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국제형사재판소, 사이버 범죄 기소 시작
상태바
국제형사재판소, 사이버 범죄 기소 시작
가장 먼저 고려할 사이버 범죄 기소 사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시민의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한 사건이 될 것이다.
By ANDY GREENBERG, WIRED US

지난 몇 년간 일부 사이버 보안 방어 전문가와 옹호 세력은 사이버 전쟁의 제네바 협약과 같은 합의를 체결했다. 새로운 국제법에 따라 전력 그리드, 은행, 병원 등 민간 주요 기반 시설을 해킹한 이들은 확실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수석 검사는 민간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개시한 세력 처벌을 집행하고자 하는 의도를 확실히 밝혔다. 새로이 발표된 사이버 전쟁 제네바 협약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아니다. 대신, 국제형사재판소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와 마찬가지로 기존 국제법을 위반한 해킹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2023년 8월 자로 게재되었으나 큰 주목을 받지 않았던 포린 폴리시 애널리틱스(Foreign Policy Analytics)의 분기별 발표 내용과 마찬가지로 카림 칸(Karim Khan) 국제형사재판소 수석 검사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약속을 했다. 바로 국제형사재판소는 로마규정(Rome Statute) 위반 가능성이 있는 사이버 범죄를 수사한다는 내용이다. 로마규정은 전쟁 범죄, 반인류 범죄, 대학살 등 불법 행위 기소라는 국가 권한을 정의한다.

칸 검사는 “사이버 전쟁은 추상적인 전쟁이 아니다. 인간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다. 의료 시설이나 전력 발전 제어 시스템 등 주요 기반 시설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 취약 계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이버 공격 수사 과정의 한 부분으로 국제형사재판소는 사이버 공격 관련 증거를 수집하여 검토할 것이다”라고 작성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와이어드가 직접 국제형사재판소에 연락했을 때 칸 검사 대변인은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해킹 개시 세력을 기소한다는 발표 내용이 국제형사재판소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변인은 “국제형사재판소는 적절한 상황일 때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일이 전쟁 범죄나 반인류 범죄, 대학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이버 전쟁은 그 규모가 심각할 때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칸 검사의 글이나 칸 검사 사무실의 공식 성명 모두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칸 검사의 해킹 범죄 수사, 기소 의도를 담은 공식 발표 내용은 국제사회가 2022년 초반 전쟁 발발 전후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저지른 사이버 공격에 더 주목하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2022년 3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법과대학 산하 인권 센터(Human Rights Center)는 칸 검사 사무실에 러시아 해커 세력이 우크라이나에 개시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하여 전쟁 범죄 기소를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검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발생한 기존의 물리적 전쟁 증거를 계속 수집했다.

‘제15조(Article 15)’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인권 센터의 요청은 러시아 GRU 군사 정보국 산하 해커 조직인 샌드웜(Sandworm) 등 러시아 조직이 개시한 사이버 공격에 초점을 맞추었다. 2014년 이후 GUR와 샌드웜은 인터넷 역사상 기록된 수준을 넘어서 특히 우크라이나 민간 주요 기반 시설을 주요 공격 표적으로 삼았다. 러시아의 명백한 해킹 범죄는 우크라이나 전기 시설 겨냥과 두 차례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진 대규모 사이버 공격부터 데이터 파괴로 이어진 낫페트야(NotPetya) 멀웨어 공개까지 범위가 다양했다. 낫페트야 멀웨어는 우크라이나에서 세계 여러 국가로 확산돼, 우크라이나와 미국 병원 네트워크 등에서 총 100억 달러가 넘는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인권 센터 연구팀은 초기에 2015년과 2016년, 샌드웜의 우크라이나 전력 그리드 공격을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친 사이버 공격이 기존 전쟁과 비교할 만한 사례로 주목했다. 이후 샌드웜의 낫페트야와 우크라이나 전력 그리드에 피해를 주려는 세 번째 공격 시도와 우크라이나 군대가 사용하는 비아샛(Viasat) 위성 모뎀 네트워크를 겨냥하면서 유럽 전역의 위성 모뎀 장애를 일으킨 사이버 공격 등으로 사이버 공격이 현실 세계에 피해를 준 사례로 주장하는 범위를 넓혔다.

