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가자지구 기자, ‘라디오·발전기’에 의존해 전쟁 전개 소식 접한다
상태바
가자지구 기자, ‘라디오·발전기’에 의존해 전쟁 전개 소식 접한다
폭탄 공격과 대규모 정전이 이어지자 많은 기자가 큰 위험성을 감수하고 임시방편에 의존하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의 증거를 제공하고자 한다.
By TOM BENNETT, WIRED US

폭탄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는 19시간 연속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여러 소식을 전달하는 언론 기관인 화이트 미디어(White Media) 관리자 겸 기자인 와지 아부 자리페(Wajeeh Abu Zarifeh)는 전쟁 발발 후 하룻밤은 집 안에 머무르면서 전쟁 뉴스를 찾고 15명으로 구성된 화이트 미디어 기자단의 보도 내용을 비밀리에 모으고자 했다. 2023년 10월 23일(현지 시각), 자리페가 알 웨흐다에 있는 화이트 미디어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건물 자체가 폭격으로 무너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건물 철근 지지대가 측면에서 튀어나와 폭격 충격으로 휘어진 상태였다. 도로 전체에는 건물 잔해가 흩어진 채로 먼지를 날렸다. 사무실 서류 더미가 땅 위에 흩어졌다.

자리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방탄조끼, 음향 시스템, 인터넷, 노트북, 컴퓨터 등 가진 것을 모두 순식간에 잃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폭격 피해가 발생한 곳 어디에선가는 한 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화이트 미디어 직원 중 폭격 당시 사무실 건물에 있었던 이는 없었다. 당시 사무실에는 카메라 장비도 없었다.

언론인 보호 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2023년 10월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면서 사망한 기자가 최소 24명이라고 발표했다. 언론인 보호 위원회는 이번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시작되면서 사망한 기자가 2001년 가자지구 전쟁 당시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전쟁 발발 이후 사망자 수가 5,000명을 넘었다. 각종 서비스 붕괴와 다수 인도주의 지원 부문은 곧 재앙이 들이닥칠 것을 우려한다. 언론인이 필요한 가장 긴급한 순간이다. 가자지구에 들어온 외국 기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현지 기자가 전쟁 상황을 보도해야 할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기자는 전기와 인터넷 접속 차단, 식수 부족, 끝없는 사망 우려라는 악재 속에서 전쟁 상황을 파악하고 보도해야 한다. 현지 기자 중 고향으로 피신한 이들이 많다. 가족을 잃은 이들도 많다. 간혹 전쟁 상황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기자 다수는 각종 압박 속에서도 전쟁 상황 보도라는 업무를 충실히 이어가면서 온라인 접속 및 뉴스 보도 방식을 찾는다.

가자지구에 55년간 거주하면서 30년간 가자지구 충돌 소식을 보도한 언론인인 자리페는 화이트 미디어 사무실이 폭격으로 무너졌다고 해서 현장 보도를 멈추지 않는다.

화이트 미디어 기자단은 건물 폭격 후 첫날 건물 재정비 작업에 나섰다. 핵심 자원은 전력이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력 공급망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이트 미디어 기자단은 기지를 발휘하여 태양열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발전기를 찾아 나서면서 충전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휴대용 배터리 전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제 화이트 미디어 기자단은 25마일에 이르는 가자지구 땅 곳곳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취재하고, 발전기 연료를 절약한다.

화이트 미디어는 가자지구 노스 리말 지역에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하고, 중심 지역을 옮겼다. 이틀 뒤 건물 옆에서 폭발 공격이 발생했다. 새로운 사무실 창문도 폭격 여파로 깨졌다. 창문이 깨졌으나 새로운 사무실을 떠나지 않았다. 자리페는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전쟁 때문에 가자지구 대다수 지역이 무너졌다. 신규 사무실은 시파병원과 가깝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기자가 병원과 그 주변 지역을 임시 사무실로 활용한다. 병원은 다른 곳보다 공격 표적이 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남부 도시인 칸유니스 지역의 나세르병원에는 150명이 넘는 기자가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중에는 와지 아부 자리페의 아들인 사메드(Samed)도 있다. 사메드는 “하루 내내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충전하면서 불안정한 인터넷에 접속하고, 병원과 계속 증가하는 병원 내 사망자의 이야기를 보도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병원이 제공하는 보호 능력을 활용한다는 생각은 전쟁 소식 보도라는 위험성과 전쟁 현장을 계속 밀착 취재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 한 가지 사건이 발생한 뒤 의문 제기 대상이 되었다. 현지 시각 10월 17일 저녁 7시께 가자지구 시내에 있는 알아흘리 침례병원에 거대한 폭격 피해가 발생했다. 초기 보도 내용은 끔찍했다. 폭격 이후 추산된 사망자는 수백 명이었다. 자리페의 첫 번째 업무는 동료의 안전 확인이었다. 두 번째 업무는 동료 중 누군가를 알아흘리 침례병원으로 보내 폭격 소식을 보도하는 것이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자리페를 비롯한 현지 언론인이 서둘러 병원 폭격 현장을 취재하자 SNS에는 대립되는 주장이 쏟아졌다. 오픈소스 정보 애널리스트는 여러 뉴스 채널과 감시 카메라에 담긴 폭격 영상을 모으고, 병원의 3D 그래픽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군사 무기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폭발음을 분석했다. 탐사 보도 언론 기관인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 벨링캣(Bellingcat) 등 여러 기관의 연구팀이 확실하지 않지만, 발견한 정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투하한 폭탄이 폭격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반대로 가자지구 내 잘못 발사된 로켓이 폭발 원인이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었다. 폭격 직후 이스라엘 국방부는 하마스 대원 두 명이 병원을 강타한 잘못된 로켓을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은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영국 방송사인 채널4 뉴스는 현지 독립 언론인 두 명을 두고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한 음성 파일을 분석했다. 그리고 “음성 파일 속 인물의 언어와 억양, 방언, 구문, 어조 모두 하마스 대원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채널 4는 이스라엘 국방부의 음성 파일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인권 탄압 사례 조사를 돕는 포렌식 아키텍트 프란세스코 세브레곤디(Francesco Sebregondi)는 “거짓 정보와 불확실한 각종 전쟁 전략은 지난 몇 년간 이스라엘 군대가 채택한 무기의 일부분이었다. 특히, 팔레스타인, 유독 가자지구를 대상으로 군사 행동을 펼칠 때 이스라엘이 택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세브레곤디는 이스라엘의 이전 사건 대응을 비판한 기관인 포렌식 아키텍처의 연구 펠로이기도 하다.

