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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고 느끼는가? 다시 생각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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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고 느끼는가? 다시 생각해 보아라
많은 연구원이 계절성 우울증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계절성 우울증의 존재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By GRACE BROWNE, WIRED UK

1년 중 이 시기가 다사 왔다. 시간이 과거로 흘러가고, 하루 업무를 끝내면 어두워진다. 추위와 어두움, 건조한 날씨가 갑작스레 들이닥친다.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우울해지는 모습을 담은 밈도 확산된다.

북반구의 낮이 짧아지면서 그에 따른 영향도 시작된다. 단순히 저녁이 더 어두워지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것을 넘어서 실제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계절성 우울증은 북반구 인구 10%가 겪는 정신 질환이다. 보통 기분 저하와 탄수화물 섭취 욕구 증가, 과도한 수면 후에도 이어지는 만성 피로 등이 겨우내 이어진다. 여성이 남성보다 계절성 우울증에 3배 더 취약한 것으로 추산된다. 모든 업계가 조명 치료로 계절성 우울증 치료를 확신한다. 계절성 우울증 관련 문제는 소송 쟁점이 되기도 했다.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지만, 계절성 우울증 자체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을 두고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계절성 우울증은 198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심리학자 노먼 로젠달(Norman Rosenthal) 박사가 학술지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처음 설명된 질환이다. 로젠달 박사가 계절성 우울증 논문을 작성한 계기는 직접 우울증을 치료한 경험이다. 로젠달 박사는 1976년, 남아프리카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뒤 겨울이면 에너지와 생산성 모두 저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눈이 녹기 시작하면, 다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당시 로젠달 박사는 심리학 전문의 펠로 2년 차였다. 지난 몇 년간 스스로 계절에 따른 기분 변화 양상을 기록한 과학자인 허브 컨(Herb Kern) 박사를 만난 시기이기도 하다. 로젠달 박사는 동료와 함께 조명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컨 박사의 계절성 우울감을 치료하고자 했다. 치료 과정은 햇빛을 일시적으로 공급하는 조명 박스를 이용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인공조명으로 낮 시간을 늘리는 방안으로 택한 치료법이다. 인공조명을 이용한 치료법은 효과가 있었다.

1981년, 워싱턴포스트는 인공조명을 이용한 계절성 우울증 치료 연구를 보도했다. 수천 명이 겨울이면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고 설명하며, 연락했다. 로젠달 박사 연구팀은 메릴랜드주에서 조울증 환자 29명을 피실험자로 두고 연구했다. 피실험자에게도 조명 치료를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로젠달 박사는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계절성 우울증 발견 직후 해당 질환을 정확히 표현할 세련된 약자를 모색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3년 후인 1987년, 계절성 우울증의 형태를 다룬 내용은 심리학계의 정석으로 알려진 ‘정신 장애 및 진단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에 포함됐다. 그러나 계절성 우울증은 별도의 정신 질환이 아닌 매년 특정 시기에 반복하여 나타나는 주요 우울증 종류 중 하나로 분류됐다. (비교적 증상 질환이 약한 계절성 우울증인 ‘겨울 우울증’의 하위 범주도 별도로 존재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가장 보편적인 하위 질환은 겨울에 발생하지만, 여름 등 다른 계절에도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적도를 넘어 낮 시간이 줄어드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계절성 우울증을 유발하는 정확한 요인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여러 요인이 혼합된 것으로 알려졌다. 햇빛이 줄어들면, 생체리듬이 혼합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망가진다. 따라서 생체리듬 불균형이 신경전달물질의 수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은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충분히 생성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멜라토닌 수치가 증가하여 졸음을 참지 못할 수도 있다.

그동안 계절성 우울증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이 잇따랐다. 2014년, 로젠달 박사는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개념은 의학계 전문가보다 일반 대중이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학술지 ‘임상심리과학(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논란이 된 논문 한 편이 계절성 우울증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해당 논문 저자이기도 한 앨라배마주 오번대학교 몽고메리캠퍼스 심리학 교수 스티븐 로벨로(Steven LoBello)는 졸업생인 메간 트라판스테트(Megan Traffanstedt)를 위해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논문 주제가 필요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기적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로벨로 교수는 행동 데이터세트 수집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울증 진단 툴인 PHQ-8 우울증 규모(PHQ-8 Depression Scale)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했다.

