라는 식물 뿌리에서 채취하여 제조하는 이보게인은 중앙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피그미족이 영적 의식과 치유 의식에 수백 년간 사용한 환각제이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불법이다.

후닥은 외상성 뇌 손상 이후 심각한 PTSD를 앓고, 구강 약물을 복용한 특수부대 참전용사 30명 중 한 명이다. 이보게인 치료 결과, PTSD 증상 발생률은 88%, 우울증 증상 발생률은 87%, 불안 증상 발생률은 81% 감소했다. 이보게인 치료 효과는 연구가 종료된 시점인 약물 복용 후 최소 1개월간 이어졌다. 연구팀은 네이처 의학에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후닥은 “머릿속에서 나에게 소리치면서 수치심을 안겨주는 말을 하는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이보게인을 복용한 뒤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후닥은 이보게인 복용 후 갑자기 생활의 활력이 더 향상되었다. 후닥은 7살인 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은 후닥이 옛날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참전용사는 전투 경험 때문에 이미 정신질환 발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게다가 폭발음과 같이 신체 후유증이 머리로 전달돼 정신질환 발병 위험성을 더 악화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성 약물을 처방하지만, 기본적인 뇌 손상을 다루지는 못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이보게인 연구 시작 당시 피실험자 중 23명은 PTSD 범위에 해당했으며, 14명은 불안 장애를, 15명은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앓았다. 피실험자 19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7명은 자살 시도를 했다. 피실험자의 정신질환은 인지 능력과 이동 능력, 자기 돌봄 능력, 일일 활동 능력 등을 방해한다. 후닥과 마찬가지로 피실험자 대부분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다. 피실험자의 평균 장애 등급은 이보게인 복용 후 개선되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장애 평가 척도 기준 장애 수준은 30.2%에서 5.1%로 감소했다. 인지 능력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보게인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대학교 심리 및 행동과학 부교수 놀란 윌리엄스(Nolan Williams)는 “치료 저항 영역에 접어든 정신 건강 문제에는 좋은 해결책이 없다. 장애 수준을 크게 뒤집을 수 있다면, 정신질환 치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환각제를 활용한 중증 정신 질환 치료법 관심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파티 약물로 더 널리 알려진 케타민(ketamine)을 치료 저항성이 있는 우울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2023년 12월, 환각 연구를 위한 다학제 협회(Multidisciplinary Association for Psychedelic Studies, MDMA)는 엑스터시(ecstasy)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약물을 PTSD 치료 시 상담 치료와 함께 치료 약물로 처방할 수 있도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보게인을 중독 치료 약물로 처방하는 방안도 조사했으나 이보게인 사용이 사망 사례 여러 건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게인은 심박수가 지나치게 빨라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IV 주사를 통해 마그네슘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보게인 처방 과정에 개입할 수 있었다.

이보게인은 몽환 현상을 일으키며, 이보게인 복용자는 종종 복용 후 인생을 슬라이드쇼처럼 보는 듯한 경험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보게인 복용 후 제3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보고는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재평가한다. 윌리엄스 부교수는 “이보게인 복용 후에만 나타나는 매우 독특한 증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보게인 연구에 참여한 참전용사는 이보게인이 과거 후유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보게인으로 치료하는 도중 정신 치료는 일절 병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보게인의 효과가 약 10시간 동안 지속되므로 연구팀은 피실험자를 진료소에서 관찰했다.

치료 도중 참전용사는 두통, 메스꺼움과 같은 부작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심장 이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부작용 보고 후 피실험자는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의 PTSD 치료를 다시 받게 되었다. 후닥은 연구팀의 이보게인을 이용한 치료 실험에 참여한 지 1년 넘게 지난 시점에도 호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웨일 코넬 의과대학 신경과학 및 정신의학 교수 코너 리스톤(Conor Liston)은 “이보게인 처방 후 나타난 효과는 증상이 매우 심각하면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매우 큰 효과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게인과 다른 환각제의 정확한 정신질환 증상 개선 수준은 여전히 중요한 수수께끼로 남아 았다. 한 가지 가설로 이보게인 복용 시 가소성이 용이해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시 말해, 이보게인으로 뇌 연결 상태를 재구성한다는 의미이다. 리스톤 교수는 “뇌세포 간 새로운 연결이나 시냅시스는 치료 효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보게인은 보통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목표로 하는 세로토닌 전달체(SERT) 단백질에서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게인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효과는 정확하지 않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이보게인이 기억력 작업과 속도 처리 등 여러 영역에서 인지 능력 개선이라는 결과를 이끈 방식의 단서를 찾고자 참전용사의 뇌 스캔 이미지를 분석 중이다.

PTSD를 연구하는 크레이턴대학교 심리학 교수 에이미 바두라 브랙(Amy Badura Brack) 교수는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브랙 교수는 “연구 결과는 대대적인 효과를 기록했으나 대다수 심리학 연구로 다른 개입 요소를 활용한 개선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소수만 피실험자로 모집하였으며, 위약 치료를 받거나 표준 치료를 받은 비교 집단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브랙 교수는 이보게인의 강력한 효과 외에도 모든 피실험자가 멕시코로 이동한 점도 피실험자의 증상이 즉시 개선된 원인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어, “많은 인간이 휴식이나 안정을 취한 뒤 심리 상태가 개선된다. 심지어 미묘한 신경 개선 효과도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이보게인의 효과 지속 기간도 여전히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한 부분이다. 윌리엄스 부교수는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1년간 피실험자를 계속 추적했으며, 조만간 추적 데이터 분석 결과를 담은 연구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소수 피실험자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더 넓은 범위에서 이보게인 효과 임상시험을 시작하도록 지지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윌리엄스 부교수는 피실험자를 추가로 모집한 임상시험이 미국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

윌리엄스 부교수는 “이미 이보게인이 중증 PTSD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징조가 매우 흥미롭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y Had PTSD. A Psychedelic Called Ibogaine Helped Them Get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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