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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빈대 위기 진압 위한 다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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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빈대 위기 진압 위한 다툼 속으로
인간이 개와 팀을 이루어 혈액을 흡입하는 빈대 퇴치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중요한 퇴치 전략은 없고, 비용 부담만 매우 크다.
By ANNE POUZARGUES, WIRED UK

크게 눈웃음을 짓는 귀엽고 작은 비글인 왓슨(Watson)을 싫어할 수 있는가? 하지만 필자가 거주하는 도시인 파리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은 왓슨을 보고 겁에 질렸다. 왓슨은 일반 애완견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왓슨은 지난 몇 주간 프랑스 주요 신문사의 1면을 장식한 매우 작은 곤충인 빈대를 찾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2023년 가을, 파리 일대 빈대 출몰이라는 공포는 편집증이 되었다. 영화관과 지하철, 기차 안에서 빈대가 출몰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SNS에서 포화 상태가 되었다. 빈대 발견 훈련견 기업 왓슨디텍트(WatsonDetect) 창립자 샬롯 두콤테(Charlotte Ducomte)는 “최근 들어 빈대가 있을 것을 우려하는 시민의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년간 두콤테와 왓슨은 파리와 외곽 지역 곳곳의 개인 아파트, 사무실 등을 돌아다니며, 빈대 수색 작업에 나섰다. 지난 몇 주간 거주하는 아파트 내 빈대 유무 확인 등을 신청하는 전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전화가 빗발쳤다. 두콤테는 지금 파리는 빈대 공포에 휩싸인 상태라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2023년 들어 빈대가 급격히 증가했다. 프랑스 곤충방제연합회의소(Union Chamber of Insect Control)는 2023년 들어 프랑스 전역에서 곤충 방제 작업을 위해 방문하는 이의 수가 1년 사이에 65%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빈대 출몰 사례가 급증한 부분적인 이유는 날씨이다. 2018년, 국립 빈대연구퇴치 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the Study and Fight Against Bedbugs)를 공동 창립한 곤충학자 장 미쉘 베렝어(Jean-Michel Bérenger)는 열이 빈대의 수명을 연장하는 요인이 되며, 2023년 9월과 10월 파리 날씨가 예년 기온보다 4.5℃ 상승하는 등 유독 더웠다고 설명했다. 베렝어는 “실내 온도가 25~26℃일 때는 빈대가 5일 만에 부화한다. 실내 온도가 정상 온도에 해당하는 20℃ 수준일 때는 빈대가 알에서 부화하는 데 10일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파리에서 빈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은 지난 몇 년간 빈대 개체 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추세도 부분적인 영향을 주었다. 인간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곤충이 널리 퍼지기 쉽기 때문이다. 두콤테는 파리 내 빈대 개체 수는 2002년부터 증가한 데다가 저가 항공기와 에어비앤비의 편리함 덕분에 파리 방문객 수 증가 요인이 되었다고 전했다. 두콤테는 “인간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곳을 이동하므로 병충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라고 언급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왓슨은 필자의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 어느 한 곳에 멈춰 서지 않았다. 필자에게는 다행이었다. 왓슨이 어디엔가 멈춰 서는 행동은 주인에게 빈대 냄새를 맡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빈대는 출몰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보통 하루 동안 가구 틀 안이나 바닥 아래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먹으러 나온다. 빈대 극소수를 효과적으로 감지하는 몇 가지 수단이 존재하지만, 개를 이용한 빈대 감지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파리에서 인기를 얻는 추세이다. 심지어 개의 빈대 감지 정확도가 불규칙하다는 제한된 범위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개를 이용한 빈대 감지 서비스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게다가 개는 빈대 냄새를 맡을 수는 있으나 빈대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빈대 제거 작업은 인간이 해야 한다. 파리 병해충 방제 기업은 빈대 발견과 퇴치 작업이라는 탄탄한 균형을 갖추었다.

그동안 파리 병해충 및 쥐 방제 전문 기업 하이진 프리미엄(Hygiène Premium)의 전체 고객 중 40~50%는 빈대 방제 작업을 요청했다. 하이진 프리미언 부책임자 사샤 크리프(Sacha Krief)는 “이제 고객 10명 중 8명꼴로 빈대 방제 작업을 신청한다. 하이진 프리미엄의 빈대 방제 작업 의뢰 건수는 총 30% 증가했다.

프랑스 국립식품환경산업안전보건청(Anses)은 빈대 퇴치 비용은 평균 890유로(937달러)이며, 파리시의 빈대 방제 비용은 더 비싼 편이라고 발표했다. 파리 도시계획 담당 자문 위원 앙투안 디미에르(Antoine Demière)는 “파리시 빈대 방제 작업 비용은 1,000~2,000유로 혹은 상황에 따라 3,000유로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파리시의 빈대 방제 작업 비용을 부담할 만큼의 은행 잔고를 보유할 수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빈대 방제 작업의 비용 부담이 큰 현실을 고려해, 국가 차원의 인증 기업 등록 작업으로 빈대 방제 작업 요청 고객을 속일 불분명한 기업을 막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수개월간 프랑스 소비자보호원에 빈대 관련 사기 피해 40건이 접수됐다.

