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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근로자, 기록적인 폭염 퇴치 위해 냉방 조끼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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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근로자, 기록적인 폭염 퇴치 위해 냉방 조끼 착용
얼음을 가득 담거나 선풍기를 장착한 의상이 폭염에 노출된 근로자 사이에서 날이 갈수록 큰 인기를 얻고 있다.
By CHRIS BARANIUK, WIRED UK

벤델 반 펠트(Wendell Van Pelt)가 우려하는 것은 질병 전염 원인이 되는 모기나 전갈도 아니고, 등에 메고 있는 살충제로 가득한 22kg도 아니다. 반 펠트가 우려하는 것은 폭염이다. 2023년 여름, 애리조나주 부촌 지역인 그레이터 스콧츠데일(Greater Scottsdale)에 살충제를 뿌리면서 110℉(약 43.3℃)가 넘는 무더위를 견뎌내야 했다. 병충해 관리 서비스 기업 모스퀴토우 스쿼드(Mosquito Squad) 현장 교육 관리자인 반 펠트는 부드러운 녹색 잔디와 라군처럼 푸른 수영장을 밟고 지나면서 오븐 속에서 생활하는 듯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반 펠트에게는 무더위 속에서 한숨 돌릴 유용한 수단이 있다. 바로 몸을 감싸는 냉방 의류인 얼음을 가득 채운 조끼이다. 반 펠트는 “냉방 조끼에 매우 만족한다”라며, 살충제나 천연 방충제를 가득 채우고 등에 멘 가방이 냉방 효과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반 펠트는 “가방이 차가운 부분을 등과 밀착하도록 누른다. 매우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반 펠트는 열 스트레스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반 펠트는 누구나 폭염의 위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와 최근 여러 차례 기록된 폭염 여파로 세계 각지에서는 온열 질환 위험성 인식이 커지고 있다. 야외 공간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거나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실내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수백만 명이 갈수록 특별한 폭염 대비 전략을 채택하는 추세이다. 조끼, 모자, 스카프 등 냉방 의상은 많은 근로자가 택한 폭염 대비 수단 중 하나이다.

모스퀴토우 스쿼드는 1년 전인 2022년, 그레이터 스콧츠데일 직원에게 냉방 조끼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전력 기업부터 부동산 관리 기업까지 많은 기업이 직원의 폭염 대비를 위해 같은 전략을 택한다. 실제로 냉방 조끼는 수십 년 동안 존재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와 다양성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적당한 냉방 조끼를 선택한다면, 근무 후 집으로 귀가하느냐 혹은 응급실로 향하느냐의 차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근로자 수백 명이 환경에 따른 열에 노출되어 사망했다.

반 펠트는 근무 시 착용하는 냉방 조끼의 냉방 특성은 평평한 조끼에 얼음을 채우고, 유연한 얼음팩 덕분에 냉장고로 바로 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얼음은 근무 내내 녹지만, 몇 시간 동안 시원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반 펠트가 착용하는 냉방 조끼 이외에도 다른 기술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일부 근로자는 물이 아닌 다른 유체를 담은 팩을 이용한다. 이를 ‘PCM(phase change materials)’라고 칭한다. PCM은 고체나 반고체를 액체로 전환하면서 열을 흡수한다. 단계 변화 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이 아닌 PCM는 어는점이나 더 높은 녹는 점에 도달했을 때 유연하게 형태를 바꾸고, 착용자가 주어진 조건에서 꾸준히 쾌적한 기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냉방 효과가 오래 이어지면서 계속 편안한 기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조끼는 물을 몸통을 감싸는 부분으로 펌프를 이용하는 펌프가 있다. 혹은 착용자의 신체로 바람이 바로 전달되도록 선풍기가 장착된 조끼를 착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조끼는 단순히 통기성이 뛰어난 직물 소재로 생산한다. 디자인과 액세서리에 따라 최고급부터 저가까지 냉방 조끼 가격은 400달러에 육박한다.

테네시주 기업 쿼러 퍼포먼스(Qore Performance) 공동 창립자 겸 CEO인 저스틴 리(Justin Li)는 “2023년 냉방 조끼 수요가 매우 많았던 탓에 일부 고객은 주문한 의류 생산 과정을 100% 기다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쿼러 퍼포먼스는 물 1.5리터와 바람이 들어있고, 빠르게 착용자의 흉부나 등과 같은 부위에 바람을 전달하는 패널과 같은 컨테이너를 제작한다. 판매가는 148달러이며, 튜브를 통해 공급한 물이 녹을 때는 직접 마실 수도 있다. 리는 아프가니스탄 파병군과의 대화를 계기로 냉방 의류를 생각해 냈다고 밝혔다. 당시 군인은 리에게 자신과 동료 모두 꽁꽁 언 물병을 몸 안에 지니면서 정찰 도중 시원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리는 “당시 파병 군인의 말을 듣고 재구성한 의상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쿼러 퍼포먼스는 군인 수만 명에게 특수 물병인 아이스플레이츠(IcePlates)를 판매했다고 추산하지만, 군인 이외에도 민간 부분에서도 상용화 제품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2023년 들어 제품 주문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폭염이 강타하자 기업이 직원을 위한 물품 구비에 나선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아이스플레이트(IcePlate)는 공장 직원과 학교 운동장 감독관,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 등이 사용자로 알려졌다.

