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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사용, 잠시 중단하더라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실천하면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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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사용, 잠시 중단하더라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실천하면 좋은 이유
보통 디지털 기기 사용 중단을 다룬 글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내려놓도록 요구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에는 반대로 필자의 딸이 필자에게 과도하게 많은 사진을 촬영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By TAMMY RABIDEAU, WIRED US

필자는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에 파리에 거주 중인 딸과 함께 추운 지방인 아이오와주로 떠날 예정이다. 필자는 딸과 1년 동안 떨어져 지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만나게 되어 기쁘다. 그와 동시에 여행 도중 딸과의 관계를 유지했던 스마트 디지털 기기를 의도치 않게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려는 힘겨운 노력도 펼칠 것이다.

필자는 비행기 착륙 전부터 사진 여러 장을 촬영한 뒤 SNS에 공유할 것이 뻔하다. 디지털 세계를 살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인 필자는 항상 문서 작업에 파묻혀 생활한다. 6년간 타국에서 거주한 외동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필자는 항상 딸과의 여행 기회를 잡기를 간절히 원했다. 반면, 필자의 딸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정해진 목적으로만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의식하지 않은 상태일 때도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필자와 불필요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지양하는 딸과의 관점 차이는 항상 모녀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필자의 딸은 이른 나이부터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다. 올해 12살인 필자의 딸이 침실에서의 기술 사용 시 발생하는 해로운 문제점을 다룬 글을 읽고, 필자에게 디지털 기기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두 눈을 보도록 말했을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필자의 딸은 필자에게 TV와 컴퓨터를 다른 방으로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어린 나이에 디지털 기기 연결의 부정적인 영향을 깨우친 것이다.

최고 명문대 진학을 꿈꾸던 청소년기에 따른 칼 뉴포트(Cal Newport) 작가의 『반듯한 학생이 되는 법(How to Become a Straight-A Student)』을 읽었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 장학생이 되고는 뉴포트 작가가 제시한 또 다른 통찰력인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했다. 의도적인 기술 참여를 옹호하면서 늘 디지털 기기 제거를 이야기했다.

필자와 딸의 디지털 기기 참여 형태 차이는 1년 뒤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딸이 독립하여 늘어난 여유시간과 바쁜 프리랜서 활동으로 가상 세계를 탐색했다. 필자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계정을 새로 개설했으나 딸은 SNS 계정을 생성하지 않으려 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어느 날 오후 필자는 석사 학위를 위해 스웨덴 유학을 간 딸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았다. 딸은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래도 메신저는 그대로 사용할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딸의 메시지를 보고 불안해졌다. 서로 다른 국가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SNS는 딸과의 관계를 연결할 수단이었다. 딸이 필자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남긴 ‘좋아요’와 댓글은 딸이 필자의 소식을 접한 것을 알게 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딸의 메시지에 필자는 침착하려 했으나 세 차례 메시지를 더 주고받은 뒤 침착함을 잃게 되었다. 결국, 딸에게 “왜 나를 고립시키려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연락할 몇 가지 방법이 있지 않은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필자가 딸의 메시지를 본 후 보인 반응은 혼란과 상처가 뒤섞였다. 그러나 한 차례 전화 통화 이후 필자가 스스로 느낀 두려움과 불안감을 딸에게 투영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딸은 필자와 거리를 둘 생각이 없었다. 단순히 개인 SNS 사용 습관의 경계를 정하려 한 것이었으나 필자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필자와 딸의 디지털 사용 습관 차이는 딸이 코로나 시기에 스웨덴에서 귀국한 이후 정점에 달했다. 5년 만에 처음 딸의 생일을 함께 즐기고, 딸과의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딸이 기상하기 전부터 풍선 20여 개와 생일 축하 플랜카드, 화려한 색상의 크레페 페이퍼 스트리머로 집을 장식했다. 딸이 잠에서 깨고 거실로 들어와 선물을 기다릴 때 딸은 입이 두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딸의 기쁨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1시간 뒤 필자가 딸의 침실부터 집안 곳곳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딸은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생각했고, 필자는 딸과 공유하는 생활이 거부되었다고 느꼈다. 상처를 받게 되었다. 딸이 기뻐해야 할 생일 아침은 순식간에 감정의 상처를 남긴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날 밤, SNS 사용 문제를 두고 논쟁을 이어간 뒤 필자는 스스로 그날 있었던 일을 곱씹어보았다. 그때 필자의 행동이 일으킨 문제보다는 슬픔에 깊이 사로잡혔다.

