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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집단, 가짜 의료 문서 구매하도록 백신 음모론자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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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집단, 가짜 의료 문서 구매하도록 백신 음모론자 속인다
사기꾼 세력은 텔레그램에서 의사를 사칭하고는 가짜 코로나19 백신 인증서 등 여러 문서를 판매한다. 사이버 범죄 세력이 음모론을 악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By MATT BURGESS, WIRED UK

크리스티나 콜린스(Kristina Collins)는 자신의 사진이 텔레그램에 도용된 사실을 몰랐다. 지난 몇 달간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의사이자 피부과 전문의인 콜린스의 사진은 사기꾼 세력이 채팅 앱에서 누리꾼이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질병 백신 접종 사실 거짓 증명서를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데 악용됐다.

콜린스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개인 신원을 이용하는 것을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은 거짓 정보 홍보에 이용되는 순간이다”라며, 많은 전문의가 대중의 정확한 건강 정보 접근을 보장하고자 특별히 SNS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누구나 비슷한 겉모습에 주목하여 사기, 거짓 정보 유포 등 악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콜린스를 사칭한 텔레그램 채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거짓 정보 탐지 기업 로지컬리(Logically)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인증서와 기타 질병 백신 접종 서류를 판매하는 텔레그램 채널 60여 개를 발견했다. 그중 25개 채널 관리자는 사용자 이름에 ‘박사’라는 명칭을 함께 사용하고, 13개 채널 관리자는 실존 인물의 이름이나 실제 의료 전문가 사진을 이용한다.

백신 접종 문서를 판매하는 텔레그램 채널 네트워크는 적어도 2022년 6월부터 운영되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로지컬리 연구원 크리스 프루프스(Chris Proops)와 메이지 드레이퍼(Maisie Draper)는 X(구 트위터) 계정 수천 개가 백신 접종 증명서를 판매하는 텔레그램 채널로 접속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SNS 운영 시 총 3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게시글 6만 2,000여 개를 접했다. 또, 거짓 백신 접종 문서 판매와 관련된 암호화폐 계정은 28만 6,000달러를 점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백신 접종 문서 판매 사기는 오랫동안 이어진 코로나19와 보건 관련 거짓 정보 유포 사건 중 가장 최근 발생한 사건이다. 대다수 거짓 정보는 음모론과 일부 시민의 백신 접종 관련 우려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시도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로지컬리 연구팀이 공개한 조사 결과는 사기꾼이 콘텐츠 관리가 느슨해진 곳을 중심으로 SNS 플랫폼을 악용하고, 의료 체계 신뢰도를 저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드레이퍼는 “사기꾼은 백신 반대론자를 중심으로 누리꾼이 X에서 텔레그램으로 이동하여 백신 접종 문서를 판매하는 텔레그램 채널 50여 곳에 합류하도록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X에서 사용자에게 텔레그램 채널 접속을 유도하는 게시글 유포 작전 20여 건을 발견했다. 가장 처음 게재된 게시글은 2022년 6월에 게재되었다. 가장 최근 게재된 글은 2023년 12월 초에 게재되었다.

드레이퍼와 프루프스는 가짜 백신 접종 문서 판매 세력은 종종 백신 반대론과 관련된 X의 인증된 계정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반복된 메시지를 이용했다. 또,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 사회 재건 움직임과 같은 여러 음모론을 꾸준히 언급하기도 했다.

드레이퍼는 “다수 사기꾼 세력이 다음 대유행병이나 홍역 백신 등 다른 백신과 같은 대상에 극도로 불안해하는 백신 반대 세력의 취약점을 이용한다”라고 언급했다.

관리자가 의사로 위장한 텔레그램 채널은 서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다수 채널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성이 있으며,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 출입을 허가하는 대유행병 관련 이동 허가증을 판매한다고 주장한다. 이동 허가증 한 개당 250~500달러에 판매하며, 주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도록 요청한다. 가짜 백신 접종 문서 속 전문의 사진은 공식 문서와 비슷하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가 이제는 출입 시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오래전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이동을 제한하지 않은 국가도 많다. 일례로, 영국은 2022년에 이동 제한을 해제했다. 프루프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 이외에도 다른 질병 백신 접종 증명서 판매로 사기 범죄가 변경하기 시작한 사실을 관측했다”라고 말했다. 여러 텔레그램 채널에서 결핵 검사 결과, 뇌수막염 백신 접종 결과, A형 감염과 B형 감염, 파상풍, 소아마비 등 다양한 질병 관련 문서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사기꾼이 신원을 도용한 전문의가 원하지 않지만, 합법성을 부여했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 중인 사기꾼 세력이 신원을 도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전문의 여러 명에게 연락했다. 사기꾼의 신원 도용 피해를 본 의사 중 한 명은 텔레그램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콜린스는 로지컬리 연구팀과 와이어드의 연락 전까지 텔레그램 채널에서 사기 범죄에 자기 사진이 이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콜린스는 자기 사진이 스캠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도용되었다고 말했다.