빈대 방제 작업 비용 부담에서 사회적 임대 주택 거주자를 보호할 방안이 있다. 2020년, 파리시와 사회적 주택 단체 간 합의 사항 덕분이다. 사회적 주택 거주 가구는 월 임대료 4유로를 추가로 부담하면, 빈대 방제 작업을 받을 수 있다. 파리시에서는 사회적 주택 대상 빈대 방제 작업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디미에르는 “파리시의 최우선 과제는 저소득층 보호이다. 단순히 빈곤층 주민이 빈대 피해를 겪을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 돕는 것이 아니다. 가정 내 빈대 방제 작업 수천 유로를 부담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을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 주택 단체가 민간 병해충 방제 기업을 사회적 가구 지원 협력사로 확보하는 데 최대 몇 주가 걸릴 수 있다. 빈대 퇴치 작업을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병해충 방제 기업은 그동안 빈대 살충용 화학 물질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화학 물질 사용량을 줄인다. 베렝어는 “유럽연합은 살충 목적의 일부 화학 물질 사용을 금지한다. 게다가 가정에 화학 물질을 살포하는 것을 원하는 시민도 줄어드는 추세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빈대는 병해충 저항성이 있다. 베렝어는 “화학 물질을 포함한 살충제를 뿌려도 빈대는 죽지 않고, 다른 아파트로 이동한다. 특히, 전문 방제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프랑스 기업은 이제 기계를 활용한 해결책을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그중 주로 채택하는 세 가지 방법은 스팀과 극저온 기술, 열 총을 이용한 방법이다. 세 가지 방법의 목표는 극고온이나 극저온을 이용해 빈대와 빈대알까지 죽이는 것이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화학 살충제 살포 비용보다 비싸지만, 비교적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베렝어는 “화학 물질을 이용하면, 가정이나 호텔 객실을 2~3주간 비워야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이면 빈대 감지 훈련견을 이용한 감지 작업과 기계를 이용한 해결책을 함께 활용하여 빈대 퇴치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르세유 학교 여러 곳에서 빈대 감지 훈련견과 기계로 빈대 퇴치 작업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디미에르도 파리 학교에서 기계를 활용하여 빈대 살충 작업을 한 사례를 전했다.

그러나 베렝어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했을 때 기계를 사용한 살충 작업을 활용해도 빈대 개체 수가 감소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한다. 다만, 빈대 개체 수가 계속 증가하다가 증가 추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베렝어는 현재 언론에서 빈대 출몰 소식을 주요 소식으로 다루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빈대 출몰 문제를 인지하고, 빈대를 식별하는 시민 수가 증가했다. 따라서 빈대 출몰 문제는 여러 순간보다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빈대 출몰 문제를 많은 시민이 인식함과 동시에 거짓 정보 확산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크리프는 “이제 누구나 빈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많은 시민이 병해충 방제 작업이 실제 작업이라는 점을 잊는다. 카모마일 오일은 빈대 퇴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2023년 가을, 프랑스 정부 기관의 빈대 관련 거짓 정보 확산 문제에 늑장 대응을 했다. 디미에르는 정부의 대응을 “프랑스 행정 기관의 개인주의”라고 설명했다. 디미에르는 프랑스의 관료주의를 밀푀유에 비유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정부 내 각각의 다른 체계가 뭉쳐서 협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빈대 방제 작업 관련 국가 차원의 법률이나 규제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빈대 퇴치 작업을 확립하기 어렵다. 다만, 빈대 퇴치 관련 법안 몇 건이 발의되었다.

프랑스 집주인과 임대인의 주택 보험 가입 의무화를 예시로 언급할 수 있다. 파리 관료는 주택 보험에 빈대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많지 않다. 디미에르는 “주택 보험의 빈대 조항은 의무 가입 대상인 주택 보험료를 몇 유로 인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자택 화재 피해를 겪는 시민은 매우 적지만, 누구나 화재 예방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빈대 출몰 예방도 주택 보험으로 보장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주택 보험 빈대 조항을 추가해도 빈대 확산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빈대 방제 작업 시 거액의 청구 비용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보험으로 빈대 퇴치 작업을 하도록 시민을 설득하면서 빈대 확산 시 비용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방안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파리 시장은 파리 정부와 빈대 퇴치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일부 국회의원과도 관련 문제로 접촉 중이다. 10월 3일(현지 시각) 좌익 성향의 국회의원인 마틸드 파놋(Mathilde Panot) 의원은 의회에 시험관에 담긴 빈대를 들고 출석해 정부가 빈대 위기 대응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했다. 10월 6일(현지 시각), 장관급 회의가 진행되었으나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빈대 위기 관련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 수십만 명이 파리를 방문하게 될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일까지 9개월 남은 가운데, 프랑스가 빈대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룰 시간이 촉박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nside the Race to Crush Paris’ Bedbug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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