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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의 극단주의 채널 금지, 진짜 금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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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의 극단주의 채널 금지, 진짜 금지 아니다
와이어드가 텔레그램에서 금지된 채널 100개 이상 분석하여 다수 커뮤니티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금지된 극단주의 커뮤니티 내부에서 공유된 콘텐츠가 종종 대중적 접근이 가능한 다른 채널로 확산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By VITTORIA ELLIOTT, WIRED US

2023년 10월 7일(현지 시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온라인 극단주의 세력이 암호화 메시지 앱인 텔레그램에 주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마스 관련 단체가 텔레그램 채널에 하마스의 공격 그래픽 이미지를 게재하여 현재 해당 채널 팔로워 수는 190만 명에 이르렀다. 텔레그램에 유포된 콘텐츠는 여러 SNS 전반에 걸쳐 널리 확산되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콘텐츠 문제로 애플과 구글에 압박이 가해진 뒤 텔레그램은 하마스가 사용하는 두 가지 주요 채널을 제한했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에게는 텔레그램 채널 제한이 진짜 금지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어드가 직접 조사한 결과, 텔레그램은 하마스 채널이나 극우 극단주의 세력이 운영하는 채널 금지나 삭제 조처 대신 두 가지 주요 앱스토어에서 문제가 된 채널이 사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숨기기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이 제한한 채널 사용자가 여전히 텔레그램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텔레그램이 제한한 채널에 공유된 일부 콘텐츠는 제한 조처가 적용되지 않은 여러 SNS 채널에서도 대거 유포된다. 텔레그램의 메커니즘이 제한된 채널의 문제성 콘텐츠 공유를 막아도 다를 바 없다. 와이어드의 자체 조사 결과, 텔레그램은 폭력적 커뮤니티를 발견하기 가장 어려운 플랫폼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제한된 채널 사용자는 다른 곳에서 메시지를 퍼뜨릴 수 있으며, 채널 자체도 과격한 활동을 하는 공간 역할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어드는 테크 정책 국책 연구소인 인티그리티 연구소(Integrity Institute) 공동 창립자 제프 앨런(Jeff Allen)과 함께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텔레그램에서 제한된 채널 100개와 게시글 수천 개를 분석했다. 대다수 채널이 극우 극단주의나 다른 형태의 과격한 혐오 성향과 관련된 콘텐츠를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텔레그램에서 제한된 채널 대부분 제한 후에도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텍사스주립대학교 디지털미디어 부교수 니콜 스튜어트(Nicole Stewart)는 “텔레그램은 다른 사용자가 검색할 때 제한된 채널이 등장하여 발견하게 되는 일을 막을 뿐 기본적으로 채널 활동 자체는 유지한다”라고 설명했다.

2013년, 파벨 두로프(Pavel Durov)가 창립한 텔레그램은 이미 오래전부터 극단주의 세력이 가장 좋아하는 SNS 플랫폼이 되었다. 텔레그램 채널에 합류할 수 있는 구독자 수 제한은 없다. (그룹 가입자는 최대 20만 명으로 제한되었다.) 또, 텔레그램의 콘텐츠 관리 접근 방식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 다른 SNS 플랫폼 서비스 약관 위반에 해당하는 단체와 콘텐츠 접근성을 유지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와이어드는 2023년 10월 말, 텔레그램이 제한한 하마스 관련 채널을 포함하여 제한 대상이 된 채널 108개와 지난 2개월 이상 제한되지 않은 채널 365개를 조사했다. 전체 공개 상태로, 제한 사항이 적용되지 않은 채널 45곳은 제한된 채널의 콘텐츠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된 채널에도 동시에 가입한 구독자가 제한된 채널의 콘텐츠를 다른 채널에도 공유했음을 시사한다. 제한된 채널 중 일부는 일주일 단위로 전송하는 메시지가 극소수에 해당하지만, rlwolf_9999와 같은 극우 성향의 채널은 일주일마다 메시지 최대 1,000건을 전송한다.