로벨로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의 영향을 논문으로 작성할 만큼 데이터양이 많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후 로벨로 교수 연구팀은 계절성 우울증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러나 계절에 따른 우울증 수치나 정도, 햇빛 노출 수준을 측정한 뒤에는 세 가지 요인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로벨로 교수가 측정 방식을 재차 검토한 뒤 심리학 연구 분야의 다른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9년, 연구팀이 게재한 다른 연구 논문으로도 우울증 수치나 정도, 햇빛 노출 수준에는 어떠한 관련성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로벨로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 현상이 집단 심리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벨로 교수는 “언론의 관심을 비롯한 계절성 우울증 언급이 계속된다. 실제로 계절성 우울증의 정확한 원인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벨로 교수는 논문 게재 후 집단 반발에 맞서야 했다. 로벨로 교수를 비판하는 이들은 PHQ-8이 탄수화물 섭취 욕구 증가나 과도한 수면 등 모든 종류의 우울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PHQ-8이 계절성 우울증의 약간 비정상적인 증상을 다루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피츠버그대학교 심리학 부교수 케이트린 로클레인(Kathryn Roecklein)은 로벨로 교수 연구팀의 분석 결과가 계절성 우울증과 다른 요인 간의 중대한 관련성을 찾지 못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계절적 변수를 지닌 하위 집단을 대상을 조사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계절에 따른 변수를 지닌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연구 대상에 더 많이 포함됐다면, 반대 결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반면, 로벨로 교수 연구팀 이외에 다른 전문가도 계절성 우울증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9년, 어느 한 국제 연구팀은 계절성 우울증 연구 논문을 찾고, 로벨로 교수 연구팀처럼 우울증과 계절 변화 간의 관련성 부재를 주장했다. 당시 연구팀은 “광범위한 인구 집단을 보았을 때 우울증 증상이 계절에 따른 영향 간 관련성을 확실히 설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몇 가지 특이점을 포함하여 연구했다. 연구팀이 연구 당시 고려한 변수 중에는 아이슬란드와 같이 고도가 높은 곳은 이론상 인구 전체가 계절성 우울증 환자여야 한다는 가설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2000년, 여름과 겨울의 불안감, 우울증 환자 비율의 두드러진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2020년, 네덜란드 시민의 계절성 우울증을 연구한 네덜란드 연구팀은 겨울의 기분 저하가 부정적 감정을 느낄 확률이 높다고 정의된 신경증 수준이 높은 이들에게만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계절성 우울증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한 전문가가 비판한 사항 중 하나는 ‘계절성 프로필 평가 질문지(Seasonal Profile Assessment Questionnaire, SPAQ)’를 이용하여 계절성 우울증을 진단한다는 점이다. SPAQ는 계절에 따른 기분 변화를 느꼈는지 회고적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SPAQ가 회고적 편견을 지녔다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로벨로 교수는 “SPAQ와 같은 설문조사가 실제로 우울증을 측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기분 변화를 느낀 계절을 묻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로클레인 부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의 만연함이 실제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로클레인 부교수는 “심리학 분야의 모든 장애는 자가 보고를 바탕으로 한다. 내담자의 기분 변화 시간을 논의하면서 임상 치료를 돕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밝은 조명을 이용한 치료법과 인지 행동 치료법, 항우울제 처방 등 계절성 우울증 치료법은 계절과 관련이 없는 우울증 치료법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로클레인 부교수는 “전반적으로 우울증 환자 집단을 분류하는 것이 치료에는 유용하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계절에 따른 우울증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 때는 우울증 유발 원인을 알 수 있다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일부 환자에게는 생활 속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혹은 계절 변화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영원히 앓게 되는 질환이 아니다. 계절성 우울증 유발 원인의 한 가지 이론으로 어두운 겨울 저녁의 인공조명 의존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인공조명을 이용하면, 밤에도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체리듬이 망가지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인류는 약 100년간 인공조명을 이용했다. 로클레인 부교수는 “100년 동안 인공조명을 이용했다는 점은 인공조명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인간이 인공조명에 적응하려면, 수천 년간의 진화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이후 계절성 우울증은 실존 여부를 떠나 과거의 질환이 될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ink You Have SAD? Think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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