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프리고진의 항공기, 추락 전 마지막 순간
상태바
프리고진의 항공기, 추락 전 마지막 순간
러시아는 자국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타국에서 정확한 소식을 접하기 어렵도록 한다. 그러나 오픈소스 데이터가 프리고진이 탑승한 항공기 추락 사고의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
By MATT BURGESS, WIRED UK

모스크바 현지 시각 8월 23일 오후 5시 30분께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Embraer Legacy 600) 민간 비즈니스 전용기가 이륙했다. 모스크바 인근 공항에서 이륙한 해당 항공기는 흰색 본체와 파란색 꼬리로 제작된 13인승 항공기이자 잔혹한 러시아 용병 부대인 바그너 그룹(Wagner Group)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 46분경 종종 위치 추적 GPS 신호가 차단되는 러시아를 벗어난 뒤 항공기 추적 네트워크 플라이트트레이더24(Flightradar24)의 수신기가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의 신호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34분간 항공기는 고도와 비행 속도, 조종 설정 등 항공기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전송했다.

당시 엠브라에를 레거시 600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듯했다. 고도 2만 8,000피트에서 비행하다가 일시적으로 고도 3만 피트까지 올라갔으며, 비행 속도는 약 513노트였다. 모스크바를 벗어나 러시아 제2 도시인 상트페테부르크를 향해 북서쪽으로 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6시 19분께 항공기가 데이터 전송을 아예 중단하기 약 30초 전 고도가 8,000피트 하락했다. 마지막으로 기록된 고도는 지상 1만 9,725피트이다. 당시 트베리 지역 쿠젠키노 마을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플라이트트레이더24의 데이터 분석 결과, 이후 항공기가 급격히 하강했다.

항공기가 박살나면서 지상으로 추락하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러시아 항공 서비스와 바그너와 관련된 텔레그램 채널, 러시아 국영 언론 모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추락한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러시아 항공청은 추락한 항공기 탑승자 10명 중 프리고진과 바그너 최고 지휘관 드미트리 엇킨(Dmitri Utkin)과 다른 탑승자 세 명을 포함한 바그너 부대 고위급 관료 여러 명도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은 정부 관료가 항공기 추락 사고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항공기 본체를 복구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 6월, 프리고진의 쿠데타 시도에 보복할 의도로 러시아 공군이 항공기를 공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현재 러시아 공군의 공격 의혹을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으며, 사고 당시 상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양의 어느 한 익명의 정보기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이 추락한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배후에 없었던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다수 전문가는 러시아의 엄격한 검열과 선동 광고 영향으로 사고 당시 실제 상황을 검증할 만한 증거는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극적인 추락 사고가 알려진 뒤 공식 정보는 없었으며, 확인되지 않은 가설만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러시아의 정보 통제 수준을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자국 언론을 통제하고, 독립 언론 기관을 금지한다. 또, 러시아 내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과 온라인 서비스를 엄격히 검열한다. SNS에 게재된 사진이나 영상, 항공 정보와 같은 오픈소스 데이터 등 소수 오픈소스 정보가 상황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픈소스 정보기관인 OSINT 소속 연구원이 이미 추락 사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플라이트트레이더24는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의 사고 정보와 더 나아가 항공기 탑승자에게 벌어진 일을 검증할 출처 중 하나이다.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이 데이터 전송을 중단하여 SNS에 게재된 영상 한 편이 항공기가 지상으로 갑자기 추락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OSINT 연구팀은 나무, 금속 철탑 등 영상 속 핵심 지형지물과 기존 위치 사진을 비교하면서 추락 지점이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의 마지막 위치로 알려진 트베리 지역임을 확인했다. 다른 추락 영상에는 프리고진의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의 기존 사진 속 잔해 일부분이 등장했다. (그러나 X(트위터)에 게재된 가짜 영상 한 편은 조회수 약 100만 회를 기록했다.)