로지컬리 연구팀이 X 계정과 텔레그램 채널 모니터링을 시작하면서 여러 SNS 기업이 다수 사기 계정과 채널을 삭제했다. 그러나 텔레그램 채널 절반은 여전히 활동을 유지 중이다. 텔레그램과 X 모두 와이어드의 의견 공개나 텔레그램팀의 전문의 신원 도용 사실 파악 여부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와이어드가 검토한 텔레그램 채널 여러 개는 지금도 관리자와 여러 구성원이 주기적으로 게시글을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토 대상이 된 채널 중 가입자는 수백 곳인 곳도 있었으며, 반대로 수천 곳인 곳도 있다. 일부 채널 관리자는 몇 달간 활동이 비활성화되었다. 대다수 채널에는 오래되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증된 음모론이 넘쳐났다.

지금도 활성화된 채널 중 하나는 대중에게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및 유럽연합 15개국 여행을 위한 실제 등록된 문서 발급을 지원하는 의사 동맹이라고 신원을 주장한다. 해당 채널 운영자는 SNS 팔로워 5만여 명을 보유한 합법적으로 의료 활동 중인 미국 성형외과 의사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다른 의사 사진을 도용했다. 드레이퍼는 가짜 백신 접종 문서를 판매하는 커뮤니티에서 사용자끼리 백신 부작용 사진과 봉쇄 조치의 추후 영향 우려를 자극하는 정보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코로나19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처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약물인 이버메틴(ivermectin)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 텔레그램 채널도 등장했다. 그중 한 곳은 판매 의약품 약 6가지 목록을 나열했다. 체중 감량 약물인 오젬픽(Ozempic)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 채널과 독감 주사 접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채널도 찾아볼 수 있다.

텔레그램 거짓 정보백신 및 건강 거짓 정보를 연구한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원 알리아크산더 헤라시멘카(Aliaksandr Herasimenka)는 “거짓 정보 유포 세력의 풍경은 풍부하다”라고 말했다. 로지컬리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헤라시멘카는 텔레그램에서 전문의 신원이 주기적으로 도용된 사례를 본 적은 없으나 의도를 떠난 거짓 정보 유포는 다양한 전략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라멘시카는 거짓 정보 유포 노력이 종종 정치적, 사회적 목표로 운영되며, 종종 거짓 정보로 돈을 버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헤라멘시카는 “거짓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주로 거짓 정보 유포를 수익화 기회로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텔레그램 채널이 정당한 선의를 제공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는 없다. 또,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무언가를 구매한 사용자가 실제로 구매한 것을 받았다는 점을 인증할 수도 없다. 일부 채널은 해당 그룹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고 주장하는 고객의 게시글을 게재한다. 미국에서 백신 인증서와 약물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 어느 한 계정은 주문한 인증서를 받았다는 주장과 함께 편지봉투 뒷면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실제 약물이나 백신 인증서 사진을 올려 구매한 제품을 제대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게시글도 있다.

로지컬리 연구팀은 구매자에게 전송된 가짜 문서가 실제 문서와 비슷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주요 범죄 동기가 금전이라고 분석했다. 프루프스는 현재 백신 접종 문서를 판매한다고 주장하는 단체의 활용 사례가 많지 않지만, 사기 네트워크 자체는 추후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백신 접종 문서 판매를 주장하는 사기 채널을 계속 악용하고 백신 반대 메시지를 유포하면서 전 세계 보건 체계 신뢰도를 저하할 수 있다.

콜린스는 인공지능의 이미지 생성 기능 사용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사기꾼이나 시민이 보건 관리 전문의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콜린스는 “인공지능의 이미지 생성 능력이 발전하면서 웹사이트 사진 제거를 넘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일반 대중의 가짜 계정 구분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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