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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스페인 독감, 젊고 건강한 시민 사망 원인”...역사 기록과 다른 유골 분석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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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스페인 독감, 젊고 건강한 시민 사망 원인”...역사 기록과 다른 유골 분석 결과 발표
미국 클리블랜드의 어느 한 박물관에서 진행된 유골 연구 결과로 1918년 스페인 독감 확산 상황의 새로운 측면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앞으로 다가올 대유행병을 새로이 생각할 방식도 제시했다.
By MARYN MCKENNA, WIRED US

세계 강대국이 무기 협정에 공식 합의하기 2주 전이었던 1차 세계대전의 가장 마지막 위기 당시 어느 한 의사가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의사는 프랑스 전투 현장 출격에 나설 배에 탈 준비를 하는 군인 4만 5,000명이 밀집한 보스턴 서부 지역에 있는 미군 데벤스 기지(Camp Devens)에 있었다. 빠른 속도로 치명적인 폐렴이 군사 기지에 침투하여 당시 편지를 보낸 의사가 담당하던 병상은 중증 환자로 가득했다.

의사는 어느 한 동료에게 “질병 증상을 보인 군인은 병동 입원 두 시간 만에 광대뼈에 적갈색 흉터가 생겼다. 그리고 몇 시간 더 지났을 때는 귀에서 얼굴 전체로 확산된 청색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병동에 실려 온 군인은 단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단순한 호흡 곤란이었다. 끔찍하다”라고 전했다.

당시 군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아는 이는 없었다. 데벤스 기지에서는 하루 사이에 100명이 사망했으며, 마지막 군부대가 해산한 1919년까지 사망자 수는 5만 7,000명을 넘겼다. 많은 군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이 미군 소집 초기 유럽으로 떠나기 1년 전 캔자스에서 대규모 발병 사례가 발견되기 시작한 가벼운 독감이 급격히 퍼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캔자스에서 시작된 독감은 전 세계를 휩쓴 2차 대유행병이 되었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세계대전 당시 언론 검열이 없었던 언론에서 보도하여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대유행병의 사망자 수는 최소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전 세계 사망자 수보다 몇 배 더 많은 수치이다. 사망자가 계속 발생한 가운데, 데벤스 기지의 스페인 독감 확산은 항상 주목할 만한 전염병 확산 사례로 언급된다. 단순히 기지 내 전염병 확산 상황에 담긴 질병의 치명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이 설명한 피해자 때문이기도 하다. 의료계에서는 전염병이 갑자기 대거 발병하기 시작하면, 노인과 어린이가 사망할 확률이 높다. 나이와 사망자 수 통계를 종합하면, 전염병 사망자 수는 U자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사망자 통계는 W 형태로 나타낼 수 있었다. 당시 사망자 중 젊고 건강한 20~40세 성인이 가장 많았다. 데벤스 군사 기지에 소집된 이들도 이에 해당한다.

이후 1918년 스페인 독감 확산은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는 독특한 질병으로, 건강 상태를 떠나 남녀노소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데다가 면역 체계가 가장 강력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제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유골 분석 결과, 스페인 독감이 건강을 떠나 남녀노소 사망에 이르게 한 무시무시한 질병이라는 설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유골은 다른 전염병이나 영양부족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근본적인 취약함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유골 연구 결과는 1918년 역사와 인간이 앞으로 다가올 대유행병에 대비할 방법을 새로 쓸 수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인구학자 겸 전염병학자인 앤드류 노이머(Andrew Noymer)는 “스페인 독감 사망자 유골 연구 결과는 대유행병이 독자적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것이라는 일반적인 결과를 제시한다. 대유행병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퍼진다. 대유행병 확산 초기에 감염을 막을 운이 좋지 않았던 이들은 질병 확산 말기에도 운이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이머 박사는 스페인 독감 사망자 유골 연구와는 관련이 없지만, 결핵과 1918년 스페인 독감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적이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생물인류학자 아만다 위슬러(Amanda Wissler) 교수와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생물인류학자 샤론 데위트(Sharon DeWitte) 교수는 클리블랜드 자연사 박물관(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보관된 스페인 독감 사망자 유골 3,000여 구를 연구한 뒤 분석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했다. 하만-토드 인골관(Hamann-Todd Human Osteological Collection)이라고 알려진 곳에 모인 유골은 1910년부터 1938년까지 사망했으나 시신 수습을 할 유가족이 없었던 이들의 시신을 모은 곳이다. 사망 당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이거나 지역 노역소 근로자였기 때문에 시신은 신원과 이름, 나이, 성별 이외에도 민족, 사망 원인 등 부검으로 확인한 여러 데이터를 보관한 상태였다. 2006년, 박물관 측은 하만-토드 인골관이 전 세계 유골 보관 장소 중 데이터가 가장 많고, 유골을 최대 규모로 보관한 곳이라고 밝혔다.