대다수 채널은 와이어드의 모니터링 기간 도중 제한되었다. 하지만 10월 7일, 전쟁 이후 제한된 하마스 채널을 검토하면서 콘텐츠 조회수가 70% 가까이 하락했으나 채널 자체는 여전히 활동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하마스 군사 관련 채널인 @qassambrigades는 매일 20개가 넘는 콘텐츠를 공유했다. 제한된 채널의 콘텐츠 조회 수는 급격히 감소했으나 와이어드는 @qassambrigades라는 채널이 제한되지 않은 채로 구독자 50만여 명 이상 보유한 뉴스 중심 채널인 @hpress 채널 내용을 복사하여 붙여 넣는 방식으로 공유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튜어트 부교수는 “제한된 환경에서 똑같은 네트워크 공유 형태를 관측하기 시작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념적 신념을 공유하고, 특정 이념에 따른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텔레그램 내 극단주의 조직을 연구한 여러 전문가는 텔레그램이 일반적으로 각국 정부나 법률 집행 기관, 구글 및 애플 등 대기업의 앱 활용성 제한 능력으로 가하는 압박에 대응하여 극단주의 조직의 콘텐츠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텔레그램과 유럽 극우 세력을 연구한 취리히대학교 연구원 알렉산드라 우르만(Aleksandra Urman)은 “조사 결과, 구글과 애플 등 대기업이 특정 콘텐츠나 채널 삭제를 요구하면, 텔레그램이 그에 따라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텔레그램의 콘텐츠 관리 형태가 구글, 애플의 권력에 반응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구글과 애플 모두 텔레그램의 관리 결정을 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텔레그램 앱을 설치할 수 있으나 구글과 애플 모두 혐오 발언, 테러 사상, 폭력적 콘텐츠를 홍보하는 앱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서비스 약관에 “시민을 겨냥한 폭력 예비나 음모, 미화 관련 콘텐츠를 지닌 앱” 혹은 “폭력을 조장하거나 개인을 겨냥한 혐오를 선동하는 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서비스 약관에 명시된 기준을 위반한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삭제되어 활용성이 크게 제한된다. 구글과 애플의 자체 앱스토어 모두 텔레그램 다운로드를 지원한다는 사실은 텔레그램이 구글과 애플의 서비스 약관을 준수했다는 의미를 시사한다.

애플은 와이어드의 의견 공개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구글 대변인 다니엘레 코헨(Danielle Cohen)은 “특수 브라우저나 클라이언트가 사용자 생성 콘텐츠 플랫폼으로 접속하도록 하는 앱을 포함하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사용자 생성 콘텐츠 포함 혹은 공유 기능을 제공하는 앱은 강력하면서 효과가 우수한 현재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 관리를 준수해야 한다. 거부 가능한 사용자 생성 콘텐츠 보고를 위한 앱 내 시스템 제공과 사용자가 적합한 곳에서 문제성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와이어드의 의견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2021년, 텔레그램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직접 내려받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 버전 텔레그램 앱을 배포했다. 당시 텔레그램은 안드로이드 버전 앱의 제한 사항이 비교적 더 적다고 홍보했다.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 서비스 약관 적용 범위에서 벗어난 곳에서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우회하여 텔레그램을 다운로드한 사용자는 일반 사용자의 접근성 제한과 달리 제한된 채널의 게시글을 평소처럼 볼 수 있다.

코헨 대변인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에서의 앱 배포를 제어하지 않는다”라며, 안드로이드의 개방 운영체제는 앱을 다른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나 앱 웹사이트를 통해 사용자 기기에 직접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텔레그램의 서비스 약관에는 사용자가 공개적으로 볼 수 있는 텔레그램 채널, 봇 등에서 폭력성 콘텐츠를 홍보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그러나 텔레그램이 규정을 위반한 사용자에게 대응하는 방식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텔레그램은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관련 채널에 대응한 것처럼 문제가 되는 채널 제한이나 전면 금지 평가 기준을 확인하려 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2023년 10월 13일(현지 시각), 두로프는 공개 텔레그램 채널에서 하마스 채널과 콘텐츠 삭제 압박을 설명하면서 “텔레그램 관리팀과 인공지능(AI) 툴이 매일 텔레그램 플랫폼에서 확실히 해로운 콘텐츠 수백만 개를 삭제한다”라고 주장하는 글을 게재했다. 또, 텔레그램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특정 콘텐츠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텔레그램 채널이 선동 광고를 대거 강조하는 데 이용될 확률이 낮다고 주장했다.

여러 전문가는 텔레그램이 알고리즘으로 특정 콘텐츠를 홍보하지 않지만, 혐오 이념을 유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튜어트 부교수는 “텔레그램을 부대 모집 수단으로 이용하는 혐오 단체와 특정 테러 단체는 기본적으로 인플루언서와 같은 기능을 한다”라고 언급했다. 텔레그램 내 콘텐츠와 다른 조직의 아이디어 공유 및 홍보 과정 일부분은 여러 그룹, 인플루언서와 일치하며, 사용자가 극단주의 생태계 더 깊은 곳까지 발을 들이도록 추진한다.

