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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감시 강화, 서안지구 봉쇄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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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감시 강화, 서안지구 봉쇄로 이어져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의 감시 실험실이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인 주민은 며칠씩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By TOM BENNETT, WIRED UK

2023년 10월 29일(현지 시각), 아흐메드 아자(Ahmed Azza)는 3일 만에 처음으로 거주 지역을 벗어나 이동하기 위한 허가를 받았다. 아자는 자택 문 앞에 훈련된 감시 카메라와 언덕 너머 이스라엘 군부대 주둔 지역을 지나 8분 동안 도보로 이동한 뒤 검문소에 도착했다. 아자는 짐 수색을 위해 탁자에 짐을 올려 두고, 의무 절차에 따라 안면 인식 카메라를 응시한 뒤 회전 금속 장벽을 통과하여 헤브론을 지났다. 10시간 뒤 검문소 폐쇄 시간 한 시간 전까지 돌아올 시간 한 시간이 주어졌다. 이후 이틀간 갇혀 있었다.

아자는 서안지구 내 감시가 가장 엄격한 지역인 헤브론 텔루메이다(Tel Rumeida)에 거주한다. 텔루메이다는 1997년, 이스라엘 정부가 헤브론 H2 구역으로 지정했다. 텔루메이다에는 팔레스타인인 3만 5,000여 명과 이스라엘인 850명이 거주한다. 텔루메이다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인의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분리 체계를 시행한다. 최소 21명이 배치된 검문소와 현장 수색, 감시탑을 포함한 감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다가 ‘헤브론 스마트 시티(Hebron Smart City)’라는 이름으로 CCTV를 대거 설치했다. 비판 세력은 감시 체계의 목표가 팔레스타인인의 생활을 최대한 어렵도록 하면서 서서히 헤브론을 떠나도록 유도하고는 이스라엘 정착민이 장악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안지구는 이미 오래전 이스라엘의 감시 기술과 전략 시험 장소가 되었다.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는 지난 10년간 서안지구 감시를 강조했다. 엘빗(Elbit), 칸디루(Candiru), 라파엘(Rafael)을 비롯한 감시 시스템 개발사는 물론이고,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개발사로 악명 높은 NSO 그룹(NSO Group)의 성공이 부분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내 다른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의 유명한 감시 네트워크가 대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스 무장 정파가 첨단 기술이 설치된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국경 지대를 침투하여 1,400명을 살해하고는 200명이 넘는 인질을 납치했다. 

아자는 헤브론 내 직장에서 찻잔을 들며, “헤브론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실험 쥐와 같은 삶을 산다. 해변과 바닷가에 놀러 가고 싶다. 또, 물놀이도 즐기고 싶다. 하지만 헤브론에서는 자유를 누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서안지구의 감시 인프라 중 핵심 구성요소는 ‘울프팩(Wolf Pack)’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의 감시 기술 배치 목적이 헤브론에 거주하는 모든 팔레스타인인 개개인의 프로필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울프팩이라는 이름으로 배치된 일련의 감시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레드 울프(Red Wolf)는 검문소 내 안면 인식 카메라를 이용해 색상 코드 시스템을 통해 이스라엘 군인에게 검문소에 도착한 팔레스타인인의 체포나 억류 기록, 검문소 통과 허용 여부 등을 전달한다. 감시 시스템이 검문소를 찾은 개인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으로 래드 울프에 생체 데이터를 등록한다.

블루 울프(Blue Wolf)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또 다른 감시 소프트웨어는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페이스북’이라고 설명한다. 블루 울프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스마트폰 앱에 접속하여 팔레스타인인 개개인의 사진을 촬영하고는 감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도록 요구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내 군대 주둔을 반대하는 전 이스라엘 군인이 모여 설립된 비영리 단체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Breaking the Silence)는 일주일 동안 촬영한 팔레스타인인 사진 수를 기준으로 부대마다 다른 포상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이스라엘 군대와 테크 부문 간의 관련성 조사 결과를 담은 서적 『팔레스타인 연구소(The Palestine Laboratory)』의 저자 안토니 로웬스타인(Antony Loewenstein)은 “이스라엘 감시 소프트웨어로 수집한 데이터는 서안지구 거주자 개인의 취업 허가 권한 발급, 서안지구 내 다른 지역 이동, 이스라엘 입국 및 취업, 벤 구리온 공항을 통한 출국 여부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자는 검문소에 다다르면, 안면 인식 카메라가 이미 인식하여 1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이스라엘 군인이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군인은 검문소로 다가오는 팔레스타인인의 신원과 가족 구성원 정보, 거주지, 검문소 접근 전체 이력 등을 볼 수 있다. 아자는 16살일 때 검문소에서 칼을 소지했다고 의심받아 체포된 적이 있다. 당시 아자는 칼 소지 혐의를 부인했으며, 뒤늦게 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자는 매번 검문소로 갈 때마다 칼 소지 혐의로 억울하게 체포된 기록도 공개된다고 전했다. 언제든지 이스라엘 군인의 부당한 의심 대상이 되어 최대 3시간 동안 억류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자는 몇 년 전부터 검문소에 들어가기 전 미리 속옷을 벗고는 여러 차례 이어지는 장시간 수색을 피하려 한다고 밝혔다. 아자는 “프라이버시 침해 행위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스라엘 관료는 감시 기술 배포가 마찰 없는 점유에 도움이 되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군대 간 접촉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감시 기술을 사용하면, 이스라엘 군인이 검문소를 통과하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의 신체를 손으로 직접 수색하는 대신 의심스러운 기록이 있는 이들만 수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보를 얻기 위한 야간 급습을 하지 않고 드론을 띄워 특별 감시 대상이 된 이들만 감시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팔레스타인인 감시 관련 의견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의 핵심 감시 기술 다수는 서안지구에서 감시와 개발이 이루어진다. 이스라엘 군대는 민간 테크 기업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군사 훈련을 받은 엔지니어가 민간 기업의 최신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해당 엔지니어는 전역 이후 민간 부문의 입사 제의를 받는다.