연구 대상이 된 유골 3,000구 중 81구는 1918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스페인 독감이 클리블랜드에 창궐했을 당시 사망한 이들의 유골이다. 연구팀은 스페인 독감 이전 사망한 288명의 유골을 통제집단으로 두고, 스페인 독감 사망자가 건강한 스트레스를 겪었음을 입증하고자 연구했다. 연구팀은 정강이뼈 표면에 있는 치유되지 않은 병변을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스트레스 지표로 택했다. 병변은 뼈가 재구성되는 정상적인 과정이자 평상에 걸쳐 발생하면서 후유증이나 영양실조, 만성 질환 때문에 이상이 생긴다. 그러나 독감은 뼈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사라지므로 병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역사 기록이 정확하다면, 독감 사망자의 유골은 스페인 독감 이전 사망자 유골과 비교했을 때 병약한 이들보다는 건강한 이들의 유골이 더 많아야 한다. 혹은 젊고 건강한 이들 중 실제보다 스페인 독감 감염자가 더 많았다는 방향으로 기억이 왜곡되어 대거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은 것이라면, 건강한 이와 병약한 이의 유골 수가 같아야 한다. 그러나 클리블랜드에 스페인 독감이 퍼진 7개월간 사망한 이들의 유골을 분석한 결과, 특히 건강이 약한 인구 집단의 스페인 독감 사망률이 다른 인구 집단보다 2.7배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한 이가 스페인 독감에 감염돼 사망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유골 연구 작업 중 까다로운 부분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이 건강한 이와 병약한 이, 청년, 노인 등 모든 인구 집단의 사망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묘지에서 흑사병의 선별적 사망 연구를 한 적이 있는 데위트 교수는 “스페인 독감 사망자 다수에게서 발견된 실제로 이전 대유행병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 요인의 다양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건강이 약한 이들이 훨씬 더 많이 사망한 것은 맞다. 그러나 새로운 병원체가 수많은 사망자를 낳았던 탓에 스페인 독감 이전보다 건강한 이의 사망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클리블랜드에 보관된 스페인 독감 사망자 유골을 연구한 기회는 매우 드문 사례이다.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유골을 찾은 유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박물관에서 보관하는 사망자 유골은 생전에 빈곤층이었거나 사회적 연결이 단절된 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1918년 상황을 고려하면, 다른 가족이 먼저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도시 거주자라는 점에서 대도시에 거주할 기회를 얻은 소수 집단일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건강이 더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차별을 겪었을 가능성도 있다.

각종 경고 사항을 저하하지 않고 강화하더라도 연구의 핵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바로 1918년 스페인 독감 사망자 통계는 청년층보다 노년층 사망률이 더 높은 데다가 취약 계층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은 다른 대유행병과는 차이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뉴펀들랜드의 1918년 스페인 독감 여파를 연구한 적이 있는 알래스카앵커리지대학교 국립 과학 재단 소속 박사후 연구원 테일러 반 도렌(Taylor van Doren)은 “생애 초기에 결핵이나 독감, 홍역 등 전염병을 앓는다면, 체내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지방을 충분히 얻지 못한다. 그리고 20~30세가 되면, 1918년 확산된 스페인 독감과 같이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 생애 초기의 건강이 근본적인 건강 상태나 질병 취약성을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독감 사망자 유골 연구와 관련이 없는 다수 연구원은 유골 연구 결과를 통해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흑사병 발병 역사부터 거슬러 올라가 가장 최근 발생한 대유행병인 코로나19 확산 상황까지 살펴보면, 빈곤층과 사회적 힘이 없는 집단, 제대로 된 지원을 하도록 설립되지 않은 지역 당국 체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질병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페인 독감 사망자 유골 연구 결과는 추후 발생할 대유행병의 가장 유력한 환자를 보호하려면, 환자 집단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조건 변화가 필요하다.

유타대학교 생물 및 의학 역사학자 겸 부교수인 메이슨 덴팅어(Mason Dentinger)는 “대유행병이 확산될 때는 항상 부유층도 빈곤층만큼 질병에 취약하다는 평등함을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 대유행병 확산 상황을 돌아보면, 사실이 아니다. 대유행병이 확산할 때마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이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지나친 영향을 미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역사에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이전의 대유행병과 달랐으며, 사망자 수가 많았던 데다가 감염을 막을 방법이 없었던 질병으로 기록되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유골 연구 결과는 스페인 독감이 다른 질병과 다르면서 건강한 청년층이 대거 사망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유골 연구 결과, 건강한 인구 집단은 사회 전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또한, 전염병 발병 사이에 공중 보건 체계가 앞으로 다가올 치명적인 대유행병에 맞설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도 입증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History Says the 1918 Flu Killed the Young and Healthy. These Bones Say Other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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