인권센터 기술, 법률 및 정책국장 린제이 프리만(Lindsay Freeman)은 칸 검사가 러시아를 분명히 언급하지 않은 사실은 샌드웜이나 다른 러시아 해커 조직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개시한 전쟁 범죄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프리만 국장은 칸 검사의 공식 발표가 국제법을 위반한 해킹 활동을 국제형사재판소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포괄적인 선언이라고 본다. 프리만 국장은 “칸 국장이 단순히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사이버 공격 피해를 수사한다고 말하지 않고, 모든 해킹 피해 사건을 수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중요하다. 사이버 전쟁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고 보고, 모든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권 센터가 추진한 사이버 전쟁 대응 노력의 범위를 넘어선 시도이며, 매우 중요하면서 강력한 조처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이버 공격을 통해 개시된 러시아 전쟁 범죄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 러시아 해커 기소나 해커 세력의 지시자를 우크라이나 형사 법률 체계에 따라 기소하는 것 이외에도 이제 수사 과정에서 모은 증거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공하여 러시아를 기소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네트워크 해킹과 관련된 샌드웜 해커 6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프리만 국장은 국제형사재판소가 러시아 해커를 기소하는 일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현재 123개국이 로마규정에 협약하고는 전쟁 범죄자 억류와 범죄인 송환을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 스위스, 에콰도르 등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도 포함되었다.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 범위는 키보드를 조작하여 직접 사이버 범죄를 개시한 해커를 넘어서 해커보다 높은 지위에서 명령을 내린 세력으로 확장되었다. 이에, 프리만 국장은 러시아 군대나 블라디미르 푸틴까지 고위급 관료까지 기소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본다.

텍사스대학교 스트라우스 법학대학 국제 안보 및 법률 센터(Strauss Center for International Security and Law) 소장 바비 체스니(Bobby Chesney)는 칸 검사의 공식 발표는 법적 선례 측면에서 국제형사재판소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해킹도 기소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이 새롭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체스니 소장은 “국제법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어도 사이버 공격을 개시하면서 민간에 피해를 줄 의도가 있는 일부 사항을 논의한다고 해서 공격이 성립하면서 법률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 전투 부대가 민간인과 군대를 겨냥한 공격을 구분한다는 로마규정 원칙을 언급했다.

체스니 소장은 칸 검사의 발표 중 거짓 정보를 별도의 영역으로 본 점을 우려하며,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개시되는 법적 기준이 모호한 전략이라는 점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국제법으로 거짓 정보를 기소한 선례와 같이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조장을 조력한 라디오 방송국 기자가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사례를 제시했다. 칸 검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전쟁과 관련이 없는 맥락에서 발생한 해킹을 국제법 위반 사항으로 수사하는 것은 새로운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프리만 국장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자원 제한, 기소 사례를 선택할 재량, 사이버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는 사건 수사 다짐 모두 역사적 순간이라고 본다. 프리만 국장은 “사이버 공간이 전쟁에 동원되는 사례와 칸 검사가 자신의 소관으로 사이버 전쟁 범죄를 다루고 수사 대상이 될 만한 사건을 권력 재량의 우선순위로 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견해를 밝혔다.

칸 검사는 사이버 전쟁 범죄 수사와 기소 위험성이 높다는 점도 분명히 인지했다. 칸 검사는 공식 성명문 마지막 부분에서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것을 우려한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했다. (어쩌면, 잘못 인용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칸 검사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공동의 노력과 그 무엇보다도 법률을 새로운 부분으로 동원하여 정의를 구현한다는 신념과 함께 모두가 인간성이 향상한 세계를 만들어 내도록 확신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국제형사재판소가 역할을 할 것이며, 앞으로 몇 년간 현실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Will Now Prosecute Cyberwar Crimes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