SNS에서는 플레스티아 아라콰드(Plestia Alaqad), 비산 오웨다(Bisan Owda), 모타즈 아자이자(Motaz Azaiza)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기자 여러 명이 전쟁 발발 직후 팔로워 수백만 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두려움을 떨치고 전쟁 상황을 보도하여 호평받기도 했으나 보도 목적이 의문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라콰드 기자가 영상 속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로 장식된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자 온라인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어느 한 X(구 트위터) 사용자는 아라콰드 기자의 게시글 댓글의 일반적인 논쟁에 “아라콰드는 기자가 아니다. 하마스다”라는 글을 남겼다.

워싱턴 DC 국책연구소 아랍 센터(Arab Center) 부소장 타마라 카루브(Tamara Kharroub)는 “팔레스타인 언론인과 보도 내용의 신뢰성을 저하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발견되었다. 팔레스타인인 기자가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중상모략과 거짓 비난은 편견에 따른 것이다. 이는 SNS 플랫폼에서 팔레스타인인 기자가 온라인 괴롭힘과 위협 대상이 되는 추가 요소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인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나 심지어 테러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기자를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다. 다수 언론계 종사자는 비판 위험 속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2021년 5월, 이스라엘 국방부의 공격으로 AP통신 가자지구 사무실이 무너졌을 당시 사무실에 있던 직원은 미사일 공습 한 시간 전 대피령을 전달받았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하마스 무장 정파도 AP통신 사무실 건물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2022년 5월, 알자지라 기자 시린 아부 아크레(Shireen Abu Akleh)는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군사 습격 소식을 보도한 뒤 치명적인 총상을 입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몇 달간 아크레 기자를 공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뒤늦게 이스라엘 군대가 아크레 기자에게 총을 겨누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2023년 10월 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 서부 지역인 리말 지역 내 언론사 사무실 여러 곳이 있는 구역을 공격하자 사이드 알 타윌(Saeed Al-Taweel) 기자와 모하메드 소보(Mohammed Sobboh) 기자가 사망했다.

언론인 보호 위원회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셰리프 만수르(Sherif Mansour)는 “이스라엘 전투기 공습 당시 사망한 이들 중 다수는 팔레스타인 현지 프리랜서 기자와 사진작가이다. 대부분 안전 자원과 지원할 뉴스 기관, 이제는 인터넷과 전기가 끊긴 탓에 외부 세계와 접속할 수단도 없는 이들이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기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 상황을 보도한다는 사명과 생명 유지 사이에서 전쟁 전과 같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가자지구 남부지역에서 근무하는 기자 아말 헬레스(Amal Helles)에게는 기자 업무와 자녀 양육이라는 역할 간 균형 유지가 가장 큰 문제이다. 헬레스 기자는 “아이들을 집에 두고 출근할 때 아이들을 한 번 안아주고 따뜻한 손길을 건네면서 폭격 위험 속에서 떠는 아이들을 달래야 한다”라고 전했다. 간혹 밤새 집을 떠나 다른 소식을 계속 보도해야 할 때도 있다.

가족, 동료와 연락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는 상황이다. 인터넷 접속 차단이 너무 흔한 일이 된 탓에 많은 기자가 종종 기사 보도와 대부분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병원 사이를 오가면서 동료와 소식을 공유한다. 그러나 영상과 사진을 게재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은 마찬가지이다. 매우 분주한 기자 소통 공간은 보통 스마트폰 신호로 연결되지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잦다. 많은 이들이 소식을 보도하려 소형 배터리형 라디오를 들고 다닌다.

자리페 기자는 “인터넷 연결 문제 때문에 소식을 놓치는 일이 많다. 취재거리는 있지만, 제때 보도 내용을 게재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각종 어려움 속에서 많은 기자가 전쟁 상황을 보도하기 위해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헬레스 기자는 “나를 비롯한 많은 기자가 전쟁 상황 보도를 중단한다면, 전 세계에 가자지구의 실제 상황을 알리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이가 있는가? 전쟁이라는 재앙을 누가 보도할 것인가? 전쟁 때문에 발생한 대학살 소식은 누가 전할 것인가? 바로 가자지구 기자의 일이자 의무이다. 가자지구 기자는 부상을 입은 주민을 접하면서 슬픔을 느낀다. 바로 기자의 역할을 계속해야 할 가장 큰 동기이다”라고 말했다.

자리페 기자는 “현장 취재 카메라로 전쟁 현장을 담지 않는다면, 전 세계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지 못할 것이다. 전기와 인터넷 모두 없다면, 임무를 멈추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모두가 전기와 인터넷이 없는 어둠 속에 있는 것을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Reporters in Gaza Turn to Radios and Generators to Keep the News Moving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