인권 탄압 폭로 및 거짓 정보 견제를 위한 오픈소스 연구를 진행하는 비영리단체인 정보 복원 센터(Centre for Information Resilience) 연구원 엘리스 토마스(Elise Thomas)는 플라이트트레이더24 데이터 분석과 플라이트트레이더24 웹사이트에서 확인한 영상이 한 시간 이내로 많은 이들이 사고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만, “결국, 어느 정도 정보 조사를 진행한 뒤 러시아에서 나온 정보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뢰할 수 없는 러시아 정부 기관이나 텔레그램 채널이 최종 정보 확인 출처에 포함될 수 있다. 토마스는 “일부 측면에서 추락 사고 조사의 가장 유력한 결과는 절대적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러시아 이외 다른 곳에서 촬영한 실제 사고 현장 사진을 얻기 쉽지 않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외부에서 러시아 내 상황을 파악하기 더 어려워졌다. 디지털 권리 비영리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 기술 법률 자문위원인 나탈리아 크라피바(Natalia Krapiva)는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통제가 더 엄격해졌다”라며, 러시아 정부가 인터넷 통제와 자국민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검열, 언론 무력화, 독립 언론 기관 보도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법률을 통과시키고, 시행한 점에 주목했다.

언론의 자유 옹호 기관인 국경 없는 기자회 발표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 내 독립 언론 대부분 금지, 차단 대상이 되거나 외국 언론 기관으로 분류되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언론 자유 순위 2023년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지난 몇 년간 러시아 정부 측근의 소속이 된 언론 기관이 생존했다. 혹은 금지된 주제나 표현을 엄격히 자가 검열한 언론이 생존하였다”라고 발표했다. 민주주의와 자유 위협 수준 추적 기관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러시아를 온라인 자유 수준이 최악인 국가로 평가했다.

러시아는 수년간 거짓 정보 유포 작전을 개시하면서 국내외에서 자국 내 대중적인 사건과 관련하여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고진은 가짜 뉴스 세계를 형성하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악명 높은 기관인 인터넷 연구국(Internet Research Agency)을 운영했다. 2018년, 영국으로 건너가 전직 러시아 군사 관료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Sergei Skripal) 부녀를 독극물을 이용하여 살해한 요원 두 명이 살해 이후 러시아 국영 TV에 등장해 세일스버리 성당 관광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료는 2014년, 298명이 사망한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항공기 MH17 추락 관련 주장을 여러 차례 바꾸었다. 모두 탐사 언론 기관 벨링캣이 오픈소스 증거로 밝혀낸 사실이다.

프리고진의 사망과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추락에는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라는 비공식 네트워크도 개입되었다. 러시아 전쟁의 공식 정보 공개를 다루지 않은 군사 블로거는 텔레그램에 등장하여 간혹 수백만 명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달한다. 러시아 정부 내부의 관계를 더 깊이 파헤쳐보면, 군사 블로거의 동맹 관계는 다르지만 대부분 친러 성향임을 알 수 있다. 토마스는 러시아 정보국과 관련, “러시아 군사 블로거 중 일부는 프리고진의 아래에 있던 이들이다. 또, 연방보안서비스(FSB)나 군사정보국(GRU) 등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이들도 있다. 간혹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안보 기관과 관련된 군사 블로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군사 블로거 채널은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추락 원인을 두고 다양한 추측을 제기하며, 프리고진의 사망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모스크바로 행군하려 했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또, 추락 원인을 추정한 언론 보도도 있다. 러시아 독립 뉴스 출처로 널리 알려진 언론 기관 메두자(Meduza)는 텔레그램에 확산된 정보를 통해 항공기에 폭탄이 설치됐을 가능성과 법률 집행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메두자는 두 가지 추측 사항 모두 공식 확인된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인터넷과 언론 자유를 연구한 적이 있는 더블린시티대학교 디지털 미디어 및 사회학 부교수 타냐 로콧(Tanya Lokot)은 “접근 가능한 정보나 접근 불가능한 정보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로콧 교수는 러시아 공식 정보 출처나 텔레그램 채널에 게재된 정보의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탑승자 명단과 같은 특정 정보가 특정 시점에 공개된 이유를 고려해야 한다.

로콧 교수는 정보를 통제하는 세력과 정보 공개 방식, 시점 등 동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더 광범위한 맥락에서 상황을 파악할 자료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로콧 교수는 “러시아 공식 정보 출처가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추락 사고를 설명하는 방식과 사고 여파 모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 정부가 광범위한 전략적 광고 유포 전략과 부합하도록 정보를 통제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은 어떤 상황이든 러시아 정부가 정보를 통제한다는 실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Last Hour of Prigozhin’s Plane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