로웬스타인은 “군대와 민간 테크 부문의 협력은 이스라엘 군사 부문의 핵심이자 50년 넘게 잔혹 행위를 하면서 팔레스타인 영토 점유 유지와 관리를 할 수 있었던 점을 보여줄 수 있었던 요소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감시 기술을 동원한 잔혹 행위로 전 세계를 향해 억압 행위를 평면도와 같은 모습으로 보여준다.

2023년 10월 7일(현지 시각), 전쟁 발발 이후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삶의 제한 수준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되었다.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일부 팔레스타인인은 현재 주 3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텔루미에다 지역에 통금 시간이 적용된 것은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반란군의 급습 공격도 급격히 증가했다. 게다가 예비군 요청에 따라 길거리에 배치된 이스라엘 군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거주자는 이스라엘 예비군 의상을 착용하면서 헤브론 내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거주민 분리가 모호해졌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UN OCHA)은 헤브론을 포함한 서안지구 일대에서 이스라엘 군대나 정착민이 팔레스타인인 최소 121명을 살해했다고 추산한다.

신원 보호를 위해 실명 비공개를 요청한 헤브론의 어느 한 의사는 “팔레스타인인은 단순히 숫자로만 대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의사는 헤브론 라말라 병원 교대 근무 이후 휴식 도중 응한 와이어드와의 취재 도중 자신은 가끔 헤브론을 오가지만, 부모님과 형제, 자매 모두 헤브론에 계속 거주한다고 전했다. 의사는 보통 주말마다 헤브론에 거주하는 가족을 방문하지만, 지난 몇 주간 헤브론 전역의 검문소가 폐쇄된 탓에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10월 7일 이후에는 이스라엘 군대가 발사한 총에 맞은 팔레스타인인 환자 두 명을 치료했다. 이후 응급실에 실려 온 팔레스타인인 환자 세 명도 담당했으나 사망했다. 의사는 “의료진 모두 비극을 접한다”라고 말했다.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살인 사건 조사와 문서 기록 작업은 전쟁 이후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보통 서안지구의 주요 인권 단체 중 한 곳인 알하크(Al-Haq)를 포함한 일부 비영리 단체가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살인 실태를 조사했으나 검문소 폐쇄와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 우려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알하크 법률 연구원 타신 엘라얀(Tahseen Elayyan)은 라말라 구시가지 내 알하크의 작은 사무실 내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10월 7일 이후 현장 연구원은 전쟁과 폭력 상황 때문에 피해자나 목격자와 직접 만날 수 없었다. 연구원은 서안지구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전쟁 전에도 완벽히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에는 연구원의 이동 제한이 더 심해졌다. 게다가 정착민의 공격 때문에 서안지구에서 이동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모두 서안지구 내 살인 사건 발생 소식을 알고 있지만,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2021년 10월, 이스라엘 정부가 알하크를 포함한 여러 인권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하여 논란이 되었다. 몇 주가 지난 시점에 비영리 단체 프론트라인 디펜더스(Front Line Defenders)가 이스라엘 정부의 테러 조직 분류 대상이 된 단체 중 6곳에 소속된 인권 운동가의 기기가 페가수스(Pegasus) 스파이웨어에 해킹되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엘라얀은 “이스라엘 정부는 각종 감시 기술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인권 단체의 작업을 통제한다”라고 전했다.

감시 기술의 효과와 관련된 질문은 우려와 희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스라엘 안보국은 가자지구 전역에 다양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당했다. 국책 연구소인 이스라엘 민주 연구소(Israel Democracy Institute) 소속 수석 펠로인 테힐라 슈와츠 알츠슐러(Tehilla Shwartz Altshuler)는 “이스라엘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을 논의하면서 감시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과 민주주의 저하 수준을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안면 인식 기술을 원하는 대상과 안면 인식 기술이 제공한 도움을 질문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인 출신인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 옹호 책임자 오리 기바티(Ori Givati)는 현재 감시 프로그램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스라엘은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인 이스라엘 안보와 이스라엘이 점유하는 영토 확장을 구분해야 한다. 안보와 점유하는 영토 확장은 차이점이 크다. 이스라엘의 점유 영토를 넓힌다고 해서 이스라엘의 안보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감시 시스템 사용 수준을 늘린다고 해서 이스라엘의 안보 수준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감시 기술은 효과가 없으므로 팔레스타인인 감시 목적의 기술 사용을 용납할 수 없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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