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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의사와 수술용 로봇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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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의사와 수술용 로봇 만나보기
걱정할 것 없다. 다음에 만날 외과 전문의가 인간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의대생이 수술용 칼 사용법을 배우듯 전문의도 수술이 한층 더 수월해지도록 설계된 로봇 사용법을 배운다.
By NEHA MUKHERJEE, WIRED US

의대생 알리사 무릴로(Alyssa Murillo)가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수술실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았다. 바로 우뚝 솟은 수술용 로봇이다. 무릴로는 그동안 보았던 것과 같은 수술을 참관하려고 수술실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대신 로봇의 영상 콘솔을 통해 환자 신체 깊은 곳을 보려 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40세 상주 외과 의사인 무릴로는 “매우 놀랐다. 전체 영상을 3D로 볼 수 있다. 다른 초소형 침습성 수술법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무릴로가 말한 로봇은 다빈치 수술 시스템(Da Vinci Surgical System)이다. 의료 장비 기업 인튜이티브(Intuitive)가 개발한 다빈치는 수술용 팔 4개를 장착하고, 높이 8피트에 이르는 수술용 로봇이다. 매우 작은 절개 부위를 통해 수술용 빨대를 수술 부위에 장착한다. 로봇 팔이 카메라와 수술용 빨대를 통해 환자 신체 안과 밖을 드나드는 소형 수술 장비 여러 개를 들고 있는다. 전문의는 콘솔을 이용해 로봇을 크레인 조종 기사처럼 제어한다. 로봇은 의사의 움직임을 모두 반영하여 움직이면서 손목도 제어하도록 한다. 기존 복강경 수술 과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로봇이 직접 수술 도중 움직인다는 잘못된 생각과는 대비된다. 로봇은 전문의가 사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집도의가 콘솔로 로봇 팔을 제어하면, 다른 전문의가 수술 침대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고 장비 설치와 환자 신체 내 장비 삽입, 제거 과정을 담당한다. 수술용 빨대 중 하나로 주입된 카메라는 의사가 콘솔을 볼 때 신체 내부 좌우를 보도록 하고, 선명한 3D 이미지를 생성한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다빈치를 승인한 뒤 수술용 로봇을 받아들이는 일이 그동안 다른 수술법을 사용하던 기존 수술 과정에서 보편적인 대상이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신중한 검증 과정이 있었으나 수술용 로봇 사용 사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했다. 2020년, 미국 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행된 연구 논문은 “수술 로봇 사용 사례는 2012년 기준 1.8%에서 2018년 15.1%로 증가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비뇨기과 수술과 부인과 수술과 같은 일부 수술에서는 수술용 로봇 사용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로봇은 수술실의 모습만 바꾼 것이 아니다. 의대생의 학습 방법도 급속도로 진화하였다. 차세대 외과 의사는 기존 세대의 의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공 학습을 한다.

존스홉킨스대학교 로봇 수술 교육 소장 알리사 코커(Alisa Coker)는 자신을 ‘로봇학 전문의’라고 칭한다. 특히, 탈장 수술과 비만대사 수술, 전장 수술 전문의이다. 코커가 지금까지 진행한 수술 98%는 다빈치를 이용했다.

코커는 “일부 레지던트 강의에는 외과 레지던트 로봇학 강의 이점이 없다. 그러나 지난 6년간 레지던트 사이에서 로봇 학습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술용 로봇을 다루는 법을 강의에 추가할 계획이 있는지 문의했다”라고 말했다.

코커는 레지던트의 요구에 따라 수술용 로봇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제 코커는 인턴 강의에서 로봇 수술학을 접하는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강의 계획을 통해 로봇 수술학을 접하도록 한다. 먼저, 학생은 로봇 수술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게임과 작업을 완수하는 로봇 시뮬레이터를 사용한다. 코커는 앱을 사용해 학생의 시뮬레이터 사용을 추적한다. 또한, 작업을 마친 학생을 확인하고 추가 단계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학생에게는 특별 작업을 준다.

무릴로는 “시뮬레이터는 비디오 게임과 비슷하다”라며, 평생 누구나 접할 만한 비디오 게임이 로봇을 활용한 수술에 이득이 될 가능성을 궁금해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가 이루어진 의문점이기도 하다. 2023년, 로봇 수술 저널(Journal of Robotic Surgery)에 게재된 연구 논문은 “비디오 게임 실행 경험이 기본적인 로봇 수술 능력을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전했다. 특히, 카메라 목표 지점과 에너지 전환, 수직 형태의 절개 부위를 보는 것과 같은 작업을 할 때 유용하다. 반대로 비디오 게임의 일부 기술을 적용할 수 있으나 수술 로봇 제어 시 직접 두 눈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 비디오 게임을 실행하도록 개발된 것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사진=Intuitive]
[사진=Intuitive]

마운트시나이 비뇨기과학부 부연구원 애셔 만델(Asher Mandel)은 “야구 경기를 하는 것으로 축구 경기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가?”라는 말을 했다. 다시 말해, 비디오 게임의 일부 기술이 로봇 수술학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비디오 게임과 로봇 수술학은 매우 다르다는 의미이다.

