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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인간의 중독성 물질 흡입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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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인간의 중독성 물질 흡입 견인
극단적인 날씨 때문에 인도 북부 지역 농지 작물이 시들고, 농가 소득 타격으로 이어졌다. 일부 농부는 흉년과 소득 우려를 완화하려 담배와 알코올에 의존한다.
By SANKET JAIN, WIRED UK

인도 농부 카말 소나바네(Kamal Sonavane)는 무연 담배를 한 번 더 씹는다면, 무의식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계속 씹을 것임을 알았다. 인도에 가혹한 폭염이 한창 강타하고, 일자리가 없던 어느 한 무더운 4월, 소나바네는 이미 그날 무연 담배를 다섯 번 씹었다. 소나바네는 “담배 중독자도 자칫하면, 건강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여 폭염일 때는 흡연을 피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나바네가 무연 담배를 씹는 행위는 의식과도 같다. 소나바네는 담뱃잎에 소석회를 추가하고, 입 안에서 함께 씹는다. 소나바네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바도레 마을에 있는 침실 두 개짜리 벽돌 주택에 앉아 “폭염이나 갈수록 쌓이는 스트레스 때문에 무연 담배가 없었다면, 정신적으로 무너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나바네는 소득과 일자리 부재, 폭염을 걱정하면서 또다시 담배에 입을 댔다.

마하라슈트라주의 농사는 기후변화 때문에 더 악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채용되는 일용직 근로자에게도 타격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소나바네가 거주하는 콜하푸르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사회 보건 근로자 수브한기 파틸(Shubhangi Patil)은 “농부 사이에서는 몇 달 단위로 폭염이나 홍수 때문에 농작물을 잃었다는 보고가 이어진다”라고 전했다. 흉년일 때는 소득이 줄어들고, 농민은 생계 문제를 잊고자 중독성 물질에 의존하게 된다. 파틸은 이를 마하라슈트라주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와 흉년에 따른 농가 소득 감소, 농민의 중독성 물질 수요 증가는 인도나 저소득 혹은 중간 소득 근로자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곳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기후 변화 압박에 따라 알코올과 같은 중독성 물질 소비가 증가하여 건강이 해로워지는 문제가 초래할 가능성이 잇따라 보고되었다.

직접 소유한 농지가 없는 60대 농부인 소나바네는 25년째 콜하푸르 농지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했다. 소나바네는 10년 전, 무연 담배를 찾는 일이 없었다. 소나바네는 “이전에는 담배를 싫어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 몇 시간이라도 담배가 없으면, 버틸 수 없다”라고 밝혔다.

소나바네는 2019년부터 마하라슈트라주 서부 지역 날씨 조건이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소나바네는 “지난 3년간 마하라슈트라주에는 홍수 피해가 두 차례 발생했다. 견딜 수 없는 수준의 폭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폭우, 폭풍, 가뭄도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지역 농부의 피해도 극심했다. 마하라슈트라주 농무부는 5년 동안 사탕수수와 양파, 쌀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던 농지 3,600만 헥타르가 손실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많은 농부가 한 달 중 8일 이상 일하기 어려워졌다. 작물 피해가 흔한 일이 된 탓이다.

소나바네는 일거리가 사라진 스트레스를 다룰 자원이 없어, 한 팩당 10루피(0.12달러)인 무연 담배로 불안감을 달래는 해결책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담배, 전자담배와 마찬가지로 무연 담배에도 중추신경계 자극 물질인 니코틴이 포함되었다. 무연 담배 흡연자는 무연 담배를 씹을 때 기분이 좋아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분노와 긴장감, 스트레스 안정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콜하푸르 임상 심리학자 샬마리 란마레 카카데(Shalmali Ranmale Kakade)는 “무연 담배를 씹으면서 분노와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에서 잠깐 벗어난다”라며, 담배와 알코올 등 각종 중독성 물질을 언급했다.

그러나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하고, 흡연량이 많을 때는 니코틴의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진다. 습관성 무연 담배 섭취는 구강암과 식도암, 위암, 방광암 등 각종 암 발병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소나바네는 매일 무연 담배를 씹는 횟수가 고정적일 정도로 담배에 매우 익숙해졌다. 그러나 유독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무연 담배를 평소보다 더 자주 씹는다. 란마레 카카데는 “주류나 담배 등 각종 중독성 물질을 몇 차례 사용한 뒤에는 신경 안정 수단으로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악의 순환 고리가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파틸은 콜하푸르 지역 내 마을 최소 200곳에서 담배와 알코올 등 중독성 물질을 이용하여 기후 스트레스를 달래는 이를 발견했다.

