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EL KHALILI, WIRED US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것을 가장 간단한 법률 조언으로 건넬 수 있다. 최근, 사기 혐의로 법정에 선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립자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는 침묵을 지키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뱅크먼 프리드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직면하게 된 것은 그의 증언 때문이 아니다. 바로 뱅크먼 프리드가 2022년 말, FTX 파산 이후 한 달간 여러 언론을 돌아다니면서 한 인터뷰가 뱅크먼 프리드의 운명을 좌우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FTX 파산과 관련된 사기 혐의 7건으로 기소되어 법정에 섰다. FTX는 사용자가 총합 수십억 달러 상당의 예치 자산을 인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파산했다. 미국 법무부는 뱅크먼 프리드가 FTX의 자매시안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에 고객 자산 일부를 건네고, 고위험 상품 투자, 부채 상환, 개인 대출, 정치 기부금, 벤처 투자 등 다양한 목적으로 고객 자산을 이용한 탓에 FTX 고객 자산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FTX 파산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돌아보았다. 뱅크먼 프리드는 법원에 출석하여 자신의 변호인단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 스스로 훌륭한 의도로 사업을 운영했으나 과도한 업무를 처리한 기업가라고 설명했다. 위험 자산을 관리하면서 큰돈을 잃는 결과로 이어진 실수를 범한 점은 인정했으나 누군가에게 사기 행위를 벌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 간의 관계 측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모든 가능성을 두고 논리적인 사업 설명을 펼쳤다.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는 은행 계좌와 특별 거래 특권, 수십억 달러의 대출금 등을 공유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사업 행위가 모두 정직하게 이루어졌음을 암시했다.

검사 출신인 컬럼비아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대니얼 리치맨(Daniel Richman)은 뱅크먼 프리드의 주장이 최대한 방어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평가였다. 목격자 증언 협력 수준 때문에 뱅크먼 프리드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기본적으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뱅크먼 프리드의 방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주된 이유는 뱅크먼 프리드가 체포 전 여러 언론사를 돌아다니며 진행한 인터뷰가 검찰에 뱅크먼 프리드의 유죄 판결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증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뱅크먼 프리드가 직접 증언한다는 결정은 매우 큰 단점과 함께 위험성이 있는 전략이었다. 뱅크먼 프리드는 증언으로 직접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설명할 기회를 얻었으나 검찰의 심문을 받게 되었다. 뱅크먼 프리드가 직접 위증한 뒤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더 강력한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이자 법무법인 위긴 앤 다나(Wiggin and Dana) 파트너인 폴 터치만(Paul Tuchmann) 변호사는 사기 의도 의혹이 쌓이면서 뱅크먼 프리드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이 증언이었다고 말한다. 터치만 변호사는 “최측근 인사가 불리한 증언을 했을 때는 변호인단에게 증언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로 스스로 방어하기 매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뱅크먼 프리드의 변호인단은 직접 심문 시 뱅크먼 프리드의 증언에 기뻐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뱅크먼 프리드의 증언 목적은 다른 관점에서 제기한 사건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뱅크먼 프리드는 직접 증언하면서 방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한 배심원단의 공감을 호소할 기회를 얻었다.

특히, 뱅크먼 프리드는 FTX 엔지니어링 책임자 니샤드 싱(Nishad Singh)과 바하마 펜트하우스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포함하여 측근 인사의 증언에서 설명된 사건을 자신의 관점에서 기록한 내용을 제시할 수 있었다. 항변과 함께 법무부 기소 사건 협조에 동의한 싱은 뱅크먼 프리드가 FTX의 사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사치 문제와 관련하여 뱅크먼 프리드는 “싱과 인물은 기업 결정에 의심의 씨앗을 뿌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뱅크먼 프리드는 불안감과 망설임이 심한 싱에게 실망하여 FTX의 자금 지출 이유를 분명하면서 합리적으로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검찰의 교호신문에서 뱅크먼 프리드는 답을 회피하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자주 했다. FTX의 파산으로 이어진 사건이나 이후의 공식 발언 원인을 묻자 뱅크먼 프리드는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교호신문 도중 검사가 FTX의 위험 관리 과정을 여러 차례 설명한 때를 기억하는 지 묻자 뱅크먼 프리드는 4차례 연속으로 “아니다. 하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라는 방어 반응을 보였다. 혹은 “내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는 답변도 자주 했다. 대다수 상황에서 검사는 뱅크먼 프리드에게 메시지 기록, FTX문서, 인터뷰 발췌문, 팟캐스트 출연 기록 등 각종 증거로 맞서면서 뱅크먼 프리드가 기억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뱅크먼 프리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할 때마다 검사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는 일이 반복됐다.

루이스 카플란(Lewis Kaplan) 판사는 증언 도중 뱅크먼 프리드가 간혹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전직 검사이자 법무법인 팔라스 파트너스(Pallas Partners)의 조슈아 나프탈리스(Joshua Naftalis) 변호사는 뱅크먼 프리드의 증언 상황을 두고 “교호신문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배심원단이 다시 논의할 사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에게는 전혀 나쁜 소식이 아니다. 나프탈리스 변호사는 “법무부가 뱅크먼 프리드를 가혹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뱅크먼 프리드는 배심원단 앞에서 특정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뱅크먼 프리드 스스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뱅크먼 프리드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뱅크먼 프리드를 신뢰할 수 없는 인물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법무부를 사실을 정직하게 전달하는 중개 기관으로 보이도록 설계한 기계적인 관행으로 계속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답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뱅크먼 프리드에게 치명적일 것이다. 뱅크먼 프리드 측 변호인단의 질문을 포함하여 법원에서 받은 여러 질문에 보인 반응 중 신뢰할 만한 반응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리치맨 교수는 평결 전부터 피고가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다시 설명하려 했으나 배심원단이 실제로 불리한 상황을 잊은 듯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유리한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뱅크먼 프리드는 재판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스스로 궁지로 몰아넣는 일을 한 탓에 법원에서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12월, 뱅크먼 프리드는 체포될 시점에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에 참석했다. 여러 팟캐스트에도 출연하고, 트위터에 끊임없이 글을 게재했다. 게다가 개인 섭스택(Substack) 운영도 시작했다. 미 의회에 서면으로 증언 내용을 제출했다. 대부분 재판 도중 증거로 등장했다. 터치만 변호사는 뱅크먼 프리드가 공개적으로 여러 발언을 하여 검사는 다양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던 사례는 거의 독보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2023년 11월 3일(현지 시각),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뱅크먼 프리드의 7가지 혐의를 두고 유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프탈리스 변호사는 법원 중앙에 서서 뱅크먼 프리드의 선의와 검사가 무기화한 증거를 방어 수단으로 이용하여 뱅크먼 프리드가 보인 일관성이 없는 태도를 지적했다.

터치만 변호사는 “뱅크먼 프리드가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증언 결정이 아니라 체포 전 여러 차례 공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뱅크먼 프리드는 검사가 훨씬 더 유리하게 소송을 진행하도록 했다. 자기 무덤을 팠다”라고 덧붙였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am Bankman-Fried Sealed His Fate Long Before the FTX T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