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원숭이의 알코올 섭취, ‘유전자 주입 치료’로 억제 가능
상태바
원숭이의 알코올 섭취, ‘유전자 주입 치료’로 억제 가능
만성 알코올 섭취 시 도파민 수치가 줄어든다. 그러나 유전자 주입 치료 한 번이면, 도파민 수치를 초기로 돌려 놓고, 알코올 섭취 욕구를 멈출 수 있다.
By EMILY MULLIN, WIRED US

대다수 인간은 처음 알코올 한두 잔을 마시고 순간 기쁨을 느낀다. 순간 기분이 좋은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화학적 도파민이 뇌의 보상 체계로 대거 유입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술을 마시면, 쾌감이 사라지는 이들도 가끔 있다. 만성 알코올 중독자는 도파민 수치가 감소하여 과음하여 쾌감을 유지하려 한다. 상담과 지역 주민 치료 프로그램, 지원 단체, 약물 치료 등으로 알코올 섭취 장애를 치료할 수 있지만, 다수는 증상이 재발한다.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오리건보건과학대학교 신경과학자인 캐슬린 그랜트(Kathleen Grant) 박사는 “알코올 섭취 장애가 있는 이들은 일시적으로 알코올 섭취를 중단한다. 그러나 종종 알코올 섭취 욕구를 약물 복용으로 대신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그랜트는 다른 미국 연구원 여러 명과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에 접근하고자 한다. 그랜트가 주목하는 방안은 유전자 치료를 이용한 뇌의 도파민 이동 경로를 초기화하는 것이다. 8월 14일(현지 시각), 그랜트의 연구팀은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동물 실험으로 원숭이 뇌에 유전자를 주입하고 1년이 지나자 원숭이가 알코올 섭취를 놀라울 정도로 자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주입량을 계속 늘리다 중독 증상을 보이게 된 히말라야원숭이 네 마리를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원숭이 네 마리 모두 원하는 만큼 알코올을 섭취하도록 했다.

실험에는 GDNF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이 포함되었다. 과거 발표된 여러 연구로 GDNF 단백질이 도파민 생성을 자극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GDNF 유전자를 변형된 바이러스에 포함하고는 유전체를 세포로 주입할 능력을 이용했다. 양쪽 두개골에 작은 구멍 두 개를 낸 후 바이러스를 북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이라는 뇌 영역 근처에 있는 뉴런에 주입했다. 북측피개영역 주변 뉴런은 보상 과정에 개입하면서 도파민을 형성하고, 뇌 전체로 분비한다.

실험 시작 당시 원숭이는 자발적으로 인간의 주량 기준 하루당 술 9잔을 마셨다. 연구팀은 한 번 치료한 뒤 원숭이가 4주간 술을 마시도록 하면서 물과 알코올을 함께 주었다. 그리고 4주간 금주 후 4주간 술을 마시는 등 같은 과정을 1년간 5차례 더 진행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처음 알코올을 다시 제공하자 유전자 치료를 받은 원숭이의 알코올 섭취량은 치료를 받지 않은 통제 집단 원숭이보다 알코올 섭취량이 50% 더 적었다. 4주간 금주 후 연구팀이 다시 술을 건넬 때마다 유전자 치료를 받은 원숭이의 알코올 섭취량은 치료 전보다 더 감소했다. 1년 뒤 유전자 치료를 받은 원숭이의 알코올 섭취량은 통제 집단보다 90% 적었다.