기후 위기는 여러모로 기분 전환을 유도하는 중독성 물질을 찾도록 유도한다. 국제학술지 ‘심리과학 조망(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어느 한 연구 논문은 인간이 기후 변화 자체를 우려할 수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 효과를 걱정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폭염 일수가 증가하는 등 극단적인 날씨 변화는 인간의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중독성 물질로 스스로 심신을 달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확립된 행동 방식을 바꿀 힘도 있다. 이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

기후 변화 여파로 술, 담배 등 중독성 물질 수요가 증가한 것은 인도에서만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2019년과 2020년 사이 호주에서는 토지 총 1,900만 헥타르와 3,000채가 넘는 주택이 불에 타고, 가축 5만 6,000마리가 넘게 죽음을 맞이한 극심한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2023년 초 발표된 어느 한 연구 논문은 16~25세 호주인 746명의 정신건강 진단으로 우울증과 불안감, 스트레스, 적응장애, 중독성 물질 남용, 기후변화 스트레스 및 우려 수준이 훨씬 더 증가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산불 피해에 직접 노출된 적이 없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2023년 4월, 환경관리 저널(Journal of Environment Management)에는 50세 이상 중국 성인의 폭염과 정신건강 악화, 알코올 섭취량 증가 간 관련성을 발견한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 논문은 중국 일부 인구 집단의 사례를 분석한 뒤 극심한 폭염이 알코올 섭취량 증가와 운동 등 긍정적 행동 감소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세계 인구의 중독성 물질 소비량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지금까지 관련 주제로 진행된 연구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한계 때문이다.

기후 위기가 끝난 뒤 악화된 행동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무조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오슬로대학교 심리학 난제 부교수 겸 심리과학 조망 연구 논문 공동 저자인 프란시스 베르군스트(Francis Vergunst)는 “폭풍, 홍수, 산불, 가뭄 등 자연재해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종종 재해 발생 후 수개월간 이어지는 신체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스트레스 모두 악화된다”라고 설명했다.

베르군스트 부교수는 대부분 인간의 새로운 습관이 중독성 물질 사용 장애 진단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중독성 물질 사용 행위는 개인이나 가족, 지역사회에 해롭다.

바라소 토르와트(Balaso Thorwat)는 콜하푸르 지역 코치 마을에 거주 중인 70대 중반 농부이다. 토르와트는 2019년 홍수 피해로 350달러 상당의 야채를 잃고, 2021년에는 총 1,400달러 상당의 사탕수수 4만 kg을 잃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토르와트는 “자연재해 때문에 상실감이 쌓이면서 잠을 잘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토르와트는 종종 기본적인 조언만 하는 인근 공공 진료소 의사에게 진찰받으러 갔다. 토르와트가 의사에게서 받은 조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라는 말뿐이었다. 토르와트는 고민을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 지역에서 사탕수수찌꺼기를 발효하고, 증류하는 방식으로 주조하여 판매하는 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토르와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술을 찾았다. 술을 마신 후에는 적어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토르와트에게 얼마나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지 물어보자 “매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토르와트는 술로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는 무연 담배를 찾는다.

콜하푸르 지역에서 홍수 피해를 겪은 또 다른 마을인 아르준와드 마을의 보건 복지 근로자 순바한기 캄블(Shubhangi Kamble)은 “이제 10대도 술, 담배 등 중독성 물질에 의존한다”라며, 직접 10대가 술, 담배를 찾는 사례를 관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캄블은 직접 관찰한 결과 지난 3년 사이에 술, 담배 의존 문제가 더 심각해졌음을 확인했다. 또, 가뭄과 홍수 피해를 겪은 마을 주민 100여 명과 대화한 뒤 앞으로 기후가 변화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주민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인도에는 10일 중 9일꼴로 기후 관련 재앙이 이어졌다. 2023년 발표된 어느 한 연구 논문은 총 10억 명이 넘는 인도 인구 90%가 폭염 여파에 취약한 것으로 추산했다. 기후 재앙의 여파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지만, 인도는 기후 변화가 원인이 된 중독 문제를 도울 역량이 부족하다. 인도 정부는 2019년도 정부 보고서를 통해 “중독성 물질 사용 장애 치료 국가 프로그램이 매우 부족하다”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인도는 정신건강 전문의도 부족한 편이다. 인도 시골 주민 8억 3,300명당 접근할 수 있는 소구역 병원은 1,224곳, 지역 병원은 764곳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도 인구 100만 명당 정신건강 부문 전문의 수가 단 세 명이며, 심리학자는 한 명 미만이다. 소나바네는 2023년 4월, 폭염 때문에 급성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당시 도움을 청하거나 상담을 받을 곳이 없었다. 와이어드의 인터뷰에 응한 보건 복지 분야 근로자 모두 폭염에 시달린 인도 농부가 제대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고 전했다.

치료와 예방을 위해 기후 변화에 따른 중독성 물질 섭취 인식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또,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문제 규모를 보여줄 정확한 증거도 필요하다. 인도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는 기후 변화와 중독성 물질 간 관련성을 확실히 입증하는 데이터가 없으나 추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베르군스트 부교수는 “극심한 기후 변화 전과 기후 변화 발생 시기, 그리고 이후 중독성 물질 사용 관련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정확한 데이터 조사가 필요하다. 설문조사 데이터를 사용해 폭염, 홍수 등 기후 관련 스트레스에 따른 중독성 물질 사용 패턴을 추적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중독성 물질 섭취 문제는 데이터를 모으려 노력하기 전까지는 문제 보고가 실제보다 적고,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보건 문제로 남을 것이다. 소나바네와 토르와트 모두 알코올, 담배 등 중독성 물질을 과도하게 섭취할 때 건강에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달래고자 하는 스트레스가 건강 문제가 더 심각하다. 소나바네는 “평생 농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여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Climate Crisis Is Driving People to Substance Ab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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