반면, 네덜란드 기업 EZ 쿨다운(EZ Cooldown)은 지붕 수리공과 화물 운반자, TV 생산 담당자 등을 자사 냉방 의류 고객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EZ 쿨다운의 시작점은 다르다. 동물 의상을 입고 사교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EZ 쿨다운 창립자 겸 공동 사장인 페페인 란제디크(Pepeyn Langedijk)는 “코스플레이 단체와 털이 가득한 옷을 입고 활동하는 단체를 목표 고객층으로 삼았다”라고 밝혔다.

냉방 의상은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멋진 모습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무리 냉방 효과가 뛰어난 것에 만족하더라도 무거운 냉방 조끼를 입고 싶어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란제디크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고도의 윤곽을 적용한 얇은 조끼를 얼음과 야채 오일 기반 유동체가 가득한 팩이 미끄러지도록 배치하는 것이다. 란제티크는 “규격에 맞는 팩을 두었다. 상품은 직접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냉방 조끼를 착용할 때의 더위 수준에 따라 EZ 쿨다운의 팩은 최대 몇 시간 동안 냉방 기능을 지원한다. 팩이 녹아서 시원하지 않을 때는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하던 새로운 팩 세트 포장을 뜯어서 사용할 수 있다. 리와 마찬가지로 란제디크는 냉방 의상 매출이 호황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2023년 매출 35% 증가했으며, 북유럽 지역 등의 거주자 사이에서 관심을 얻게 된 점에 주목한다. 란제디크는 북유럽 인구 중 날이 갈수록 흔해지는 폭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인구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당수 조끼는 사용자가 냉방 기간이 만료된 냉방 구성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구성요소로 교채해야 한다. 냉방 물질이 제 역할을 다하고 다시 따뜻해지면, 이론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착용한 옷 때문에 불필요한 추가 보호막이 형성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극한의 환경 조건 속 근무 및 운동 시도와 냉방 조끼를 연구한 경험이 있는 영국 코벤트리대학교 부교수 사라 데이비(Sarah Davey)가 제시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스 테실리아대학교 운동과학부 부교수 안드레아스 플루리스(Andreas Flouris)는 “냉방 조끼는 근로자가 무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냉각 시 사용하는 시스템과 환경 상태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플루리스 부교수는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경기전 건설 지원 근로자를 포함한 다양한 근로자의 냉방 조끼 착용을 연구했다. 플루리스 부교수는 사이프리엇 포도밭의 포도 수확 근로자 대상 냉방 조끼 착용 실험을 관측하기도 했다. 당시 선풍기가 장착된 조끼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풍기가 근로자의 옷과 반대 반향으로 빨아들이며, 조끼를 착용하는 것 자체도 무겁고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별히 효과가 뛰어났던 방법은 조끼 자체를 착용하지 않고, 손과 목을 시원하게 한 뒤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느 한 연구에서 10대 청소년 테니스 선수가 경기 도중 심부 온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45분간 쿨링 캡을 착용한 사례를 제시했다. 플푸리스 부교수 연구팀은 선수에게 캡슐 한 알을 삼키고, 핵심 체온을 측정하고는 이를 신체와 가까운 곳에 부착된 기기로 읽는다. 플루리스 부교수는 “냉방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머리 혈관 냉각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다른 신체도 시원해지도록 돕는다. 해당 연구에서 선수가 쿨링 캡을 사전 경기에서 착용했을 때, 쿨링 캡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평균 14% 더 편안하다고 느낀 사실을 발견했다.

극심한 폭염에서 생존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할 의사가 없는 이들은 냉각 의류에 저항할 것이다. 와이어드의 취재에 응한 근로자는 폭염 대비 도움을 거부하는 이들이 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냉각 의류 제조 기업인 에르고다인(Ergodyne) 사장 겸 CEO인 톰 보텔(Tom Votel)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폭염 위험은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이다. 냉방 의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근로자는 동료보다 육체적 부담이 덜할 것이다. 보텔은 냉방 의류를 착용한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업무 능력이 더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어느 한 연구 논문은 폭염이 매년 직장 내 근로자 수천 명의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영리 소비자 옹호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근로자 보건 및 안전 운동가인 줄리 풀처(Juley Fulcher)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기업은 아직 근로자를 과도한 폭염 속에서 보호하기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냉방 기기의 저렴한 대안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직원에게 물과 선풍기 제공, 시원한 곳에서의 휴식 시간 부여, 기온 상승 시 근무 일정 변경 등이 중요하다. 풀처는 "근로자의 열 스트레스 경험 수준을 유지한다면, 훨씬 더 뛰어난 생산률을 기록할 것이다"라며, 기업이 접할 수 있는 이점에 주목했다.

냉난방 의상을 판매하는 네덜란드 기업 베르츠차트(Bertschat) 회계사인 루트거 스탠다트(Rutger Standaart)는 최근, 용접기 사용 기업을 방문했다. 2023년 여름 들어 용접기 온도가 50℃에 육박했다. 20분 이상 용접기 앞에서 일하다가 참을 수 없는 수준의 더위를 느끼게 된다는 의미이다. 스탠다트는 "냉방 조끼 덕분에 용접기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풀처는 인체공학적 측면의 경량 냉방 의류 제작이 가능하다면, 냉방 의류가 최상의 기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부 상황에서는 냉각 의류와 같은 기기가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에어컨을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에어컨이 기후변화 위기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풀처는 "전 세계에서 냉방 조끼를 옵션으로 착용하는 사례가 더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World’s Workers Are Donning Cooling Vests to Battle Record Heat W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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