기술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인 래리 로젠(Larry Rosen) 박사는 필자와 딸의 디지털 프라이버시 견해 차이가 모녀 관계의 긴장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로젠 박사는 격차를 연결할 의도로 개발된 기술이 감정의 골을 생성했다고 주장했다. 필자의 딸은 자기 생일이 필자와 둘이 축하할 개인적인 일이지, SNS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을 일은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다. 또, 필자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서 생일이라는 개인적인 일의 진실성이 사라지고,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었다고 느꼈던 것이다. 반면, 필자는 페이스북에서 관계를 형성한 이에게 딸과 보낸 순간을 공유하면서 중요한 순간이 유효함을 입증하는 동시에 관계가 연결되었다고 느꼈다. 필자와 딸은 디지털 공간에 대한 관점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리고 1년 뒤 딸은 파리로 이주하면서 언제든지 파리를 방문해도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디지털 기술 사용이라는 견해 차이로 계속 이어진 딜레마의 완벽한 배경을 제공했다. 필자는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파리와 같이 환상적인 곳으로 가게 되어 비행기 이륙 전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계속 사진을 촬영했다. 파리 여행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처음으로 딸의 견해를 이해하게 되었다. 필자는 어느 순간이든 그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내려 했다. 딸도 필자의 첫 유럽여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진에 집착하는 행동을 보고는 농담했다. 필자는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고, 저녁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터에게도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그리고 센강을 따라 걸어 다니면서 멋진 풍경을 쉴 틈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아냈다.

그러다 어느 날 오후, 점심 식사를 하러 조약돌이 깔린 길을 여유롭게 걷던 중 필자는 딸보다 스마트폰 진동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그때 필자는 파리 여행이라는 경험에 몰입하면서 딸과의 대화를 즐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필자가 사진을 찍고 SNS에 게재하는 것을 보고 딸이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잔소리를 했다. 필자가 생각한 행동과 실제 행동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과 불안감의 원인을 깨닫고는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스마트폰 사용 연구가 매우 놀랍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여 스마트폰의 사회 상호작용이라는 미묘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밝혀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더라도 존재만으로 대면 대화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 관심을 끌어모으면서 미묘하게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데다가 필자가 느낀 기기 접속 중단이라는 중요성의 조합은 물리적 존재와 정신 분산 간의 모순의 원인이 되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의 연구를 보완한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의 연구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멀티태스킹의 인지 결과를 깊이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디지털 플랫폼 여러 곳을 동시에 전환하면서 집중 분산은 물론이고, 인간의 인지 능력도 발휘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멀티태스킹은 집중력과 기억 유지의 질 저하로 이어지며, 디지털 기기와 거리를 둘 때는 정신적 불안감이 발생하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필자는 2023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앞서 짐을 챙기며, 딸을 위해 포장한 선물과 함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깐이라고 중단할 계획도 준비했다. 필자의 디지털 기기 사용 일시 중단 계획은 딸과 함께 동의하여 정한 계획이다. 레스큐타임(RescueTim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일일 평균 스마트폰 확인 횟수는 58회이다. 게다가 데이터리포털(DataReportal)은 인간의 일일 SNS 접속 시간이 약 2시간 30분이라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행사에 참석할 때, 참가자 개인은 전체 시간 중 40%를 사진 촬영에 할애하고, 행사 한 건당 평균 23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필자는 딸과 함께 아래와 같이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 접속 간의 균형을 갖춘 계획을 세웠다.
  • 혼자 여행할 때는 자유롭게 사진을 촬영하되 마음속에서 진짜로 원하는 사진 공유하기
  • 함께 여행할 때는 외출 1회 시 사진 촬영 횟수 10회로 제한
  • 여행 1회당 모녀 사진 촬영. 단, 함께 촬영한 사진은 서로 동의할 때만 SNS에 공유
  • 식당, 박물관 등 여행지에서 잠깐 스마트폰 확인 가능. 이후 일일 사진 촬영 10회를 제외한 모든 순간에는 스마트폰과 거리두기
  • 둘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곳에서 주 1회 스마트폰 없는 여행 계획 세우기

디지털 기기에서 완벽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필자에게는 기기 사용 횟수 줄이기가, 딸에게는 기기 사용 횟수 늘리기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필자와 딸의 합의 사항은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위해 새로이 한 약속이다.

필자와 딸의 여행 일정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필자는 실제 관계는 스마트폰이나 SNS 게시글이 아닌 스마트폰, SNS 게시글로는 포착할 수 없는 함께 있는 순간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y Even a Partial Digital Detox Is a Good Idea This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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