그랜트는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놀랐다. 과거, 영장류가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 약물에 보인 반응을 연구했으나 알코올 섭취량이 대거 감소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유전자 주입 치료가 알코올 섭취 억제 효과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 효율성도 개선된 것으로 보였다.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이기도 한 그랜트는 “원숭이가 유전자 주입 치료 이후 알코올을 섭취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학습한 것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웨이크포레스트 의학대학과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등의 과학자 여러 명도 그랜트의 연구에 협력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주입 치료 대상이 된 원숭이 사후 부검 후 치료를 받은 원숭이의 도파민 수치가 보충된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유전자 주입 치료를 받지 않은 원숭이의 도파민 수치는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보울스 알코올 연구 센터 소속 연구원이자 심리학 교수인 도니타 로빈슨(Donita Robinson)은 유전자 주입 치료 효과가 1년간 지속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로빈슨 교수는 “유전자 주입 치료 연구 결과는 도파민 수치를 정상화한다는 이론이나 GDNF와 같이 이익이 되는 성장 요인 수치를 높이는 것이 알코올 섭취로 이어지는 것을 줄이는 데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파민 이동 경로는 주로 움직임과 동기와 관련이 있어, 유전자 주입과 같은 치료 방식이 다른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연구 논문 저자는 유전자 주입 치료를 받은 원숭이가 치료를 받지 않은 원숭이보다 물을 더 조금 섭취한다는 사실과 단 음료 섭취에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유전자 주입 치료를 받은 원숭이의 단 음료 섭취량은 치료를 받지 않은 동물보다 20% 더 적었다. 반대로 유전자 주입 치료를 받지 않은 원숭이는 연구팀이 준 단 음료를 모두 섭취했다. 또, 유전자 주입 치료를 받은 원숭이의 체중은 치료를 받지 않은 원숭이보다 18% 더 적었다. 알코올 섭취량 감소가 부분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파민 관련 행동 변화는 모두 바람직하거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로빈슨 교수는 기분과 사고, 일반 활동 수준 변화도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주사를 한 차례 맞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치료는 이미 특정 희귀 암과 혈우병, 척수성 근위축 등 유전자 장애 치료법으로 승인되었다. 다른 연구팀은 겸상 적혈구 빈혈증(sickle cell anemia)과 2형 당뇨 치료에 유전자 주입 치료를 채택한다. 연구팀은 각각의 치료효과가 몇 년, 더 나아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유전자 치료를 뇌로 전달하는 과정에는 출혈과 감염, 심각한 면역 반응, 그리고 암 발병 등 위험성이 크다. 치료 비용은 수만 달러, 혹은 수백만 달러까지 육박하여 보험 미가입자의 치료 접근이 어렵다. 장기 효과도 확실하지 않다. 실험 1년 뒤 알코올 오용 연구가 중단돼, 유전자 주입 치료 효과가 영원히 지속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워싱턴대학교 중독, 약물 및 알코올 연구소(Addictions, Drug & Alcohol Institute) 소장 겸 심리학 교수인 수잔 퍼거슨(Susan Ferguson)은 유전자 주입 치료의 장기 지속 효과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본다. 퍼거슨 교수는 “유전자를 한 번 주입하면 치료가 끝난다. 타인에게 유전자 주입 치료를 할 수 있으며, 환자는 치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하면, 부작용을 멈출 방법이 없다.

퍼거슨 교수는 알코올 오용 치료 약물 모두 치료법이나 알코올 오용 심리, 행동 측면을 다룰 다른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시장에는 필요시 중단 가능한 다른 의학적 치료 방법이 있다. 항갈망제(acamprosate)날트렉손(naltrexone) 등과 같은 약물을 주입해도 뇌에서 효과가 발견된다. 알코올 오용 약물로 사용하는 세 번째 약물인 디술피람(disulfiram)은 신체의 알코올 처리를 막고는 알코올 섭취 시 불쾌한 반응을 일으킨다.

중독 증상의 유전자 치료는 윤리적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른 유전자 치료와 달리 종종 뇌의 경로 재지정 과정이 포함된다. 게다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환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를 없애거나 치료를 중단할 방법이 없다면, 치료를 선택하는 이가 있을까?

그랜트도 유전자 주입이 극단적인 치료 방법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간혹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이들은 알코올 문제가 심각하여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랜트는 유전자 주입 치료가 인간 실험으로 나아간다면, 알코올 중독 증상이 가장 심각한 이들로 치료 지원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그랜트는 “유전자 주입 치료는 다른 치료 방법 모두 효과가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치료법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njecting a Gene Into Monkeys’ Brains Curbed Their Alcohol Use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