제한된 채널에 가입한 텔레그램 사용자가 제한되지 않은 채널로 제한된 채널 내 콘텐츠를 공유하더라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로 텔레그램을 다운로드한 외부 사용자는 문제 콘텐츠를 볼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복사, 붙이기 방식만으로 제한 조처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다. 와이어드는 앨런과 함께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제한된 채널과 제한되지 않은 채널에 똑같이 공유한 사례를 400건 넘게 발견했다. 이때 사용자는 종종 제한되지 않은 채널에서 제한된 채널을 태그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 대상에는 다량의 콘텐츠를 아우르는 이미지, 영상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례로, 가입자 4,000명 이상 보유하고 제한되지 않은 채널인 OfficialTheCollective에 전송된 메시지는 큐아넌 음모론 유포 채널인 SpecialQForces 등 제한된 채널을 태그로 추가했다. 그리고 종종 다른 사용자가 제한된 채널로 합류하도록 독려했다.

OfficialTheCollective에 전송된 메시지 중에는 구글과 애플의 제한 사항을 우회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해당 메시지는 “구글과 애플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로 다운로드한 텔레그램 앱을 검열한다. 웹 브라우저를 사용한다”라고 전했다. 또, 극우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영상 플랫폼 럼블(Rumble)의 지시 영상 링크를 포함하여 텔레그램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와이어드는 제한되지 않은 채널인 ExpatsPortugalEngChannel를 조사하면서 독일 내 에리트레아계 이민자 폭동을 언급하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자국의 침략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자 하는 진보주의 세력이 있는가? 폭동 현장에 합류하여 나치 세력보다 먼저 침략자 문제를 논의할 이들이 필요하다. 실제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작성되었다. 해당 메시지는 제한된 채널인 @InTheEndGodAlwaysWins에 게재된 내용과 일치한다.

간혹 텔레그램은 현지 법률에 따라 일부 채널을 제한하기도 한다. 혐오 발언과 신나치주의를 반대하는 엄격한 규정을 확립한 독일을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뮌헨대학교 연구원 하이디 슐츠(Heidi Schulze)는 VPN과 네덜란드 SIM 카드를 이용해 텔레그램이 자신의 위치를 독일이 아닌 곳으로 인식하도록 속이는 방식으로 독일에서 제한된 텔레그램 채널에 접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슐츠 연구원은 “텔레그램의 관점에서 채널 제한은 현지 법률을 준수하므로 영리한 조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한된 채널을 삭제하지는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제한된 채널의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으면, 텔레그램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주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르만 연구원은 채널 제한 시 더 과격한 활동을 이어갈 공간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채널 제한 후에도 해당 채널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은 최신 콘텐츠를 계속 보고, 제한 조처를 우회할 기술적 방안을 찾는 데 혈안이다. 그리고 더 극단적인 행동을 펼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 플랫폼에서 벗어난다면, 더 극단적인 콘텐츠가 등장할 확률이 높다. 제한된 채널 운영자는 콘텐츠 관리를 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르만 연구원은 “제한된 그룹은 제한 이후에도 극단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도 있다. 대부분 특정 공격을 공개적인 곳에서 계획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널 제한과 함께 비공개 상태가 되었다. 많은 이들의 눈을 피해 더 극단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테러 조직 모니터링 컨설팅 기관인 SITE 인텔리전스 그룹(SITE Intelligence Group) 창립자 겸 전무인 리타 카츠(Rita Katz)는 텔레그램의 채널 제한 결정이 법률과 법률 집행에 따라 좌우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카츠는 “유럽연합은 2015년부터 ISIS와 알카에다에 맞설 강력한 텔레그램 대응 부대를 두었다. 텔레그램은 2019년, ISIS와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세력에 맞설 수단을 갖추었다. 텔레그램은 ISIS, 알카에다와 관련된 계정이나 관리자는 물론이고, 해당 그룹 및 채널에 가입한 모든 이들의 계정과 채널을 삭제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제한된 채널의 메시지를 제한되지 않은 채널 사용자에게 전달할 때 제한 사항을 우회하지 않은 텔레그램 앱 버전 사용자에게 기기에서 해당 메시지를 보여줄 수 없다는 알림이 전송된다. 와이어드가 제한된 채널의 콘텐츠 수천 개를 분석한 결과, 텔레그램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여 제한되었다는 알림이 등장한 사례는 단 36건이었다. 즉, 제한된 채널과 콘텐츠 대부분 구글, 애플의 정책을 준수하려 하는 것처럼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스튜어트 부교수는 “텔레그램 운영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위협받지 않는다면, 제한된 채널과 콘텐츠를 철저하게 차단하는 일이 텔레그램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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