비디오 게임 실행 방식을 로봇 수술학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나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가장 좋은 방식으로 비디오 게임을 적용하기 위한 포괄적인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무릴로는 비디오 게임 기술을 로봇 수술학에 적용하기 위한 의문점의 해답을 찾기 위한 전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와 인튜이티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연구에서 신규 로봇 사용자와 능숙한 사용자 차별화가 가능한 조처를 확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규 사용자와 전문 사용자를 구분할 방법을 찾은 뒤에는 의대생에게 새로운 강의 과정을 통해 전문 기술을 가르칠 방법을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수술용 로봇 사용법을 다루는 표준화 교과 과정은 하나도 없으나 학생은 일반적으로 시뮬레이터로 실습하면서 수술 10여 건의 보조 의사로 근무한다. 이후 전문의가 참석한 자리에서 콘솔 조작 작업을 하도록 지위가 변경된다. 과거에는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면서 보낸 시간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릴로는 “이제는 시뮬레이터를 조작한 시간이 로봇 수술학 실력을 측정할 최고의 척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로봇을 진짜로 능숙하게 다루도록 가르칠 다른 방법을 모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의는 수술용 로봇 사용의 장단점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무릴로는 “의대생이 콘솔을 보는 것이 주된 역할이 되는 수술용 로봇을 사용할 때는 유튜브 영상과 같은 다른 콘텐츠를 보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라고 지적했다. 비싼 로봇 비용과 시뮬레이터 접근성 문제도 수술용 로봇의 제한점이다.

지금도 로봇 수술학 강의의 교육상 장점이 존재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침습성 최소화 및 로봇 흉부 수술 소장인 요하네스 크라츠(Johannes Kratz)는 “로봇 수술은 이미 교육의 평등성을 향상했다. 의대생이 전문의가 보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첫 번째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수술용 로봇이 없었다면, 의대생은 환자의 관점이나 불필요한 각도에서 인체 내부를 보게 되었을 것이다. 수술용 로봇 콘솔은 학생이 집도의와 같은 관점에서 인체 내부를 보도록 한다.

마운트시나이 비뇨기과 원장 겸 로봇 수술학 연구소 소장인 애슈토쉬 테와리(Ashutosh Tewari)도 크라츠 소장과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수술용 로봇 덕분에 인체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은 더 자세히 학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테와리 원장은 1999년, 담당 교수인 마니 메논(Mani Menon) 교수와 함께 첫 번째 로봇 전립선 절제술에 참여한 뒤 로봇 근치적 전립선 수술 9,000건 이상 마쳤다. 로봇을 활용한 수술은 전문의가 전립선암 치료 시 전립선을 제거하는 인체 침투 수준을 최소화한 수술이다. 테와리 원장은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한 날부터 로봇 수술학을 접했으며, 더 나아가 의대 1학년 학생의 해부학 연구실에도 3D 모델을 적용하고자 한다.

테와리 원장은 “로봇을 넘어선 기술의 문제이다”라며, 수술학 교육 강화 작업 중인 자신의 프로젝트팀을 언급했다. 프로젝트에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하여 수술실에서 자기공명영상(MRI)에 환자 이미지를 중첩하는 방법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의대생이 신체 구조를 확인하도록 돕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오소VR(OssoVR) 등 일부 기업은 의대생이 강의나 실습 시 가상 수술실에 접속하도록 하는 가상현실(VR) 글래스를 개발했다. 가상 수술실에는 실제 환자를 수술할 때 발생하는 것과 달리 큰 위험성이 없다.

로봇 수술학 자체도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인튜이티브가 초기에 출원한 특허가 최근 만료된 가운데, 인튜이티브의 다빈치 이외 새로운 수술 로봇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새로 출시될 로봇은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다.

코커는 “교육 기회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코커는 이미 안전한 환경에서 의대생에게 로봇 수술학을 가르치고자 하지만,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최소 50만 달러, 최대 2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고가의 시뮬레이터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 레지던트 과정 담당 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의대생은 병원에서 장비를 교체한다면, 다른 로봇 시스템을 습득해야 할 수도 있다. 오늘날 의과대 교육이 20년 전과 크게 다른 것처럼 미래 의과대 교육 과정에는 무한한 기술적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코커는 “다음 세대는 전반적으로 기술을 더 능숙하게 다루면서 자랄 것이다. 능숙한 기술 제어 능력 중 일부분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Meet the Next Generation of Doctors—and Their Surgical Rob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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